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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솔이네 설렁설렁 추석연휴 보낸 이야기

| 조회수 : 14,059 | 추천수 : 6
작성일 : 2016-09-21 01:53:34

사랑하는 82쿡 식구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 시기 힘드셨죠?

여름내내 무더위때문에 한참 고생했는데, 날이 좀 선선해서 살만하다 했더니

전국에서 들리는 지진 피해소식에 맘 편히 살 수가 없는 요즘이네요.

부디 더이상의 피해없이, 무사하고 평안하시기를 두손모아 기원합니다.


키톡에 추석 지낸 이야기가 올라올 법도 한데 다들 조용하신 것 같아서,

추석연휴에 특별한 일도, 수고한 일도 없는 솔이네집의 심심한 추석 소식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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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시댁은 기독교 집안인데다가, 재작년에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설이나 추석같은 큰 명절에도 제사없이 단촐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이번 추석은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하고 남편하고 상의했는데,

집근처에 취사가 가능한 공원에서 고기를 굽는 것에 뜻을 모았어요.

추석 전날, 시어머니께서 일산으로 오시고 저는 음식을 준비해서 공원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어요.


삼겹살, 장어, 북어찜, 잡곡밥, 파무침, 된장찌개, 깻잎장아찌, 김치, 라면, 밑반찬 등을 준비했죠.


장어는 후배녀석이 추석선물로 보내준 것인데, 두마리만 구워먹고 아껴두었다가

시어머니 맛 보시라고 공원에서 남은 장어를 구웠어요.

쫄깃하고 두툼해서 맛있다고 좋아하시더라구요. 덩달아 기분 좋아졌지요.




아들은 스마트폰 삼매경, 엄마는 왔다갔다 상차리고, 아빠는 고기굽는 흔한 풍경.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공원이 있으니까 좋네요.

시어머니께서도 야외에 나와서 고기를 구워먹으니까 참 좋다고 하셨어요.

돌아가신 아버님 이야기, 음식 준비하느라 수고했다는 이야기 등을 나누며

얼추 점심식사를 마무리하고 있는 와중이었는데....




갑자기 예보에도 없던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아놔!!!

큰 아이는 버너를 챙기고, 작은 아이는 음식물을 한쪽으로 모으고

엄마랑 아빠는 짐들을 가방에 챙기며 다들 최대한 빨리빨리 자리를 정리했어요.

들고온 짐을 챙겨서 차에 타고 한숨 돌리려는 순간! 해가 쨍!하고 비춥디다....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님이랑 과일도 먹고 차도 마시다가

어머님은 세시쯤 댁으로 돌아가신다고 일어나셨어요.

저번에 엄마가 주신 만병통치 버섯(사실은 안만병통치 버섯인 은이버섯^^)이랑

함께 넣고 끓여드시라고 대추랑 생강을 챙겨드리고, 선물받은 맛있는 사과랑

북어찜, 농약 안 친 대파랑 용돈도 가방에 넣어 드렸지요. ^^


어머니께서 떠나시니 다시 심심해진 저희 부부는 구일산시장으로 구경을 나갔어요.

명절 대목이라 과일집이랑 떡집, 전집, 족발집 등에 사람들이 북적이더라구요.

3일,13일,23일, 8일, 18일, 28일마다 열리는 5일장도 볼만 하답니다. ^^



이날 가장 손님이 많았던 전집.

아~ 나도 전 좋아하는데... 차례를 안 지내니 전 한조각을 못먹어봤답니다.


두번째로 손님이 많았던 떡집. 송편 1키로에 만원씩 하는 것 같았어요.

뜨끈뜨끈한 송편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지는 느낌~~^^



추석날 아침에 가족이 오랜만에 조조영화를 한편 보고

친정부모님을 만나러 부지런히 서울로 갔지요.

엄마가 준비하신 음식은 다 맛있어요.

불고기에 죽순을 넣어서 함께 볶은 것이 그렇게 맛있더라구요.




엄마랑 함께 밥상을 차리는데, 엄마가 저한테 미안해하셨어요.

