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부네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불이 켜지는 저희 집 현관의 전등이...바람 때문에 저절로 켜졌다, 꺼졌다...약간 무서워요...
제발 바람 피해가 없어야할텐데...
얼마전 폭우에 이어진 세찬 바람...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이럴 때마다..새삼스럽게 절감하게 되는, 인간은 자연 앞에서 그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자연 앞에서,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하는건데...
오늘 점심은..고량진미 대신에..소박하지만 정성이 담뿍 담긴 밥상을 차려봤습니다.
평소보다 준비시간이 두배이상 걸렸어요.
메뉴는 아욱국에, 단호박 샐러드, 말린 도토리묵무침, 부추전, 백골뱅이구이, 오이소박이, 김치, 메추리알 장조림 등이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고, 이만 하면 푸짐하다고 생각해서,
장난삼아 kimys에게 "만약에 이런 백반을 판다면 얼마를 받으면 될까? 7천원?"
그랬더니 kimys는 무슨 7천원, 5천원정도의 백반이라고 하네요...
이거 분명...저에 대한 도전이죠?? 그쵸??

아침부터 뒤포리를 푹 끓여서 육수를 낸 다음 된장 풀고 마른 새우와 아욱을 넣어 아욱국을 끓였습니다.
가을 아욱은 보약이나 마찬가지라 문 걸어잠그고 먹는다는데..
전, 가을이 아니더라도, 언제 먹어도 아욱국이 맛있어요.

그저께 백골뱅이를 데쳤는데..뭐가 잘못됐는지..질깃질깃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자잘한 것만 골라서 오븐에 구웠어요.
오븐을 240℃로 예열한 다음에 10분간 구웠더니, 물에 삶은 것보다 연한 것 같아요.
초고추장 대신, 고추장에 토마토케첩을 섞은 후 식초와 올리고당을 넣은 것에 찍어먹었어요.

도토리묵 말린 것은 물에 담가 불렸다가 끓는 물에 삶아냈어요.
고기와 이런저런 채소를 볶아 무치는 묵잡채가 너무 맛있긴 하지만,
오늘은 그냥 쪽파와 삶은 묵말랭이를 소금 후추 마늘 참기름에 무쳤어요.
이것도 먹을 만했습니다. 잡채보다 훨씬 간단하고, 효과는 비슷하고..
그런데, 쪽파랑 마늘 맛이 다소 매울 수도 있겠네요.

단호박은 쪄서 으깬 다음에 소금 후추, 그리고 설탕과 마요네즈를 아주 조금 넣어 샐러드를 했습니다.
그릇에 담은 후 슬라이스된 아몬드를 올려줬어요.
그런데, 맛이 좀 이상해요...뭐가 잘못된 건지..단호박이 맛없는 건지..좀 특이한 냄새가 납니다.ㅠㅠ...
그나마 아몬드의 바삭바삭한 맛 때문에 억지로 먹기는 했지만요..

부추전은 기름을 좀 넉넉히 두르고 부쳐야하는 건데 식용유를 너무 아낀 탓인지..
너무 담백하다고 할까? 부침개의 느끼한 맛이 너무 없으니까..이것도 좀 이상하네요.
남은 부추전, 저녁에는 기름 넉넉히 두르고 다시 지질 거에요. 그러면 맛있을 것 같아요.

오이소박이는...예상보다 맛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문제는..오늘 점심에서야 비로소..그동안 오이소박이를 담그지 않았던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우리 집 식구들이 오이소박이를 좋아하지 않네요.
정말 살면서..식구들 그 누구로부터도 오이소박이 먹고 싶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 어머니는 그러시네요.."생오이 된장에 찍어 먹는 것 말고는 오이 안좋다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 집 식구들 오이소박이 국물도 떠먹고, 오이소박이도 베어물고 한 이유는...
제가 시도했던 웃기는 재료 때문입니다.
그 웃기는 재료란..바로 사과주스입니다.
사과주스를 넣었더니..국물이 시원하고, 오이소박이도 아삭아삭한 것 같아요.
물론 너무 많이 넣으면 안되죠. 너무 달달할 테니까요...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고르지 못한 일요일입니다.
나머지 시간도 명랑하게 보내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