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전만해도,
우리 집은 섭산적과 돈까스의 전성시대였습니다.
'일하면서 밥 해먹기'의 앞부분에 써놓았듯,
요즘처럼 주5일 근무제도 아닌..휴일이라고는 덜렁 하루뿐인 그때, 없는 시간을 쪼개서,
휴일이면 장을 봐다가, 섭산적에 돈까스를 미리 준비해서 냉동고에 잔뜩 얼려두고 살았습니다.
돈까스도 한가지가 아니라 카레돈까스, 허브돈까스 등등해서 여러가지 해두고,
기분내키면 비프까스에 생선까스까지..
불고기 양념도 잔뜩 만들어서, 다지지않은 고기과 다진 고기로 나눠서 불고기 섭산적 양념해서 얼리고,
살짝 간한 다진 쇠고기 볶음까지 만들어서 얼렸어요. 일석삼조인거죠.
고추장 양념도 만들어서, 돼지고기와 오징어에 버무려서 얼려두고..이렇게 해서 보름 정도는 걱정이 없을 정도로 쟁여두었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그때는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요즘은...불고기 한조각, 돈까스 한조각도 냉동실에 없네요.
지난 설 앞두고, 불고기 감이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불고기감도 찬물에 담가서 핏물을 쫙 빼고, 커터에 갈아서, 섭산적을 몇 조각 만들어뒀더랬습니다.
그걸 녹여서 구웠습니다. 더 맛있으라고 프라이팬에 지지지 않고, 석쇠를 놓고 가스불에 구웠어요.
예전의 연탄불만은 못하지만 나름 불맛이 있네요.
물론 가스렌지가 지저분해져서 닦느라 애쓰긴 했지만...
섭산적 옆에 놓인 것 참나물이에요.
참나물을 씻기만 해서, (데치지 않고...), 초고추장에 무쳤어요.
섭산적과 잘 어울리는 궁합은 아니었어요.
섭산적과는 간장드레싱을 얹은 채소 샐러드가 더 어울리는 건데, 오늘은 왠지 참나물이 먹고 싶어서...
잣가루까지 얹은 섭산적, 맛있어 보이죠??

이제 가끔씩, 섭산적이며 불고기며, 돈까스며 냉동 좀 해둬야겠어요.
이런 비상식량이 비축되어 있으면 식사준비가 한결 쉬운데...그동안은 너무 비축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