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적 친구인데 대학교 졸업 이후로 소식만 전해 듣고, 직접 만나지는 못했던 친구라며, 만날 것을 설레어하는 남편을 보니, 덩달아 저도 신이 나서 설레발을 치며 손님맞이 준비를 했어요.
일단 시장을 봐왔죠.
집에 있는 재료들을 감안해서 꼭 필요한 것만 샀어요. 여름이라 자칫하다간 아까운 음식 재료를 버리게 되기 십상이니까요.
카나페 만들려고 크랙커, 치즈, 그리고 처음 사본 소세지가 보이네요. 페퍼로니인 줄 알았는데, "썸머 소세지" 라고 써있었어요. 감자와 양파는 손님상에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냉장고에 기본적으로 항상 쟁여두는 것이라 샀어요.

그 다음엔 후다닥 냉동실/냉장실에 넣을 것부터 집어넣고, 꽃을 꽂았어요. 식탁이 조금 부실할까 염려될 때 저는 꽃을 꽂아둔답니다. 사실, 요즘 굶주림을 벗어나려고 식사하는 사람은 드물지요? 특히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식사는, 위장을 채우는 것 보다도, 즐거운 분위기 연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한 다발에 3.99 달러 밖에 안하는 싼 값에 반해서, 오랜만에 꽃을 샀더랍니다.

다음 순서는 후식 준비.
사실, 손님이 와서 함께 이야기하며 밥을 먹다가, 일어나서 과일 씻고 깎고 하려면 아무래도 흥이 좀 깨어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늘 후식을 바로 꺼내 먹을 수 있게 미리 준비하는 편이예요.
복숭아가 제 철이라 싸고 싱싱하더군요. 껍질을 안깎은 건 천도복숭아 (넥타린), 껍질을 깎은 건 황도 (옐로우 피치) 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는 식혜를 시작했어요.
고두밥이 되도록 물을 잡고 흰 쌀밥을 앉히고, 밥이 되는 동안에 엿기름 가루를 물에 개어서 가라앉힙니다.

전기밥솥에 밥이 다 될 무렵이면 엿기름 물이 이렇게 맑고 노랗게 되어요.

그러면 아래에 가라앉은 엿기름이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윗물을 밥에다가 부어주어요. 그리고 예닐곱 시간 보온에 두고 기다렸다가 큰 솥에 옮기고, 물을 조금 더 추가하고, 설탕은 원하는 만큼 넣어서 끓이고 식히면 식혜 완성.

바닐라 퍼프와 치즈케익은 냉동실에 넣어 두었으니, 이만하면 후식은 준비가 다 된 것 같지요?
그럼 오늘 저녁 메인 음식인 삼계탕을 준비하겠습니다.
곁다리로 새는 이야기를 하나 할까요?
신혼 시절, 제 남편은 삼계탕이 무척 하기 어려운 음식인줄 알았더랍니다. 그리고 김밥은 "간단히" 만들어서 한 끼 해결하는 음식인 줄 알고요.
제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돈을 주고 사먹을 때, 김밥은 한 줄에 천 원이면 되는 싼 음식이고, 삼계탕은 복날에나 먹는 귀한 음식이고, 음식값도 김밥의 몇 배로 비싸고 하니, 남편의 기억과 인식 속에서 실제 요리 난이도와 정반대되는 음식으로 남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저는 김밥이 얼마나 만들기 번거로운 음식인지를 열심히 가르쳐주었으나, 삼계탕 만들기의 쉬움은 절대 발설하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온갖 생색을 내며 자주 만들어 주었죠
난 여우같은 마누라니까요... ^__^
자, 그럼 닭을 손질해 봅시다.
지방이 많은 껍질을 벗겨내고, 먹을 것 없는 날개 끝과 너무 기름진 꽁지는 잘라내겠습니다.

어른 네 명과 남자 고등학생 한 명이 먹을거니까 영계 네 마리면 되겠지요? 인삼과 대추, 마늘을 넣고 물을 넉넉히 부었습니다. 찹쌀은 건진 불림을 하구요. 마른 불림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가요? 암튼, 찹쌀은 물에 오래 담궈놓지 말고, 씻어서 체에 받쳐 둡니다. 이것은 저만의 비법! 호호호

삼사십 분 정도 끓으면 이렇게 제법 육수가 우러나오지요.

그러면 육수를 조금 덜어내서 따로 찰밥을 짓습니다.
찹쌀이 육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흡수해서 제 맛을 내라고, 쌀을 담궈서 불리지 않았던 것이었지요.

이렇게 육수로 지은 밥이 완성될 때까지도 삼계탕은 옆자리에서 여전히 싸우나 중입니다.

그릇에 담을 때 밥을 담고, 그 위에 삼계탕을 뜨면 되는데, 손님맞이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 사진이 없네요.
삼계탕은 한그릇 음식이라 다른 반찬이 필요없지만, 그래도 손님맞이 밥상인데 싶어서 전을 조금 부쳐보았어요.
저희 동네에 매주 오시는 생선장수 아주머니 (이곳 사람들이 정말로 "피쉬 레이디"라고 불러요 ^__^) 한테서 손질된 대구를 샀어요. 매주 화요일이면 놀스캐롤라이나 항구에 가서 갓잡은 생선과 해산물을 도매해서 심심산골인 저희 동네에 냉동차로 판매하러 오시는데, 생선이 얼마나 싱싱한지, 살이 아주 꼬들꼬들하답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소금을 살짝 쳐두고 다른 전 거리를 준비해요.

다진 쇠고기는 저희 동네 가까운 농장에서 풀만 먹이고 방목해 키워 잡은 것입니다. 일 년에 한 번씩 4분의 1 마리를 사서 지하실 냉동고에 넣고 먹으면, 가게에서 사다먹는 것 보다 훨씬 싸답니다.
파와 당근을 다지고, 노랗게 보이는 것은 집에서 두유를 만들고 남은 비지를 얼려두었던 것이예요. 두부 대신에 넣었지요.
아, 물론 두유는 두유제조기가 만들고, 두유제조기는 남편이 작동시킵니다. 저는 설겆이만... ^__^

친하게 지내는 한국분이 손수 키워서 나눠주신 깻잎을 씻어서 준비하고, 지난 주말에 한국 마트에 가서 사온 한국 고추를 반으로 갈라서 씨를 털었습니다.
초록 주머니엔 은돈이 스무 냥, 빨간 주머니엔 금돈이 스무 냥... 하던 어릴 적 수수께끼가 생각났어요 ^__^

보라돌이맘님께서는 후라이팬 두 개를 놓고 한꺼번에 전을 부치신다는데, 저는 내공이 모자라서 전기 후라이팬을 쓴답니다. 팬이 넓으면 일이 편하고 빨리 끝나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니까요.

이 날 저녁엔 삼계탕과 전을 먹었지만, 다음날 아침에 먹을 밑반찬 몇 가지도 미리 만들었어요.
하지만 오늘은 요기까지만 쓸래요.
그래야 제 글이 덜 지겨워질 것 같아서요.
아참, 이번에도 제 사진이 잘 안보이시면, 미리 죄송합니다.
여기 82쿡 닷 컴에서 글을 읽으시는 분이 엄청나게 많은가봐요. 제 홈페이지의 트래픽 한도가 금새 차버려서 오후 시간 즈음에는 더이상 사진을 보여주지 않더라구요.
제가 남편 시켜서 어떻게 좀 고쳐보라고 해볼께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