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국은 아침에 일어나서 만들어도 되지만, 이것저것 반찬은 미리 만들어놓지 않으면, 굼뜬 손놀림으로 손님을 기다리게 할 수도 있고, 또 식사가 아닌 다른 손님 대접에 소홀하기 쉬우니까, 반찬 몇 가지를 미리 만들어 두었습니다.
사실, 평소에도 저는 주말에 반찬을 여러 가지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밥만 그 때 그 때 해먹어요. 심지어 밥조차 매일 못하고 밥솥에 며칠씩 넣어두고 먹기도 한답니다. (민망민망...)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여기 훌륭하신 선배님들께 고해성사를 조금 더 하고 싶어요.
저는 맞벌이 주부랍니다. 지금은 방학이라 여유를 즐기고 있지만, 학기 중에는 행주 빨아 쓰는 것조차 버거워서 한 번 쓰고 버리는 키친타올을 사용해요.
직접 행주를 만들어서 뽀얗게 삶아서 쓰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그리고 환경오염시켜서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더 내공이 쌓이면 키친타올 사용을 줄여가겠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가족들의 아침상을 준비하시는 선배님들, 저를 부디 용서하세요.
남편 아침밥은 열에 아홉 번은 남편이 차려 먹고, 저는 아침을 안먹어요. 그나마 요즘엔 아들 아이 때문에 토스트나 팬케익을 가끔 만들어 준답니다.
제가 요즘에 올리는 음식 사진 보시고서 부지런하다고 칭찬해 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하고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방학 동안에나 이렇게 하지, 학기 중에는 정말 형편없는 주부랍니다.
하지만, 키친토크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위안과 용기도 얻고요.
직장 다닌다고 저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서 남편과 아이에게 "내가 이만하면 되었지, 뭘 더바래?" 하는 교만한 생각을 한 적이 많았는데, 여기서 훌륭하신 님들을 보고 배우면서 "조금 더 수고를 들이면, 내 남편, 내 아들이 이렇게 건강하고 행복해 지는구나" 하고 깨우친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려요 ^__^
자, 그럼 반찬 몇 가지 만들어 볼께요.
사진은 다음 블로그에 올린 것을 링크했으니, 이젠 시간에 상관없이 보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청경채가 좋아보여서 사왔지요. 꼭지에 붙은 부분 안쪽에 흙이 묻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꼭지를 따서 흐르는 물에 잘 씻었어요. 안쪽의 어린 잎은 꼭지 채로 흔들어 씻었구요.
전자렌지에 뚜껑을 덮고 1분을 돌렸더니, 약간 숨만 죽은 정도네요.
아래위로 한 번 뒤집어주고 다시 2분을 더 돌렸어요.
된장으로 간을 하고, 다른 양념도 조금씩 넣어서 맛을 만들어갑니다.
한국에서 즐겨먹던 풋배추 무침과 비슷한 생김새와 맛인 것 같아요.
전자렌지에 채소를 데치면, 다른 그릇에 옮길 필요없이 그대로 양념을 넣어 무칠 수도 있고, 그래서 설겆이도 줄고, 다른 요리와 함께 진행할 수도 있어서 저는 자주 사용합니다.
이번엔 숙주나물을 무치려구요.
뚜껑이 들릴 정도로 부피가 크지만, 4분을 돌린 후에는 숨이 폭 죽어서 줄어든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드시는지 모르지만, 저희 엄마는 숙주나물을 무칠 때 식초와 설탕을 넣어서 새콤달콤하게 해주시곤 했어요.
다진 파와 소금, 참기름, 깨도 넣었어요.
오동통하니 잘 무쳐진 것 같죠?
날라리 주부가 잔꾀를 부려, 잘라서 냉동된 연근을 샀어요.
봉지에 메이드 인 인디아 라고 되어있는데, 인도 사람들도 연근을 즐겨 먹나봐요.
냄비에 들이붓고, 저염간장, 물엿, 마늘가루, 후추를 넣었던 것 같아요.
간단하게 또 한 가지 반찬 완성
고사리 나물도 일본제 봉지 물고비로 만들기로 했어요.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먼저 볶아서 매운 맛을 없애 주어요.
물고비를 볶다가 들깨가루를 듬뿍 뿌려주었어요.
모든 나물 요리에 들깨가 들어간 것을 좋아하시는 한국에 계신 엄마 생각이 나서, 한 스푼 넣을 것을 두 스푼 더 떠넣었죠.
물고비 나물까지 모두 네 가지 반찬을 새로 만들었네요.
그리고 김치 냉장고에서 잘 익은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를 올리면 그럭저럭 먹을만한 밥상이 되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