"엄마가 이번에는 너무 힘들어서 갈비찜도 못했어. 애들 좋아하는 게장도 못무치고..."


친정 밥상이 이런 적이 없었는데...그릇이 다 다르고 구색은 안맞아도,

소갈비찜이랑 해파리 냉채랑 양념게장 같은 것은 안빠졌었는데...


16년째 친정아버지 중풍 병수발하느라 힘든 울엄마...

이번엔 차례상 준비와 음식 준비가 좀 많이 힘드셨나봐요.

'미안하긴 엄마가 왜 미안해... 내가 미안해, 엄마.'


소갈비찜이랑 해파리 냉채랑 양념게장은 없어도,

불고기에 탕국, 잡채, 북어찜에 더덕무침, 나박김치, 고추조림, 깍두기 등

입에 쫙쫙 달라붙는 맛난 반찬들 뿐인데도,

식사하는 내내 엄마의 수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일상.

아이들을 꼬드겨서 미뤄두었던 대청소를 하고.

(얘들아, 꾀안부리고 끝까지 청소를 끝내줘서 고마워~

정리할 게 넘 많아서 난 너희들이 도망가버릴줄 알았숴~^^)


 


집에 먹을 게 없길래 닭볶음탕을 한솥 끓여서 청소하느라 애쓴 남자 세명에게 먹이고



남편이랑 동네 단골 회집에서 물회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추석연휴를 정리합니다.




명절이 누구에게는 즐겁고, 누구에게는 괴롭겠지요.

누구에게는 기다려지는 날이고, 누구에게는 참기 힘든 날이 될 수도 있겠구요.


82식구님들, 추석. 잘 보내셨나요? ^^

혹시 추석에 일도 많이 하시고 스트레스 때문에 견디기 힘든 날들을 보내셨다면

그 시간의 딱 두배만큼 행복한 일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추석 전날 제사지내고, 추석 명절 쇠고, 추석 다음다음날 시아버지 생신 차린

사랑하는 내 여동생아, 부디 너도 그러길 바란다...ㅎㅎㅎ)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찬미
    '16.9.21 9:57 AM

    솔이엄마님이 오시니 82도 명절 분위기가 나는듯하네요ㅎㅎ
    솔이엄마님의 솜씨가 친정 엄마로부터 물려받은거였군요

    - 에너지 ,음식들, 사랑하는 마음 등등 -
    글 올리실때마다 감사히 자극받고 도전받고 가는 한사람입니다^^

  • 솔이엄마
    '16.9.29 10:03 AM

    찬미님~~~~~^^
    늦은 인사지만 추석은 잘 쇠셨죠? ^^
    아침저녁으로 찬바람때문에 오슬오슬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2. 홍선희
    '16.9.21 10:06 AM

    솔이엄마님~
    고기굽기? 가능한 공원은 어디인가요 ㅎㅎ
    저도 시가가 일산인데 이런장소 알아두면 좋을듯해서요
    일산시장 전집하고 떡집 저도 가봤네요 코스가 비슷하네요

  • 솔이엄마
    '16.9.29 10:08 AM

    홍선희님~~^^ 반가워요~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저 곳은 하나로클럽 고양점 근처에 있는 피크닉공원이에요.
    식구들끼리 먹을 것 싸가지고 가서 반나절 놀다오기 좋더라구요.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찍 가셔서 자리를 잡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3. 프리스카
    '16.9.21 10:10 AM

    친정엄마 고생 많으시네요.
    가족들 챙기지 못해 미안해하시지만
    죽순 넣은 불고기 하나만 있어도 맛있겠네요.
    가족 모두 건강히 잘 사는 게 가장 큰 복인듯 싶습니다.

  • 솔이엄마
    '16.9.29 10:13 AM

    프리스카님~~~~~^^
    늦었지만 추석은 잘 보내셨지요? ^^
    따뜻한 댓글 감사해요.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4. 미란다
    '16.9.21 1:15 PM

    명절에 혼자 차례준비 하느라 힘들었는데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저도 저렇게 차례상대신 다른방식으로 가족들과 명절 보내는걸 꿈꿔봅니다.

