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구마줄기 꺾어 다듬는 일은 재밌기도 힘들기도 하다 .
하지만 매주 이일을 한다 . 물론 양이 많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
고구마 줄기를 소금물에 담가두고 외식하자는 H 씨 따라 나가 늦은 점심 먹었다 .
근처 산책까지 하고 돌아와 느지막이 김치 담갔다 . 고구마줄기 김치 .
절여진 고구마줄기 씻어 물기 빼고 부추와 쪽파 잘라 넣은 고춧가루 양념에 액젓 약간 넣고 버물버물 ,
몇 번 뒤적이니 고구마줄기 김치 완성이다 . H 씨에게 “ 좀 싱거운 것 같지 않아 ?” 라며 맛보였더니 ,
“ 괜찮은데 , 오히려 매운데 ” 한다 . 액젓 조금 더 넣고 남은 쪽파를 가운데 뭉뚝 손으로 잘라 다시 버무렸다 .
반찬통 하나쯤 나온 고구마 줄기 김치다 .
뒷정리하고 반찬통에 담긴 김치 보여주며 “ 선물 , 생일선물입니다 . 가을인데 새 김치하고 맛있는 밥 먹으라고 ” 했다 .
“ 진짜 ? 고마워요 .” 라며 H 씨 환하게 웃었다 .
#2
1 시간쯤 일찍 일어난 아침 . 전날 불려둔 팥을 넣고 찹쌀로 밥을 지었다 . 벽사의 마음의 담아 .
미역국은 목이버섯만 넣고 들기름에 볶다가 끓였다 . 심심하게 두부 부쳐내고 큼직하게 썬 호박도 볶았다 .
들깨가루 넣고 . 고구마줄기 김치와 함께 차린 생일날 아침이다 . 지금 보니 민망한 생일 밥상이다 .
그래도 H 씨 고맙다며 잘 먹어주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했다 .
#3
K 에게
‘ 지성이 강하고 신념이 약하면 말이 많고 반대로 신념이 강하고 지성이 약하면 독단에 빠지기 쉽다 ’ 는 말이 있다 .
공부하는 것과 자기성찰에 대한 금언이 아닐까 한다 . 아울러 사람 사귐에 기준일 수도 있고 .
사람들은 아는 만큼 신념을 갖고 실행하며 사람관계를 맺는다 .
하지만 아는 것에 비해 신념이 과하거나 성찰 없는 지식이 과해 신념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
이들을 일일이 구분하고 판단할 필요도 없고 구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일이다 .
하지만 누군가 꼭 판단해야 한다면 그 사람의 욕망을 보거라 .
왜냐하면 욕망을 신념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물론 너의 욕망을 신념으로 착각하고 포장하는 일이 없도록 늘 조심해야 하고 .
욕망을 신념으로 착각하면 집착하게 되고 그 집착이 빚은 행동을 옳은 것이라고 맹신하게 된다 .
사생활이든 사회적 공적 영역이든 마찬가지다 .
공부하면서 욕망을 신념으로 착각하고 그 차이를 지식으로 메꾸려고 하지 말거라 .
아침 , 저녁으로 날이 꽤 춥다 . 귀찮더라도 여러 겹의 옷으로 따뜻하게 입거라 .
사랑하는 K 야 !
오늘도 행복하렴 .
추신 ) 아재개그 하나 덧붙인다 .
제목 : 하늘을 가리는 법 – 리더편
리더는 우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본다 .
두 번째 즉각 눈을 감는다 .
셋 째 눈감고 두리번거리며 “ 뭐 ?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 뭐가 있다고 그래 !”
네 번째 “ 미래지향적으로 이 어둠을 걷어내려면 힘을 합쳐야 돼 , 자꾸 따지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 새벽은 반드시 오니까 ” 라고 주문을 외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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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재미없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