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례상에 올렸던 조기와 민어는 동서도 싸주고, 먹기도 하고도,
도미 한마리가 남았습니다.
이 도미로 레시피(칭찬받은 쉬운요리에 실린...) 검증 및 개선 차원에서 오늘 저녁에 양념구이를 했습니다.
예전에 신문사 다닐때 지하 일식집의 메뉴중 도미머리양념구이가 있었어요.
이 도미머리 양념구이, 바로 주문할 수 없고,
밥 먹으러 내려가기 1시간전쯤에 미리 주문을 해놓아야만 먹을 수 있는, 그런 메뉴였어요.
큼지막한 도미머리를 바삭바삭하게 튀겨내고 그위에 매콤한 소스를 얹어내는 것인데, 정말 너무 맛있었어요.
그래서 도미만 보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메뉴가 도미양념구이입니다.
도미를 팬에 지져낸 다음에 매콤한 소스에 살짝 조리는 것으로, 소스맛은 일식집 소스맛을 얼추 흉내낼 수 있으나,
맛은 도저히 그때 그 맛을 따라잡지 못하겠어요.
그 이유를 분석해보니...주재료탓이 아닌가 싶어요.
자잘한 도미로 하거나,
아니면 아가미 빼낸 후 소금간을 진하게 했다가 하루 정도 말려 물기를 뺀 다음 구워서 차례상에 올렸던 도미로 하니까...
맛이 제대로 안 사는 것 같아요. 큰 도미의 머리로 해야하는데...ㅠㅠ
오늘도 소스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아, 그 일식집의 도미머리양념구이 맛이 그립습니다.
제가 신문사를 그만둔지 햇수로는 어언 10년, 2000년 7월에 그만 뒀으니까 벌써 그렇게 되었어요.
10년이나 지난 이 마당에 이따금,
태진식당의 쌈밥과 생태매운탕, 세림의 꽃등심,
곰국시집의 국수, 참복집의 복매운탕,
남포면옥의 냉면과 어복쟁반, 부민옥의 모둠전과 선짓국,
코오롱빌딩 앞의 북엇국집의 북엇국과 그 옆에 있는 이름이 도통 기억나지않는 밥집,
골목집의 된장찌개와 콩나물비빔밥, 스패뉴의 샐러드 피자,
삼성화재빌딩 지하 육미집의 돈까스와 분식집의 돌냄비우동, 프레스센터 지하 일식집의 도미머리양념구이,
롯데백화점 지하의 충무김밥, 명동칼국수의 칼국수,
안성또순이집의 우거지찌개와 간장게장, 버거킹의 치즈와퍼주니어 등등, 제가 많이 먹었던 음식들이 생각납니다.
저녁밥 잔뜩 먹고나서...옛날에 많이 먹던 음식들 생각하니, 배가 벌써 고파오는 것 같아요..ㅠㅠ...
그나저나, 저 식당들이 지금 모두 잘 있는지...
나랑 아주 친했던 몇몇 식당의 사장님들, 요즘은 나 대신 내 딸아이가 밥때가 되면 그 근처를 배회하고 있다는 걸 알면 너무 반가워할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