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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귀차니스트가 담는 [깍두기]

| 조회수 : 15,622 | 추천수 : 100
작성일 : 2007-09-10 22:14:17


얼마전, 우리 82cook 식구로부터 한통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내용인즉, 친정어머니가 안계신 그분에게는 82cook이 친정어머니같은 존재이며, 많은 정보를 얻고있는데,
김치에 대해서 정보가 좀 부족하니까, 저더러 김치 담그는 걸 좀 써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런데..그 김치라는 것이...정말 몇 그램 몇 큰술로는 설명하기 참 어려운 것이잖아요.
배추에 따라 달라지고, 고춧가루에 따라 맛이 다르고, 소금이나 젓갈 영향도 많이 받고,
그래서 수십년 간을 한결같이 가족들을 위해서 김치를 담그는 어머니들도 가끔은 맛이 없게 담그기도 하시잖아요.

누군가가 만드는 걸 옆에서 보면서 배추가 절여진 상태도 보고,
무채의 굵기도 보고, 고춧가루가 얼마나 들어가는 지,
직접 체험해보기 전에는 아무리 상세한 글로 설명해도 비법이 그렇게 쉽게 전수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솔직히..제 평생, 친정어머니가 담그시는 김치의 보조가 아니라,
저 혼자서 배추김치를 담가본 것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거의 담가보질 않아서..제가..이렇게 저렇게 담그세요 하는 건...정말 말도 안되는 코미디 입니다.
다만, 깍두기나 돌산갓김치나 나박김치나 뭐 이런 건 좀 담급니다만....
혹시라도...제가 담그는 깍두기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지 몰라서..며칠전 담근 깍두기 올려봅니다.

제가 담그는 방법은...풀을 쑤는 것도 아니고, 과일이나 채소를 갈아넣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심플한 깍두기입니다.
때문에 뭐, 맛이 대단히 훌륭하니까 꼭 따라해봐라...뭐 이런 거 절대아닙니다.
몇년전 타계하신 대학교 때 은사님께서 가르쳐주신 방법을 접목시켰더니..괜찮아서..제가 하는 방법일뿐입니다.
제가 처음 쓴 책 '일하면서 밥해먹기'에도 수박겉핥기 식으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은사님께서 가르쳐주신 건...
선생님께서는 출근하시기 전에 무를 썰어서 설탕을 솔솔 뿌려놓고 출근하신대요.
퇴근 후 귀가하셔서 하루 종일 설탕에 절인 무로 깍두기를 버무려 넣으신대요.
전 그냥 설탕으로만 절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설탕과 소금 섞어서 절여요.

제가 한번 레시피를 써볼께요.
다만, 이건 저희 집 입맛기준입니다.
너무 싱겁다 하실 수도 있고, 너무 맵다 그러실 수도 있으니까..
그냥 참고만 하시어요.


재료
1㎏ 정도 나가는 크지않은 무 2개, 소금 4큰술, 설탕 4큰술
쪽파 100g , 다진 마늘 4큰술, 다진 생강 1큰술, 고춧가루 6큰술, 새우젓 2큰술

만들기
1. 무를 적당한 크기로 썹니다. 이때 완성됐을 때의 크기보다 크게 썰어야합니다.
   처음부터 원하는 크기로 썰면, 나중에 너무 크기가 작아집니다.
2. 무에 소금과 설탕을 뿌린 다음, 한번 뒤적여서 절입니다.
   한 3시간 정도는 절여야, 무에 뿌려뒀던 소금과 설탕이 녹으면서 무에 물이 생깁니다.
3. 무가 절어졌으면 체에 그냥 한번 받칩니다.
   헹구거나 하실 필요없고, 또 체에 받쳐둬서 물기를 쫙 뺄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생긴 물을 제거하는 기분으로 체에 받쳐요.
4. 쪽파는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깍두기에 파 안넣는 것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전 그냥 쪽파 조금 넣습니다.
5. 양푼에 무를 넣고 쪽파, 다진 마늘, 다진 생강을 넣고 고춧가루와 새우젓을 넣어 버무립니다.
   이때 간을 봐가면서 버무리는데 한조각 먹어봐서, 너무 짜지 않게 합니다.
  또 새우젓 대신 대구아가미젓을 넣으면 정말 시원하고 맛있습니다.
6. 김치통에 담아넣은 후 상온에서 1~3일 정도 익힙니다.
   국물을 따로 잡아 부을 필요없습니다. 깍두기를 담아놓으면 무에서 물이 더 나와, 국물이 생깁니다.


