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지치고 힘들 때 내게 기대 ~ ♬ ” 우연히 듣게 된 노랫말이다 .
키 큰 남자 가수가 부르는 이 노랫말에서 까닭 없이 오글거리는 옛 일이 떠올랐다 .
‘ 지치고 힘들 때 기대고 쉬어가라 ’ 고백하던 까마득한 시절 나의 작업멘트 !!!
‘ 기댔다가 같이 넘어지면 어떻게 하냐 ?’ 묻던 첫 사랑 . ‘ 걱정마라 ’ 큰소리치던 나 .
그런 시절이 있었다 . ‘ 지치고 힘들 때 잠시 기대고 쉴 수 있는 나무와 그늘이 되겠다 .’ 는 참으로 오글거리는 구라 .
하지만 온 정성을 담아 꼬시던 시절 . 사실 그 땐 자신 있기도 했다 .
이런 숲의 나무 같을 줄 알았다 .
지금은 어떠냐고 ? 다행히 같이 넘어지진 않았지만
‘ 나도 힘들어 , 조심해 !’ 를 연발하며 그냥저냥 그렇게 산다 .
때론 무심함을 반성하지만 막상 닥치면 또 적당히 모른척하며 회피하며 그렇게 .
‘ 너는 네 말을 , 나는 내말만 ’ 하는 때도 있고 ‘ 따로 또 같이 ’ 하는 때도 있고
각자인 듯 아닌 듯 그렇게 살아간다 .
#2
“ 집 앞에서 저녁 먹고 들어갑시다 . 밥 없잖아 !”
“ 밥은 있지 . 냉동 칸에 . 찬밥 끓여서 김치랑 먹을까 ?”
“ 그것도 좋지 !” 하며 긴 연휴를 보내고 집에 들어와 끓인 김치죽 .
그런데 실패다 . 밥이 덜 퍼졌다 . 국밥이라기엔 국물이 또 너무 없었다 .
찬밥부터 넣고 꽤 끓였는데도 밥알이 탱글탱글 살아 있더라 .
배고픔을 이길 수 없어 그냥 먹긴 했는데 . 뭐 죽으론 실패지만 맛은 있었다 .
몸 상태가 안 좋다던 H 씨도 ‘ 따뜻하게 잘 먹었다 ’ 는 평을 했으니 .
된장찌개 먹고 싶다는 H 씨와 비빔국수 먹자는 나 . 저녁에 대한 이견이다 . 이내 H 씨 ‘ 비빔국수도 괜찮다 .’ 한다 .
참 이상한 일이다 . 비빔국수가 그렇게 땡겼는데 , 막상 부엌에선 된장찌개를 끓였다 .
두부 반모와 늙은 호박 적당히 크기로 썰어 넣고 고구마 줄기도 한줌 넣었다 .
달달한 듯 심심하게 훌훌 마실 수 있는 뜨끈한 국물의 된장찌개다 .
훌훌 마시기 좋게 된장도 채에 걸러 풀었다 .
마지막 간은 매콤한 맛을 위해 고추장아찌 간장으로 했다 .
냉장고에서 살짝 얼어버린 호박 한 덩이는 숭덩숭덩 썰어 고추장과 고춧가루 풀어 볶듯이 지졌다 .
호박잎과 가지무침까지 한상차림이다 .
#3
더운 곳으로 여행길
밖은 덥고 실내는 에어컨에 너무 노출되어 힘들다며 한국 음식을 찾는다 .
어느 백화점 푸드 코트에서 비빔밥을 시켜 먹는 H 씨와 달리 나는 .
베트남 음식점 앞에 섰다 . tom yum 이란 메뉴가 눈에 띈다 .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 음 ~ 그리운 맛이야 ’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
나도 덥긴 더웠나 보다 . 전에 여행 중에 더위 먹고 쓰러지기 직전 ,
시골식당서 저 뜨끈한 국물 먹고 살아났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 보니 .
#4
같이 해도 좋고 따로도 좋고
굳이 기대지 않아도 지긋이 봐줄 수 있었으면
아니 서로 봐주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았으면 한다 .
담담하고 담백하게 서로 삶을 채워가는 걸
이웃처럼 봐줬으면 좋겠다 .
지치고 힘들어 기대면 피하지는 않지만
내게 기대라 하지 않으련다 .
기대하지도 않으련다 .
사이프러스처럼 서 있기만 하련다 .
쓰러질 때까지 .
무심히
무심함을 참회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