  • 솔이엄마
    '16.9.29 10:16 AM

    미란다님~~~~~~ ^^
    혼자 차례준비하시느라 힘드셨겠어요... 우째...
    제사도 없지만 가진 것도 없는 집안으로 시집가서 좋은 건 딱 명절때뿐이네요. ^^
    (어머, 남편아 시댁 디스 미안)
    힘들게 애쓰시는 만큼 나중에 복 받으실거에요. ^^
    오늘도 좋은 날 되시구요~~~^^

  • 5. 루이제
    '16.9.21 3:00 PM

    아이디어 좋았어요.
    참 좋은 날들이죠..요즘, 가족모두와 야외에서의 피크닉, 바베큐,
    추석에,.제사 없이 명절을 보내면,,이렇게 가볍게 보낼수도 있겠구나...하고 부러워하며 읽다가,
    마지막 여동생님 일상을 읽어보고,,겸손한 자세로 돌아갑니다.

  • 솔이엄마
    '16.9.29 10:19 AM

    루이제님~~~~^^
    늦었지만 추석명절은 잘 보내셨어요?
    저희는 제사가 없으니까 명절이 부담스럽지가 않긴 해요.
    그런데 딱! 명절때만 좋아요. ㅎㅎㅎ
    가을볕이 좋네요. 이제 얼른 씻고 집안 정리 좀 한다음에 출근해야겠어요.
    루이제님, 오늘도 좋은 날 되시구요. 행복하소서!!!

  • 6. hangbok
    '16.9.21 7:43 PM

    오랜만이에요! 사진 구경 잘 하고 글도 잘 읽었어요. 아이들이 그사이 더 훌쩍 큰 느낌이네요.
    시장가서 이것 저것 사 먹고 싶네요. 시장에서는 뭐든 푸짐~~~하게 든든하게 사먹을 수 있는 것 같고, 진짜 활기가 느껴 져서 좋아요.
    좋은 하루 되세요!

  • 솔이엄마
    '16.9.29 10:22 AM

    행복님~~~~^^
    잘 보셨어요. 큰아이랑 작은아이랑 다 쑥쑥 자라고 있어요.......
    둘다 80키로가 넘어요... 키도 180, 175로 달려가고 있구요. ㅎㅎㅎ
    이제 제가 음식을 그만 열심히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생각중이어요.ㅎㅎㅎ
    가을볕이 좋아요. 오늘은 동네공원 벤치에서 십분 정도 앉아있다가 출근해야겠어요.
    행복님도 오늘 행복한 하루 되세요~^^

  • 7. 빨간망토차차
    '16.9.22 11:21 PM

    음식사진 침고이네요~~
    푸근하고 행복한 시간이었겠어요^^

  • 솔이엄마
    '16.9.29 10:23 AM

    빨간망토차차님~~~~^^
    늦었지만 추석은 잘 보내셨죠?
    따뜻한 댓글 감사해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8. 고독은 나의 힘
    '16.9.27 3:50 AM

    오호홍.. 이런 명절도 괜찮네요.. 가족들 모여서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있는 명절인데.. 이런 문화.. 확산되어야 합니다..^^

  • 솔이엄마
    '16.9.29 10:25 AM

    고독님~~~
    어여쁜 둘째따님 출산하셨다는 소식 들었어요~~~~
    부러와라~~~~~~~~~~~~~~~~~ㅠㅠ
    둘째 낳았을 때 몸조리 잘 해야 하는거 아시죠?
    몸조리 잘 하시고 완쾌되시면 더 자주 뵈요!!!
    오늘도 좋은 날!!!

  • 9. 시간여행
    '16.9.27 11:42 PM

    언제나 화목함이 넘쳐나는 정겨운 솔이네 이야기는 항상 추천 꾸욱~!!!

    이 밤에 닭복음탕 사진을 보니 몹시 배가 고파지네요~^^

  • 솔이엄마
    '16.9.29 10:26 AM

    시간여행님~~~^^
    화목하다가도 살벌하고 그렇죠 뭐. ^^
    추천 감사합니다. ^^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구요.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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