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식구님들, 편안한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82식구님들이라도 편히 쉬셔요.ㅠㅠ
저는 그제 밤부터 집에 폭탄이 떨어져서 편안하게 쉬지도 못하고 있거든요.
무슨 폭탄이냐고요? 그것은 바로 고추폭탄!이지요. ㅎㅎㅎ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이웃에 사는 친구의 시어머니께서 지방에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고추를 두 가마니나 보내주셨대요. 일손이 부족한 시골에서 어르신들이 보내신거니까
뿌리채 뽑힌 고춧대랑 이파리랑 마구 섞인 가마니 두 개가 와서 친구도 당황했나봐요.
미안한 목소리로 고추 좀 줘도 되냐며...놀라지 말라며...쇼핑비닐 대자 사이즈에
꽉꽉 고추를 채워서 도망치듯 주고 갔습니다. (친구야, 고마와~^^)
혹!시나 저처럼 시댁이나 친정이나 이웃에게 고추를 한무더기 받으신 분들께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사진들을 올려봅니다. ^^
--------------------------------------------------------------------
고추꼭지가 시들었길래 우선 꼭지를 깨끗하게 따서 씻어서 가장 만만한 고추장아찌를 만들었어요.
간장1과 1/4컵, 물1컵, 식초3/4컵, 설탕3/4컵, 소주1/2컵을 넣어 끓이지 않고
설탕만 잘 녹여서 고추랑 통에 넣어주면 끝이에요.
빨간고추는 따로 씻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된장찌개 끓을 때 쓰기로 하고,
또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고추전을 처음으로 부쳐보았어요.
고추를 반으로 갈라서 씨를 빼고, 비닐봉지에 고추와 밀가루를 넣고 흔든다음,
갈은 돼지고기에 마늘, 양파다진것, 당근다진것, 대파, 소금, 후추를 넣어 반죽해서,
밀가루가 묻은 고추속에 반죽을 넣고, 밀가루와 계란물을 묻혀서 부치면 되더라구요.
고추의 매콤하고 아삭한 식감이 고소한 고기랑 만나서 맛이 꽤 좋았어요.
지글지글 고소한 기름내가 집안에 풍기면서 익어가고
고추전 부치는 김에 네 식구가 먹을 양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부쳐서,
식재료 고추를 제공한 친구에게 한 도시락 가져다 주었어요.
친구는 괜히 일거리를 주었다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놀면 또 뭐하겠습니까~^^
나머지 고추들은 송송 썰어서 냉동실에도 넣어놓고, 길쭉하게 썰어서 오징어채랑 볶기도 하고
쌈장에 찍어먹을 요량으로 한봉지 남겨놓기도 해서, 이제 갈무리가 좀 되나보다 싶었는데...
"신에게는 아직 지난 주에 정선으로 여행갔을 때 사온 더덕이 남아있사옵니다...." ㅠㅠ
정선 장에서 향이 좋고 값도 싸서 냉큼 한무더기 만원어치 사온 더덕이 절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새벽두시까지 재미없는 티브이를 보며 더덕을 까면서
다시는 이런 거 안 사올거야...다짐을 했지만 그 다짐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네요.^^
깨끗이 깐 더덕은 그냥 먹어도 정말 향기가 좋았어요.
고추장, 물엿, 다진마늘, 고추가루, 통깨, 참기름을 넣고 더덕무침을 만들었더니
아이들은 반찬으로 잘 먹고 남편은 막걸리를 사와서 안주로 먹더라구요.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돼지고기 앞다리살에 고추장 양념을 해서 볶아주고,
달큰한 무를 사서 소고기 듬뿍, 파 듬뿍 넣어 무국도 끓이고,
삼겹살에 고추장, 다진마늘, 후추, 물엿 조금 넣어서 고추장 삼겹살도 굽고,
3단 반찬통에 반찬도 채워 넣으며 바쁘게 먹고 살았네요.
오늘은 평범한 일상과는 조금 다른 날인, 남편의 생일이에요. ^^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남편은, 케이크의 촛불을 후 불어 끄면서
"왜 이렇게 초가 많냐~" 하면서 웃었어요.
스물 한살에 만났던 풋풋했던 동갑내기 청년이, 이제 마흔 여섯의 남자가 되었네요.
생일날 무슨 음식을 먹고 싶냐고 했더니, 코다리찜이 먹고싶다고 하네요.
무를 푹 무르게 익히고 코다리도 얼큰하게 졸였더니 맛있다고 잘 먹어서 감사했습니다.
쌀밥에 소고기미역국, 코다리찜이랑 잡채, 표고버섯전, 더덕무침, 동그랑땡으로
소박하게 생일날 점심상을 차렸어요.
남편의 일이 끝나는 밤 10시에 동네 횟집에서 쓴소주 한잔 부딪칠려구요. ^^
어젯밤, 일은 또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부녀회장님께서 저희집에 청양고추 한포대와 대파 한상자를 주고 가셨어요.ㅠㅠ
감사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저 식재료들을 어찌 처치해야 하나 또 고민이어요.
앙~~~ 저 어젯밤에도 고추 다듬고 파 갈무리하고 새벽 두시에 잤어요...ㅠㅠ
더운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며 허리 굽혀가며 지으신 농작물인 것을 알기에
고추 한개도 파 한뿌리도 허투루 버릴 수가 없답니다.
저는 지금 또 어떤 폭탄이 저희 집에 떨어질지 기대도 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땀이 밴, 고마운 폭탄이자 보고만 있어도 괜히 눈물나는 우리땅 우리 농작물 때문에요.
일단 파의 윗부분은 잘라서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파의 뿌리 부분은 베란다 화분에 심었어요.
남아있는 대파와 고추들은 어찌하면 좋을까요? ^^
사랑하는 82님들,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