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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손님맞이 이야기

| 조회수 : 7,684 | 추천수 : 75
작성일 : 2010-07-19 12:16:59
남편의 친구 가족이 멀리서 방문하셨어요.
고등학교적 친구인데 대학교 졸업 이후로 소식만 전해 듣고, 직접 만나지는 못했던 친구라며, 만날 것을 설레어하는 남편을 보니, 덩달아 저도 신이 나서 설레발을 치며 손님맞이 준비를 했어요.

일단 시장을 봐왔죠.
집에 있는 재료들을 감안해서 꼭 필요한 것만 샀어요. 여름이라 자칫하다간 아까운 음식 재료를 버리게 되기 십상이니까요.
카나페 만들려고 크랙커, 치즈, 그리고 처음 사본 소세지가 보이네요. 페퍼로니인 줄 알았는데, "썸머 소세지" 라고 써있었어요. 감자와 양파는 손님상에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냉장고에 기본적으로 항상 쟁여두는 것이라 샀어요.
cook01.jpg

그 다음엔 후다닥 냉동실/냉장실에 넣을 것부터 집어넣고, 꽃을 꽂았어요. 식탁이 조금 부실할까 염려될 때 저는 꽃을 꽂아둔답니다. 사실, 요즘 굶주림을 벗어나려고 식사하는 사람은 드물지요? 특히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식사는, 위장을 채우는 것 보다도, 즐거운 분위기 연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한 다발에 3.99 달러 밖에 안하는 싼 값에 반해서, 오랜만에 꽃을 샀더랍니다.
cook02.jpg

다음 순서는 후식 준비.
사실, 손님이 와서 함께 이야기하며 밥을 먹다가, 일어나서 과일 씻고 깎고 하려면 아무래도 흥이 좀 깨어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늘 후식을 바로 꺼내 먹을 수 있게 미리 준비하는 편이예요.
복숭아가 제 철이라 싸고 싱싱하더군요. 껍질을 안깎은 건 천도복숭아 (넥타린), 껍질을 깎은 건 황도 (옐로우 피치) 입니다.
cook03.jpg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는 식혜를 시작했어요.
고두밥이 되도록 물을 잡고 흰 쌀밥을 앉히고, 밥이 되는 동안에 엿기름 가루를 물에 개어서 가라앉힙니다.
cook04.jpg

전기밥솥에 밥이 다 될 무렵이면 엿기름 물이 이렇게 맑고 노랗게 되어요.
cook05.jpg

그러면 아래에 가라앉은 엿기름이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윗물을 밥에다가 부어주어요. 그리고 예닐곱 시간 보온에 두고 기다렸다가 큰 솥에 옮기고, 물을 조금 더 추가하고, 설탕은 원하는 만큼 넣어서 끓이고 식히면 식혜 완성.
cook06.jpg

바닐라 퍼프와 치즈케익은 냉동실에 넣어 두었으니, 이만하면 후식은 준비가 다 된 것 같지요?
그럼 오늘 저녁 메인 음식인 삼계탕을 준비하겠습니다.

곁다리로 새는 이야기를 하나 할까요?
신혼 시절, 제 남편은 삼계탕이 무척 하기 어려운 음식인줄 알았더랍니다. 그리고 김밥은 "간단히" 만들어서 한 끼 해결하는 음식인 줄 알고요.
제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돈을 주고 사먹을 때, 김밥은 한 줄에 천 원이면 되는 싼 음식이고, 삼계탕은 복날에나 먹는 귀한 음식이고, 음식값도 김밥의 몇 배로 비싸고 하니, 남편의 기억과 인식 속에서 실제 요리 난이도와 정반대되는 음식으로 남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저는 김밥이 얼마나 만들기 번거로운 음식인지를 열심히 가르쳐주었으나, 삼계탕 만들기의 쉬움은 절대 발설하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온갖 생색을 내며 자주 만들어 주었죠
난 여우같은 마누라니까요... ^__^

