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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생일 선물 - 김치

| 조회수 : 11,560 | 추천수 : 3
작성일 : 2016-10-14 14:34:52

#1

고구마줄기 꺾어 다듬는 일은 재밌기도 힘들기도 하다 .

하지만 매주 이일을 한다 . 물론 양이 많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

고구마 줄기를 소금물에 담가두고 외식하자는 H 씨 따라 나가 늦은 점심 먹었다 .

근처 산책까지 하고 돌아와 느지막이 김치 담갔다 . 고구마줄기 김치 .


절여진 고구마줄기 씻어 물기 빼고 부추와 쪽파 잘라 넣은 고춧가루 양념에 액젓 약간 넣고 버물버물 ,

몇 번 뒤적이니 고구마줄기 김치 완성이다 . H 씨에게 “ 좀 싱거운 것 같지 않아 ?” 라며 맛보였더니 ,

“ 괜찮은데 , 오히려 매운데 ” 한다 . 액젓 조금 더 넣고 남은 쪽파를 가운데 뭉뚝 손으로 잘라 다시 버무렸다 .

반찬통 하나쯤 나온 고구마 줄기 김치다 .

뒷정리하고 반찬통에 담긴 김치 보여주며 “ 선물 , 생일선물입니다 . 가을인데 새 김치하고 맛있는 밥 먹으라고 ” 했다 .

“ 진짜 ? 고마워요 .” 라며 H 씨 환하게 웃었다 .



 

#2

1 시간쯤 일찍 일어난 아침 . 전날 불려둔 팥을 넣고 찹쌀로 밥을 지었다 . 벽사의 마음의 담아 .

미역국은 목이버섯만 넣고 들기름에 볶다가 끓였다 . 심심하게 두부 부쳐내고 큼직하게 썬 호박도 볶았다 .

들깨가루 넣고 . 고구마줄기 김치와 함께 차린 생일날 아침이다 . 지금 보니 민망한 생일 밥상이다 .

그래도 H 씨 고맙다며 잘 먹어주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했다 .



 

#3

K 에게

 

‘ 지성이 강하고 신념이 약하면 말이 많고 반대로 신념이 강하고 지성이 약하면 독단에 빠지기 쉽다 ’ 는 말이 있다 .

공부하는 것과 자기성찰에 대한 금언이 아닐까 한다 . 아울러 사람 사귐에 기준일 수도 있고 .

사람들은 아는 만큼 신념을 갖고 실행하며 사람관계를 맺는다 .

하지만 아는 것에 비해 신념이 과하거나 성찰 없는 지식이 과해 신념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

이들을 일일이 구분하고 판단할 필요도 없고 구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일이다 .


하지만 누군가 꼭 판단해야 한다면 그 사람의 욕망을 보거라 .

왜냐하면 욕망을 신념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물론 너의 욕망을 신념으로 착각하고 포장하는 일이 없도록 늘 조심해야 하고 .

욕망을 신념으로 착각하면 집착하게 되고 그 집착이 빚은 행동을 옳은 것이라고 맹신하게 된다 .

사생활이든 사회적 공적 영역이든 마찬가지다 .

공부하면서 욕망을 신념으로 착각하고 그 차이를 지식으로 메꾸려고 하지 말거라 .

아침 , 저녁으로 날이 꽤 춥다 . 귀찮더라도 여러 겹의 옷으로 따뜻하게 입거라 .

 

사랑하는 K 야 !

오늘도 행복하렴 .


 

 

추신 ) 아재개그 하나 덧붙인다 .

 

제목 : 하늘을 가리는 법 – 리더편

리더는 우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본다 .

두 번째 즉각 눈을 감는다 .

셋 째 눈감고 두리번거리며 “ 뭐 ?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 뭐가 있다고 그래 !”

네 번째 “ 미래지향적으로 이 어둠을 걷어내려면 힘을 합쳐야 돼 , 자꾸 따지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 새벽은 반드시 오니까 ” 라고 주문을 외운다 .

.

.

별로 재미없었나 ?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초록발광
    '16.10.15 4:06 PM

    집에 같이 사는 사람이 심심해서 냉장고정리하고 재료들 이쁘게 요리해 소담한 그릇에 담아주며...선물이야..라고 말해주는 상상을 해봅니다....아, 이번 생엔 안될거야..라는 결론입니다 ;;;ㅎㅎ

    "하지만 누군가 꼭 판단해야 한다면 그 사람의 욕망을 보거라 .

    왜냐하면 욕망을 신념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

    저 대목에서 뉴스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어요. 그리곤 그들 이마에 어느 조폭아저씨들 문신처럼
    '차카게살자'라고 새겨주고 싶다는 시답잖은 바램을 가져봅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오후에
    '16.10.17 3:49 PM

    이마에 '차카게살자' ㅎㅎ 그 시답잖은? 바람 저도 해봅니다.
    자자(刺字)라는 형벌이죠.
    그런데 그 형벌 받고도 그 자리 계속 있게 되면 어쩌나요? ㅠ.ㅠ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는 말이 있습니다. 상상 계속해보소서. 뭐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심심하면 한번씩 상상해보세요. 또 누가 아나요? 결론이 바뀔지......

