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우리 82cook 식구로부터 한통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내용인즉, 친정어머니가 안계신 그분에게는 82cook이 친정어머니같은 존재이며, 많은 정보를 얻고있는데,
김치에 대해서 정보가 좀 부족하니까, 저더러 김치 담그는 걸 좀 써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런데..그 김치라는 것이...정말 몇 그램 몇 큰술로는 설명하기 참 어려운 것이잖아요.
배추에 따라 달라지고, 고춧가루에 따라 맛이 다르고, 소금이나 젓갈 영향도 많이 받고,
그래서 수십년 간을 한결같이 가족들을 위해서 김치를 담그는 어머니들도 가끔은 맛이 없게 담그기도 하시잖아요.
누군가가 만드는 걸 옆에서 보면서 배추가 절여진 상태도 보고,
무채의 굵기도 보고, 고춧가루가 얼마나 들어가는 지,
직접 체험해보기 전에는 아무리 상세한 글로 설명해도 비법이 그렇게 쉽게 전수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솔직히..제 평생, 친정어머니가 담그시는 김치의 보조가 아니라,
저 혼자서 배추김치를 담가본 것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거의 담가보질 않아서..제가..이렇게 저렇게 담그세요 하는 건...정말 말도 안되는 코미디 입니다.
다만, 깍두기나 돌산갓김치나 나박김치나 뭐 이런 건 좀 담급니다만....
혹시라도...제가 담그는 깍두기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지 몰라서..며칠전 담근 깍두기 올려봅니다.
제가 담그는 방법은...풀을 쑤는 것도 아니고, 과일이나 채소를 갈아넣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심플한 깍두기입니다.
때문에 뭐, 맛이 대단히 훌륭하니까 꼭 따라해봐라...뭐 이런 거 절대아닙니다.
몇년전 타계하신 대학교 때 은사님께서 가르쳐주신 방법을 접목시켰더니..괜찮아서..제가 하는 방법일뿐입니다.
제가 처음 쓴 책 '일하면서 밥해먹기'에도 수박겉핥기 식으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은사님께서 가르쳐주신 건...
선생님께서는 출근하시기 전에 무를 썰어서 설탕을 솔솔 뿌려놓고 출근하신대요.
퇴근 후 귀가하셔서 하루 종일 설탕에 절인 무로 깍두기를 버무려 넣으신대요.
전 그냥 설탕으로만 절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설탕과 소금 섞어서 절여요.
제가 한번 레시피를 써볼께요.
다만, 이건 저희 집 입맛기준입니다.
너무 싱겁다 하실 수도 있고, 너무 맵다 그러실 수도 있으니까..
그냥 참고만 하시어요.
재료
1㎏ 정도 나가는 크지않은 무 2개, 소금 4큰술, 설탕 4큰술
쪽파 100g , 다진 마늘 4큰술, 다진 생강 1큰술, 고춧가루 6큰술, 새우젓 2큰술
만들기
1. 무를 적당한 크기로 썹니다. 이때 완성됐을 때의 크기보다 크게 썰어야합니다.
처음부터 원하는 크기로 썰면, 나중에 너무 크기가 작아집니다.
2. 무에 소금과 설탕을 뿌린 다음, 한번 뒤적여서 절입니다.
한 3시간 정도는 절여야, 무에 뿌려뒀던 소금과 설탕이 녹으면서 무에 물이 생깁니다.
3. 무가 절어졌으면 체에 그냥 한번 받칩니다.
헹구거나 하실 필요없고, 또 체에 받쳐둬서 물기를 쫙 뺄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생긴 물을 제거하는 기분으로 체에 받쳐요.
4. 쪽파는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깍두기에 파 안넣는 것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전 그냥 쪽파 조금 넣습니다.
5. 양푼에 무를 넣고 쪽파, 다진 마늘, 다진 생강을 넣고 고춧가루와 새우젓을 넣어 버무립니다.
이때 간을 봐가면서 버무리는데 한조각 먹어봐서, 너무 짜지 않게 합니다.
또 새우젓 대신 대구아가미젓을 넣으면 정말 시원하고 맛있습니다.
6. 김치통에 담아넣은 후 상온에서 1~3일 정도 익힙니다.
국물을 따로 잡아 부을 필요없습니다. 깍두기를 담아놓으면 무에서 물이 더 나와, 국물이 생깁니다.
설탕과 소금으로 절인다고 하니까, '너무 달지 않을까?' 걱정이 되실텐데요, 그렇게 달지는 않습니다.
왜 깍두기에 설탕 좀 넣는 분들 많으시잖아요?
이때 설탕이 좀 많이 들어가면 깍두기 국물이 끈끈해지는데,
절일 때 설탕을 넣으면 깍두기 국물이 끈적이지도 않고 , 너무 달지도 않고..아삭아삭한 것이 먹을만 하답니다.
다른 분들 레시피를 보니까 양파즙도 갈아넣는다, 과일도 갈아넣는다,
풀을 쑤거나 밥을 해서 갈아넣는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하면 더 맛있을 것 같긴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따라하지 않는건...재료 준비나 조리과정이 복잡해 지레 지쳐버리는 것보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살려구요.
제가 담그는 깍두기의 팁을 모두 알려드렸는데.. 어느 한 분이라도 따라해보니까 정말 괜찮더라..
이러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