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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마음이 배부른 날 [도미 양념구이]

| 조회수 : 7,460 | 추천수 : 98
작성일 : 2007-10-01 20:31:47


오늘 낮에는 신문사에 같이 다녔던 후배들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우리가 알고지낸 것이 20년이 넘었거나, 아니면 20년 가까운...친구나 마찬가지인 후배들이죠.
제 주위에 이런 후배들이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오늘도 후배하고 이런 얘기를 나눴는데..
제가 참 붙임성이 부족합니다., 아니,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아예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처음 본 사람에게도 사근사근 이야기도 잘 하고, 언니 언니 하면서 잘 따르는데..
전 도대체 그런 맛이 없습니다.
낯가림이 심해서, 누구를 사귀려면...몇~~년이라는 정말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만..그렇게 시간이 걸려서 가까와진 사람하고는 여간해서는 틀어지지 않지만요.

이렇게 붙임성 없는 선배인 저를..
후배들이 회사를 그만둔지 어느새 7년이나 되었는데도,
아직 가까이 해주고, 걱정해주고, 만나주고, 밥도 같이 먹어주고....너무 감사하죠.
오늘도 밥 먹고, 이렇게 오래 묵은 사이이기때문에 털어놓을 수 있는 속얘기도 하다보니까,
12시에 들어간 식당에 오후 3시가 넘도록 앉아있었답니다.^^;;

어떤 때는 누군가를 만나서 한참 이야기 하다보면, 헛헛한 생각도 들고,
공연히 말을 많이 했다는 자괴감도 들곤 하는데..오늘은..거꾸로 잔뜩 배부른 느낌...

돌아오는 길에 후배가,
"선배네 오늘 메뉴는 뭐에요? 우린 어제 홍합와인찜 해먹었어요."하는데...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었어요.
배도 부르고, 정신의 허기도 달랜 탓인지, 제가 집에 들어가서 밥해줘야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잠시 까먹었어요.
이럴 땐 누군가 대신 밥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하구요.
"글쎄다, 뭘 해먹지?? 집에 가서 냉장고 뒤져봐야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냉동실을 뒤져서 도미 한마리를 꺼냈습니다.
얼른 해동시켜서는 녹말가루 묻혀서 기름에 지졌어요.
위에는 소스 만들어서 뿌리구요.
소스가 제법 괜찮게 된 것 같아요.
오늘 저희 집의 경우는 도미가 너무 커서 소스가 부족했는데, 20㎝ 정도 도미 한마리라면 이 정도 소스로도 괜찮을 듯!!
  
재료
도미 1마리, 소금 후추 조금, 녹말가루 1큰술, 식용유 2큰술
소스 재료: 다진 마늘, 다진 당근 1큰술, 다진 양파 2큰술, 다진 파 2큰술,
               식용유 1큰술, 토마토 케첩 4큰술, 핫소스 1큰술, 맛간장 1큰술, 물 2큰술, 맛술 2큰술

만들기
1. 손질한 도미는 몸통에 칼집을 낸 다음 소금 후추를 뿌려서 살짝 밑간해요.
2. 거죽에 녹말가루를 발라준 다음에 달궈진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거죽이 바삭바삭 하도록 지져냅니다.
3. 볶음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른 다음 마늘 당근 양파 파를 넣어 볶다가 토마토케첩, 핫소스, 물, 맛술, 간장을 넣어서 한번 끓여요.
4. 접시에 지진 도미를 담고 소스를 얹어줘요.

Tip!!
※ 소스 분량대로 하면 다소 껄쭉합니다. 묽은 소스를 원한다면 물을 조금 더 넣으세요.


p.s.
○○씨, △△..
일본에서 ◇◇이 돌아오면, □□랑 같이...
오늘 즐거웠어. 담엔 우리 집에서 밥 먹으면 어때?
문득, 느네들에게 따뜻한 밥 한번 해준 적 없는 것 같아서...미안한 생각이 들었어...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키티맘
    '07.10.1 8:37 PM

    우선 1등 찍구요.
    전 회사생활 10년 가까에 했는데도 친구 하나 후배하나 안 남네요.
    집에 처박혀있으니..
    안그래도 오래된 수첩보며 기억이 가물가물한 친구들 생각하고 있어요.
    도미 정말 좋아하는데 꼭 한번 해먹어 볼께요

  • 2. 어설픈주부
    '07.10.1 8:40 PM

    도미구이는 먹어봤는데
    양념으로 이렇게 하니 또 색다른 느낌이네요.... ^^

    생선요리를 집에서 잘 안하는데 꼭 해보고 싶어요~~

    저도 회사 후배는 별로 없는데.. (제 이후로 공채를 안해서 더더욱 ㅋ)
    나중에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었을 때
    그렇게 연락하면서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 3. Hope Kim
    '07.10.2 12:20 AM

    와 선생님글에 일등은 아니라도 등수안에들다니...
    도미 요리를 이렇게도 할수있군요.
    생선 좋아라 하는 우리 아들 메뉴로 당첨.
    근데 도미는 어디서 구하셨어요.
    너무맛나보여요.
    사진으로뵌 선생님 모습은 굉장히 붙임성 있어 보이
    시는데??" 좋은벗을 가지고 계신 선생님이 무척 부러워요.
    그리고 바쁘신삶속에서도 가족들을위안 항상 한결같은
    정성스런 상차림 선생님의 글속에서 제가 배우고 싶은
    가장 큰 부분이네요.

  • 4. 차노기
    '07.10.2 9:05 AM

    요리는 정성이라던데.
    때로는 아무것도 하기 귀잖을때가 있어요.
    그럴땐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 그립네요.

  • 5. 김정희
    '07.10.2 10:59 AM

    얏호~~
    추석때 시어머니가 튼실한(?) 도미 한마리 넣어주셨는데....
    어떻게 먹어줘야 될지 막막했었는데.....
    한번 해볼게요.

    친구라~~ 정말 없네요.
    친구도 내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되는데....
    그 부분은 정말 부끄럽고 염치가 없어요.

  • 6. Xena
    '07.10.2 3:30 PM

    정말 사람이 재산이죠?
    선생님은 부자십니다~ 물론 인덕이 있으셔서겠지만서두^^
    도미구이 꾸울꺽! 먹고 싶네여 ㅎㅎ

  • 7. 온새미로
    '07.10.2 5:24 PM

    도미 맛있게 양념 하신것도 부럽고...많은 지인들이 있는것도 부럽네여.....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하는 저는 그게 부러우면서도 쉽질 않답니다...
    밥한끼...대접한다는거...정성이 아니면 안되기 때문에 식당에 가서 사는것 보다도 더 어렵다는것 알고 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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