설탕과 소금으로 절인다고 하니까, '너무 달지 않을까?' 걱정이 되실텐데요, 그렇게 달지는 않습니다.
왜 깍두기에 설탕 좀 넣는 분들 많으시잖아요?
이때 설탕이 좀 많이 들어가면 깍두기 국물이 끈끈해지는데,
절일 때 설탕을 넣으면 깍두기 국물이 끈적이지도 않고 , 너무 달지도 않고..아삭아삭한 것이 먹을만 하답니다.

다른 분들 레시피를 보니까 양파즙도 갈아넣는다, 과일도 갈아넣는다,
풀을 쑤거나 밥을 해서 갈아넣는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하면 더 맛있을 것 같긴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따라하지 않는건...재료 준비나 조리과정이 복잡해 지레 지쳐버리는 것보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살려구요.

제가 담그는 깍두기의 팁을 모두 알려드렸는데.. 어느 한 분이라도 따라해보니까 정말 괜찮더라..
이러셨으면 좋겠네요...*^^*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세정
    '07.9.10 10:16 PM

    미국에 있던 때 부터 쭉 봐온 82 cook! 드뎌 일등의 기회가..
    너무 맛나 보여요.. 제가 언능 하고 정말정말정말 괜챦더라 하께요 @^^@

  • 2. 김선아
    '07.9.10 10:22 PM

    2등! 저도 따라할 용기가 생겼습니당~

  • 3. 적휘
    '07.9.10 10:26 PM

    ^^ 저도 따라해볼래요~ 깔끔한 맛일것 같아요

  • 4. chatenay
    '07.9.10 10:34 PM

    ㅠㅠ샘!!배 아파 저녁도 안먹은 저....저깍두기에 밥먹고 시포요~

  • 5. 미조
    '07.9.10 11:32 PM

    저두 한번도 안담아봤는데 달콤한 깍두기 좋아해서 괜찮을것 같아요^^
    참고해서 잘 만들어볼께요~~

  • 6. 프로방스
    '07.9.10 11:38 PM

    한동안 깍두기 담가 먹을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내일 해보렵니다 ^^
    맛있어보여요...

  • 7. 올리브그린
    '07.9.11 1:08 AM

    저도 낼 해먹어야 겠어요...정말 맛있어 보여요.

  • 8. 복슝~
    '07.9.11 4:26 AM

    지금까지는 그냥 양념에 설탕을 넣었는데 절일때 설탕으로 하는 방법도 있었네요~
    또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9. 둥이둥이
    '07.9.11 7:42 AM

    저도 만들어보고 싶어져요...^^

  • 10. 행복한 나
    '07.9.11 8:53 AM

    저도 선생님처럼 담궈 먹는데 시원하고 개운해요~~

  • 11. 레안
    '07.9.11 9:17 AM

    깍두기 포함 김치종류 한번도 시도를 못해봤는데 저도 해볼 수 있을거 같아요^^
    잘~ 따라해서 맛있게 만들어 볼께요. 감사합니다^^

  • 12. 소봉
    '07.9.11 12:01 PM

    점심시간도 다가오고..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입니다.
    사이다를 첨부해도 맛나지요~~

