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지난 23일), 시어머니를 모시고 kimys와 영종도의 을왕리 해수욕장엘 다녀왔습니다.
뭐, 해수욕하러 간 건 아니고..시어머니께 여름이 다 가기전에 바닷바람이나 쐬어드리려고 갔었어요.
을왕리에서 발목까지만 바닷물 맛 보여주고, 회도 사먹고 그랬습니다.
간김에 배에 차를 싣고 무의도까지 갔다왔구요.
저희 시어머니, 참 좋아하시대요. 그런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즐겁기도 하고..또 슬프기도 했습니다.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세상을 뜨시기 얼마전, 설날 다음날이었습니다.
명절 다음날 인사가면 늘 나가서 밥을 먹습니다.
늙으신 장모님이 차려내는 밥, 앉아서 받아먹기 면구스런 사위의 배려죠.
이날도 이른 저녁을 먹을까 하고 오후에 친정엘 갔는데 아버지께서 뜬금없이,
"지금 서해바다 가는거야?"하시는 거에요.
서해바다 하면, 전 강화도나 아니면 안면도나 뭐 이런 곳을 생각하고는,
"서해바다? 아버지, 지금 못나가요. 잘못나갔다가는 서울로 돌아오는 차들과 맞닥뜨려서 집에 못와요. 담에 가..."
이러고는 서해바다 못 모시고 갔습니다.
그렇게 금방 제 곁을 떠나실 줄 알았더라면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혀서 밤새도록 서있는 한이 있어도 가는 건데....

아버지 떠나신 후,
한동안은 서해바다 못보여드리고 가시게 한 것 때문에 늘 뭔가가 얹혀있는 것 같고, 때로는 미칠 듯 괴로웠더랬습니다.
혼자 있기만 하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살던 시절의 어느 날,
친정어머니께서 영종도 신공항 옆에만 가도 제법 그럴싸한 바다가 있다고 하시는 거에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을왕리를 가보니,
불과 저희 집에서 30~40분 거리에 그렇게 제대로 분위기가 나는 해수욕장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었어요.
엄마는 잠시 바닷가 해송 숲에 앉아 계시라고 하고,
저는 사람 별로 없는 모래사장으로 나가서 미친 여자처럼,
"아버지 미안해, 여기에 이런 바닷가가 있는 줄 몰랐어.이런데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모시고 왔었을 거에요, 그날..."
이렇게 외쳤습니다. 아버지 미안해..아버지 미안해....
아버지가 받을 수도 없다는 걸 알면서 아버지 핸드폰으로,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내세요?'하는 문자 메시지도 보내고, 엄마랑 찍은 사진 포토메일로도 보내고 했습니다.
그 무렵에...
정신을 놓고 운전하고 다녀서 맨날 접촉사고 내고, 심지어 가벼운 교통사고도 내고...
식구들이 걱정 많이 했었죠.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을왕리를 다녀온 후,
우리 시어머니도 한번 모시고 갔으면 하는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그게 마음뿐 시간이 잘 나지 않던 차에
지난 목요일에 시간을 쪼개서 길을 나섰었습니다.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뵈니까, 정말 잘했다 싶었어요.
8월들어서 벌써 상가에 문상을 다녀온 것이 세번째입니다.
후배의 시아버님께서는 심장마비로 주무시다 가셨다고 하는데...참, 그 애통함이 뭐라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시어머니 연세가 올해 여든아홉, 바다구경을 몇번이나 더 하시려는지...
여름이면 맛있게 드시는 콩국수를 몇해 여름이나 더 드실 수 있으려는지...
맘 같아서는 KTX 못타보신 어머니를 위해서, KTX로 부산에 가서 회 한접시 사먹고, 자갈치시장 구경도 하고 싶고,
청계천 관광용 이층버스도 태워드리고 싶고,
오늘 아침 TV에서 본 단양팔경도 구경시켜드리고 싶지만..
마음만 앞설뿐, 몸이며 시간이 따라주지 않아서....그래도 시간을 내봐야하는건데...잘 될지는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