자, 그럼 닭을 손질해 봅시다.
지방이 많은 껍질을 벗겨내고, 먹을 것 없는 날개 끝과 너무 기름진 꽁지는 잘라내겠습니다.
cook07.jpg

어른 네 명과 남자 고등학생 한 명이 먹을거니까 영계 네 마리면 되겠지요? 인삼과 대추, 마늘을 넣고 물을 넉넉히 부었습니다. 찹쌀은 건진 불림을 하구요. 마른 불림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가요? 암튼, 찹쌀은 물에 오래 담궈놓지 말고, 씻어서 체에 받쳐 둡니다. 이것은 저만의 비법! 호호호
cook08.jpg

삼사십 분 정도 끓으면 이렇게 제법 육수가 우러나오지요.
cook09.jpg

그러면 육수를 조금 덜어내서 따로 찰밥을 짓습니다.
찹쌀이 육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흡수해서 제 맛을 내라고, 쌀을 담궈서 불리지 않았던 것이었지요.
cook10.jpg

이렇게 육수로 지은 밥이 완성될 때까지도 삼계탕은 옆자리에서 여전히 싸우나 중입니다.
cook11.jpg

그릇에 담을 때 밥을 담고, 그 위에 삼계탕을 뜨면 되는데, 손님맞이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 사진이 없네요.

삼계탕은 한그릇 음식이라 다른 반찬이 필요없지만, 그래도 손님맞이 밥상인데 싶어서 전을 조금 부쳐보았어요.

저희 동네에 매주 오시는 생선장수 아주머니 (이곳 사람들이 정말로 "피쉬 레이디"라고 불러요 ^__^) 한테서 손질된 대구를 샀어요. 매주 화요일이면 놀스캐롤라이나 항구에 가서 갓잡은 생선과 해산물을 도매해서 심심산골인 저희 동네에 냉동차로 판매하러 오시는데, 생선이 얼마나 싱싱한지, 살이 아주 꼬들꼬들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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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소금을 살짝 쳐두고 다른 전 거리를 준비해요.
cook27.jpg

다진 쇠고기는 저희 동네 가까운 농장에서 풀만 먹이고 방목해 키워 잡은 것입니다. 일 년에 한 번씩 4분의 1 마리를 사서 지하실 냉동고에 넣고 먹으면, 가게에서 사다먹는 것 보다 훨씬 싸답니다.
파와 당근을 다지고, 노랗게 보이는 것은 집에서 두유를 만들고 남은 비지를 얼려두었던 것이예요. 두부 대신에 넣었지요.
아, 물론 두유는 두유제조기가 만들고, 두유제조기는 남편이 작동시킵니다. 저는 설겆이만... ^__^
cook28.jpg

친하게 지내는 한국분이 손수 키워서 나눠주신 깻잎을 씻어서 준비하고, 지난 주말에 한국 마트에 가서 사온 한국 고추를 반으로 갈라서 씨를 털었습니다.
초록 주머니엔 은돈이 스무 냥, 빨간 주머니엔 금돈이 스무 냥... 하던 어릴 적 수수께끼가 생각났어요 ^__^
cook29.jpg

보라돌이맘님께서는 후라이팬 두 개를 놓고 한꺼번에 전을 부치신다는데, 저는 내공이 모자라서 전기 후라이팬을 쓴답니다. 팬이 넓으면 일이 편하고 빨리 끝나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니까요.
cook30.jpg

이 날 저녁엔 삼계탕과 전을 먹었지만, 다음날 아침에 먹을 밑반찬 몇 가지도 미리 만들었어요.
하지만 오늘은 요기까지만 쓸래요.
그래야 제 글이 덜 지겨워질 것 같아서요.

아참, 이번에도 제 사진이 잘 안보이시면, 미리 죄송합니다.
여기 82쿡 닷 컴에서 글을 읽으시는 분이 엄청나게 많은가봐요. 제 홈페이지의 트래픽 한도가 금새 차버려서 오후 시간 즈음에는 더이상 사진을 보여주지 않더라구요.
제가 남편 시켜서 어떻게 좀 고쳐보라고 해볼께요.

좋은 하루 되세요~~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윤주
    '10.7.19 12:51 PM

    정성 어린 메뉴에 손님들 즐거우셨겠어요.....이 더운 여름에 손님 치르시느라 수고 많으셨네요.

  • 2. 만년초보1
    '10.7.19 1:28 PM

    개인 계정이신가봐요. 개인 호스팅 서버로는 82cook 트래픽 감당 못해요. ^^
    paran.com에 가입해서 사진 올린 후 링크 거세요~
    와우, 전을 참 푸짐히도 부치셨네요. 디게 부지런하신 가봐요.