  • 13. Pinkberry
    '07.9.11 12:11 PM

    포기김치는 절이는 과정
    무 채써는 과정등 너무 복잡하여 담글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깍두기는 과정이 간단하여 만들어 먹고 있는 중인데
    샘님의 초간단 레서피 감사하게 배워 따라해보려구요...^^

  • 14. 김혜선
    '07.9.11 1:21 PM

    김혜경선생님한테 쪽지는 어떻게 보내는 거에요?
    선생님 요즘 밤이 너무 맛이 없어요.
    밤을 샀는데, 나중에 빵에랑 쓸 수 있는 병조림을 해 놓으면 어떨까 싶어요.
    방법좀 알려주세요.
    그리고 다른 방법도요. 일부는 까서 냉동했어요.

  • 15. 쌍둥욱이맘
    '07.9.11 1:23 PM

    이 정도 수준이면..저도 한번 해봤야겠어요..매번 친정엄마한테서 김치 얻어 먹었는데..
    깍두기 정도는 제가 한번 해봐야겠어요..

  • 16. 열쩡
    '07.9.11 3:10 PM

    안그래도 어제 깍두기 담으려고 무 하나 사왔어요
    설탕 넣어 국물이 끈적해지는게 싫어서
    많이 망설이다 뉴슈가 하나 집어왔는데
    안넣어도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오늘 즉시해보겠습니다.

  • 17. 바스키아
    '07.9.11 3:47 PM

    저도 요즘 김치담기에 푹 빠져있는데 3포기 5천원짜리 배추사면서 무를 사와 꼭 깍두기와 같이 담고 있어요.

    소금 농도 맞추기가 젤 어렵고 양념은 제 취향껏 하고 있는데 아직 실패한 적 없어요...

    오늘 깍두기 보니 파도 한단 사올껄 하는 생각이 드네요..

  • 18. 소박한 밥상
    '07.9.11 4:55 PM

    자취생들을 위해 묻는 건데요(?????)
    새우젖은 어떤 거 어디서 사면 좋을까요 (심히 부끄) ?? =3=3=333

  • 19. 쭈야
    '07.9.11 5:21 PM

    김치 느무 어려브요~~~시어무이한테 엊그제 만들어달라해서 받았는데...해볼껄 그랬네요 흐흐흐

  • 20. 키티맘
    '07.9.11 5:23 PM

    예전에 엔지니어님 레서피를 참조해서 열무 김치 몇번 담갔는데
    정작 중요한 배추김치는 한번도 안담궈 봤네요.
    전 김장철 즈음엔 김치와 관련된 이벤트를 하는거도 괜잖을거 같아요.
    정말 다양한 방법의 김치 만드는 방법이 올라오지 않을까요?
    저 같은 초보주부(결혼7년차인데 요리는 초보에요)한테 정말 도움 많이 될거 같아요

  • 21. 젊은느티나무
    '07.9.11 5:29 PM

    오호, 키티맘님 아이디어에 한표요...
    저두 엔지니어님 동치미 담가보고 용기 만땅인데 이것도 한번 해볼까요???

  • 22. 줄리아
    '07.9.11 9:06 PM

    부라보~~부라보~~
    쌤!! 저와 담는 방법이 똑같아요~~

    어쩌다 기분 좋을땐 당근채도 쬐끔 넣어본답니다...그냥 이쁘게 보이라구 @@
    그럼 우리집 애들 소리 지릅니다
    엄마 !! 또 음식 갖고 장난쳤지 ???ㅋㅋ

  • 23. Xena
    '07.9.11 10:09 PM

    오옷! 설탕을 절일 때 넣으면 되는군여~
    국물 끈적일까봐 보통 감미료들 넣으시는데 샘님께 또 배우고 가네여^^
    무와 새우젓이 찰떡궁합이라는데 대구 아가미젓이라,
    정말 환상이겠어여!
    아흑 , 근데 그냥 먹을 대구아가미젓두 없다는 사실,,,,,,,,, 쩝. 스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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