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에 카레를 한 냄비 끓였습니다.
제 지론이...'날씨가 더울 때에는 더운 나라 음식을 먹어줘야 해..'입니다.
더운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의 고유음식은 분명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지혜가 숨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름이면 인도식당도 가고, 태국식당도 가고 하는데, 베트남식당도 가고,
그리고 집에서는 카레도 한 냄비 끓입니다.
카레에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넣고 끓인 것을 제일 좋아하지만,
생각나는 대로 새우도 넣고, 쇠고기도 넣고 끓입니다.
오늘은 냉동실의 쇠고기 한덩어리 꺼내 녹여서 카레를 끓였습니다.
특히 오늘은...고형카레와 분말카레..거기에다가 후추통 같이 생긴 통에 든 순카레,
이렇게 세가지를 같이 넣어 끓였더니,
기대했던 만큼 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칼칼했습니다.
인생과 요리는 정말 뜻대로 되주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늘 하는 대로 만드는 평범한 음식에도,
얼마나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그 요인들이 만들 때마다 조금씩 다른 맛을 만들어내는 지...
오늘도 순카레를 넣으면서..입안이 얼얼한 카레를 기대했으나..기대에는 못미치는 매운맛...
카레, 오늘 한끼 먹었으니까..식으면 밀폐용기에 담아서 냉동해야겠어요.
예전에...
저희 집에도 레토르트 파우치에 든 즉석카레의 전성시대가 있었습니다.
회사다니면서 야근을 밥먹듯 하던 시절...카레 조차 한냄비 변변히 끓일 여유가 없어서,
즉석카레와 즉석짜장이 떨어질 날 없이 채워두고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 혼자 집에서 밥을 먹게 됐는데, 반찬은 없고 해서
즉석카레를 한봉지를 데웠다가...정말 가족들에게 미안했더랬습니다.
그렇게 맛이 없을 수가...
그날 이후 한번도 즉석카레를 안샀습니다.
이렇게 카레를 한 냄비 끓여 냉동했다가 데워먹는 편이..훨씬 낫거든요.
저녁식사를 준비할 시간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선풍기 없어도 괜찮은 우리 집 부엌에,
오늘은 단 한점의 바람도 들어오지 않는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이제 슬슬..여름을 준비해야하나 봅니다.
더워서 밥하기 싫은 날을 대비해서 카레도 얼리도, 돈까스도 얼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