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시험부담에 대한 얘기 나왔고
아이는 대뜸 “대학가기 싫어!” 합니다.
“가지마! 싫으면 안가도 돼.”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수능 해야지, 수시 비교과 해야지, 내신 준비해야지 너무 하는 거 아냐.”
“하나만 하라든지…….”라고 속사포처럼 쏘아대더니 “짜증나!”를 덧붙입니다.
잠시 아무 말 않고 있다 “니가 정말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꼭 대학가야 하는 건 아냐.”라고 했습니다.
이 말 말곤 K를 달래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대학졸업하면 이민 갈 거야, 이다음에 내 애는 여기서 안 키우고 싶어.” 하기에
“그러든가…….”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속으로 ‘니 걱정이나 하세요.’ 하는 말과 웃음을 참았습니다.
“내일 몇 시에 올 거야?” 묻기에
“9시까지 갈게. 아침 먹지 마.”
“응. 잘 자!”를 끝으로 통화는 끝났습니다.
속이 좀 풀린 모양입니다. 마지막 “잘 자!”라는 목소리가 밝습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심란해졌습니다.
언젠가 K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지금 힘든 걸 꼭 참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미래가 행복해질 수 있겠냐고.
“그러니까 니가 정말 하기 싫고 힘들면 얘기해. 니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돼.”라고
K에게 말했다가 요즘 애들 말로 까였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아빠가 이해 안 돼.”라고 하더군요.
또 “이 다음, 미래를 위해 어렵고 힘든 건 참아야 하는 거 아냐.”라고 당돌히 대답하더군요.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얘기해보자 싶어 더 말하진 않았습니다.
이미 결론을 내 놓고 ‘그 길을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현실’이라는 경쟁이데올로기 같은 것에
K가 많이 노출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아이는 제 나름의 사회에서 배워버린 게 있는 듯 했습니다.
부모와의 대화나 토론으로 당장 어쩔 수 없는…….
이런 상태에서 ‘결론의 과정이나 합리성을 보아야 한다.’는 말은 잔소리일 뿐이겠죠.
아직은 그 결론과 경쟁 속에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란 이름으로 아이를 맡긴 부모인지도 모르니까요.
그저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것 말고 달리 할게 없다는 생각들로 뒤척인 밤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어릴 땐 그저 돌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 귀 기울여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좀 더 크면 독립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죠. 그건 아이와 나누어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계셨으면 “엄마도 그랬어? 내가 소가지 낼 때마다 그래서 ‘이구 썩을 놈!’ 했던 거야.” 묻고 싶습니다.
어쨌든 나도 겪었고 K도 겪고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 생각한다고 점프하는 것도 아니고
빌어먹을 교육현실이 당장 바뀌는 것도 아니니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아침이나 준비해야겠습니다.
그나마 이건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품 들인 만큼 결과도 나오니까요.


일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지난 번 실패한 감자뇨키 준비했습니다.
감자 3알 삶아 으깨고 밀가루 한 컵 분량과 파마산 치즈가루, 소금 넣고 반죽을 했습니다.
지난 번 반죽이 질었던 건 달걀 때문인 것 같아 이번엔 넣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삶은 감자와 밀가루만으로 반죽을 하니 좀 모양이 나옵니다. 치즈 냄새도 괜찮게 올라오고.
가래떡처럼 동글동글 말아 칼로 적당히 자르고 포크로 꾹꾹 눌러 납작한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확실히 수제비 뜬 것보단 근사합니다. ‘뇨키’스러워 보입니다.
감자뇨키 재도전을 위해 사다 논 생크림과 단호박으로 ‘단호박크림소스’ 만들었습니다.
보온도시락 통에 크림소스 담고 삶아 채에 건져낸 뇨키는 물기 빼고 따로 담아
아침 도시락으로 가져다주었습니다. “이게 뭐야?” 묻기에 “뇨키라는 거야.”라며
소스담긴 보온 통에 뇨키 몰아넣고 블루베리도 몇 개 넣어 휘휘 저어주며 먹어보라 하니
잠시 후 “오~ 완전 맛있어!” 감탄사 나오더군요.
아침 먹는 동안 지난 번 뇨키 실패담으로 수다 좀 떨어줬더니 깔깔거리며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비워 버리더군요. ‘다른 때 같으면 밥알 세며 깨작거렸을 텐데…….’
덩달아 나도 기분 좋았습니다.

하도 잘 먹기에 “점심도 해줄까?” 하니 “많이 했어? 나야 좋지.” 합니다.
점심엔 좀 진화시켜봤습니다. 반죽에 블루베리 몇 알 넣고 해봤습니다.
군데군데 박힌 블루베리 색이 괜찮더군요.
‘뇨키’ 이거 활용도가 꽤 높은 음식 같습니다. 굳이 감자가 아니어도 되고.
이것저것 종종 해봐야겠습니다.



*감자뇨키
1. 적당량의 감자를 삶는다.(미리 껍질을 벗겨 삶는게 좋은 듯하다.)
3인 기준 감자 중간 크기 세알 정도
2. 삶은 감자 물기 좀 빼고 뜨거울 때 적당한 볼에 담아 최대한 으깬다.
채에 치면 더 곱다는데 뭐 그렇게까지야....
3. 수분 있는 으깬 감자에 한 컵 정도의 밀가루 넣고 파마산 치즈가루 넣고 소금 간하고
송편 반죽하듯 치대며 반죽한다. 치즈가루는 좀 많이 들어가는게 더 좋은 듯하고 감자보다
밀가루가 많이 들어가면 맛이 좀 덜한 것 같다.
4. 반죽이 다 되면 적당한 크기로 떼어 동글 동글하게 말아 칼로 자른 후 모양을 낸다.
작은 포크로 꾹꾹 눌러 주는게 가장 편하고 모양틀 사용해도 될 것같긴 한데... 알아서들
5. 사진처럼 뇨키모양 만들어지면 하나씩 끓는 물에 넣고 역시 사진처럼 떠오르면 건져내 물기 뺀다.
6. 소스를 만든다. 단호박으로 크림소스 만들었다.
7.소스에 뇨키를 넣든 뇨키에 소스를 끼얹든 맘 가는대로 해서 맛있게 잘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