  • 2. 부관훼리
    '16.10.16 12:11 AM

    미역국 좋네요.
    고구마순으로 김치도 담는군요. 꿀꺽.

  • 오후에
    '16.10.17 3:53 PM

    고구마 줄기 뿐 아니라 김치는 거의 모든 것들로 담글수 있는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엔 고구마줄기와 갓을 섞어 김치를 해봤는데 이것도 괜찮더군요.
    대량으로 넘쳐나는 늙은 호박을 넣고도 한번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고구마순 김치는 비벼먹을 때 젤 맛있는 것 같습니다.

  • 3. 시간여행
    '16.10.17 10:58 AM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생일선물로 해주시고~
    남편은 선물을 기쁘게 받았으니 최고의 선물이었네요^^

  • 오후에
    '16.10.17 3:57 PM - 삭제된댓글

    말이 생일선물이지 딱히 작정하고 준비한 건 아닙니다.
    그래도 좋아해주고 잘 먹으니 기분 좋더군요.
    일주일만에 다 먹어 토요일 갓 좀 넣고 다시 한통 담갔답니다.

  • 오후에
    '16.10.17 3:57 PM

    말이 생일선물이지 딱히 작정하고 준비한 건 아닙니다.
    그래도 좋아해주고 잘 먹으니 기분 좋더군요.
    일주일만에 다 먹어 토요일에 갓 좀 넣고 다시 한통 담갔답니다.

  • 4. ilovemath
    '16.10.17 9:28 PM

    고구마줄기는 제 어린시절을 떠올리게합니다
    고구마줄기로 만든 음식을 많이 먹고자랐고, 껍질벗길때면 저도 한몫 거들곤 했거든요
    갈치조림에 들어간 고구마줄기가 전 너무 맛있었어요
    잊고있던 옛추억을 떠올리게 되네요
    생일 축하드려요

  • 오후에
    '16.10.21 5:46 PM

    고구마줄기 껍질벗기는 것에 대한 추억이 있죠.
    전 주로 도망갔습니다. 몇개 벗기다 온갖 핑계를 대고 도망갔던 기억이 나는데
    또 손끝이 까맣던 기억도 있으니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 5. 주니엄마
    '16.10.17 10:26 PM

    고구마줄기가 참 맛깔나 보입니다.
    해마다 손끝이 새까맣도록 까서 김치담그다 올해는 한번밖에 ...
    대신에 데쳐서 다 말리고 있답니다. 고구마는 줄기나 순이나 버릴게 없는것 같아요

  • 오후에
    '16.10.21 5:49 PM

    껍질 안 벗기고 살짝 데쳐서 김치담기도 합니다. 아직 고구마 안캐셨다면 한번해보세요.

  • 6. 분당댁
    '16.10.17 11:57 PM

    고구마줄기 김치 언젠가 꼭 한번 담궈보려합니다..ㅎㅎ 생일 축하드려요...

  • 오후에
    '16.10.21 5:47 PM

    껍질만 아니면 그냥 나물 무치듯이 쉽게 할 수 있답니다. 근데 별 맛은 없어요.

  • 7. 그래
    '16.10.19 11:21 PM

    부부가 나누는 대화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생신 축하드려요. 정갈한 밥상 배우고 갑니다.

  • 오후에
    '16.10.21 5:50 PM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길...

  • 8. ^^*
    '16.10.20 2:33 PM

    고구마줄기김치 담그는방법알려주세요

  • 오후에
    '16.10.21 5:53 PM

    김치처럼 담그면 됩니다. 무채안들어간다 정도 말곤 비슷해요. 취향대로 양파나 마늘 갈고 고추가루 버무려 액젓으로 간맞춰 담그시면 될듯합니다. 근데 큰 기대는 마세요 별맛없어요. 오래 먹을 수도 없고요. 그냥 몇끼니 별미입니다.

  • 9. 고독은 나의 힘
    '16.10.20 9:56 PM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고구마 줄기로 만든 모든 음식들이에요.. 고구마순 김치.. 햇나물.. 말린 나물...

    오늘도 따님에게 쓰신 편지 - 저에게 쓰신 편지로 해석하고 잘 읽고 갑니다.

    이편지는 언제나 한문장 한 단어씩 천천히 정독하게 되어요..

    나는 충분한 지성없이 신념만 가득한... 혹은 그것마저도 제 욕망이 신념이라고 착각하고 사는게 아닌가 하고 성찰해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오후에
    '16.10.21 5:54 PM

    고구마줄기 음식들 좋아하시는 구나. 말린 고구마순 불렸다가 볶아먹어도 맛있는데... 저도 급 땡기는데요. ㅎㅎ
    감사합니다.

  • 10. 테디베어
    '16.10.21 2:08 PM

    고구마줄기 김치 먹고 싶네요^^
    올해 저희 고구마는 잘 안자라네요~~ 줄기도 고구마도 ㅠㅠ

  • 오후에
    '16.10.21 5:55 PM

    어째 올해 고구마가 잘 안자랐을까? 너무 가물어서 그럴까요?
    고구마는 안자라도 줄기라도 마저 다 걷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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