  • 3. 미주
    '10.7.19 1:33 PM

    더운 여름날 고생이 많으셨군요.
    진짜 오늘 보통이 아닌분들이 왜이리 많은겁니까!!

  • 4. 옥당지
    '10.7.19 1:59 PM

    손님맞이 제대로 하셨네요. 안주인의 따뜻한 품성이 글과 사진에서 물씬 베어 나와요. ^^

  • 5. 김지현
    '10.7.19 4:37 PM

    ^^
    이런 제대로 된 생선전 하셔놓구선,
    제 엉터리 찌짐을 맛날 거라고 말씀하시다니요 ^^

    제 엉터리 백숙과도 마구 차이납니다...
    식혜 한잔 들고 갑니다~

  • 6. 꿈꾸다
    '10.7.20 12:05 AM

    오늘 많은분들이 보셔서 사진이 안보였다 자정지나니 보이는군요~^^
    만년초보님 말씀처럼 다른 블로그에 올리시는게 나을거에요.
    요즘 기름진걸 못먹어서 깻잎전 양볼 가득 먹고싶어요~

  • 7. 소년공원
    '10.7.20 3:34 AM

    윤주님, 저는 집에 손님이 오시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그 덕에 집 청소도 구석구석 꼼꼼히 하게 되고, 맛난 것도 만들어 먹게 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니까요. 키친토크에서 자주 뵙는 분들도 모두모두 저희집에 초대하고 싶어요 ^__^

    만년초보1님, 그러지 않아도 오늘 다음에 블로그 새로이 개설하고 사진을 그 쪽으로 링크시켰어요. 다음부턴 사진을 불편없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부지런하단 칭찬이 제 양심이 조금 찔리네요 ^__^

    미주님,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보통이면서 또 보통이 아니라고 믿어요. 음식을 잘 하는 사람, 아이를 잘 돌보는 사람, 운동을 잘 하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그리고 다 셀 수 없는 수 만 가지 사람이 하는 일 중에 최소한 하나 이상은 남들보다 잘 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제가 남보다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그런 생각을 일부러 하곤 해요.
    '나도 무언가 남보다 잘 하는 것이 있다'
    그래도 제 마음이 평안해지지 않을 땐 이렇게도 생각하지요.
    '뭐, 꼭 남보다 잘해야만 좋은가? 남만 못한 사람도 있어야 나를 보고 위안을 얻는 사람도 있겠지' ^__^

    옥당지님, 닉네임이 너무 예뼈서 구글링을 해보니 옥당지는 화선지의 일종인가봐요?
    그림을 그리시나요?
    제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지현님, 저 정말로 수제어묵에 도전해 볼거예요. 생선전은 그냥 계란물 입혀서 부치기만 하는 간단한 거지만, 어묵은 재료도 더 다양하게 들어가고 기름에 튀기는 까다로운 음식이잖아요. 아주 낮은 온도에서 튀겨야 한다는 소중한 팁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식혜가 정말 시원하게 식었는데, 정말 한 대접 떠서 소반에 담아 내드리고 싶네요.

    꿈꾸다님, 네, 다른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불편을 드려서 죄송했습니다.
    깻잎의 향이 참 좋지요? 기름에 지지면 약간 질겨지면서 그 향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아요.
    아는 분이 손이 크게도 많이 주셔서 전도 부치고, 대구탕에도 넣고, 장아찌도 한 통 담궈놓았더니 남편이 끼니마다 깻잎 장아찌를 찾네요.
    내년엔 저도 마당 한 귀퉁이에 좀 심어서 제대로 가꿔봐야 할까봐요.

  • 8. 욕심많은여자
    '10.7.20 11:52 AM

    식탁위의 꽃이 너무나도 예쁘네요.
    집에 꽃을 꽂아본게 언제인지.. -.-;

    정성이 많이 필요한 음식들만 장만 하셨네요.
    식혜까지!!

    많이 배우고 갑니다~~

  • 9. 독도사랑
    '11.11.18 7:58 AM

    진짜 맛있어보이네요 ㅎㅎ 너무 먹어보고싶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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