
보통 떡국을 끓이면, 떡의 양을 잘못맞춰서, 늘 남았습니다.
떡국이 남으면, 조금만 시간이 경과해도 퉁퉁 불어버려서,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까워서 버릴 수도 없고, 늘 찜찜했는데,
올 설날의 떡국은, 떡 양을 어찌나 정확하게 맞췄는지..단 한조각도 버리지 않고 한끼에 아주 알뜰하게 먹었답니다.
이 한가지 일만으로도, 올해는 뭔가 조짐이 좋은 것 같아서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떡국 국물에 넣지 않고 남겨두었던 떡국떡을 냉동실에 넣을까하다가,
오늘 매생이 떡국을 끓였습니다.
매생이 떡국 끓이자고 일부러 매생이국을 끓인 것은 아니구요,
설날 저녁에 시누이들 가족이 오면 국은 매생이국을 끓입니다. 시누이들이 무척 좋아하거든요.
보통은 매생이 두재기(두덩어리)를 끓이는데, 올해는 실컷 먹고 가라고 세재기를 끓였더니, 국이 좀 남았어요.
그래서 어제 먹고 남은 매생이국에 떡을 넣어 매생이떡국을 끓였습니다.
매생이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과는 느낌이 또다른, 아주 괜찮은 맛 이었어요.
설날 아침 끓이는 굴떡국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요즘, 정말 매생이가 흔해진 것 같아요.
10년전만해도, 시골 내려갔던 시동생이 구해서 보내지 않으면 매생이 구경하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어지간한 큰 시장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요즘은 좀 풍족하게 먹는 것 같아요.
구하기 어려울 때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아껴가며 먹었는데 말이죠.
다음주에 손님 몇분을 치를 일이 있어요.
제가 대접해야 하는 일인데요, 밖에서 외식하면 편하고 좋겠지만,
제가...집에서 먹는 외식을 강조하는 ..'특별한 한상차림'의 저자인지라...밖에서 대접하기에는 양심에 찔려서,
집으로 초대했어요.
믿는 게 바로 이 매생이입니다. 냉동실에 모셔둔 매생이 한덩이 꺼내서 국 끓이고,
레시피 검증 차원에서...칭찬받은 쉬운요리 개정판에 들어갈 요리 몇가지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럼 나름대로 개성있는 김혜경표 초대상이 될 듯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