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살다보니 한국음식을 (어쩔 수 없이) 직접 해먹게 되고, 그래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귀동냥 눈동냥을 하다가 알게된 소중한 보물창고 같은 곳이 바로 이 곳, 82쿡 싸이트랍니다.
그런데 히트 레서피는 회원이 아니면 볼 수가 없게 되어있더라구요. 전 알고보면 소심녀라 회원가입 같은 건 웬만하면 안하는 (실은 못하는) 사람인데... 한 몇 주일간 이 곳을 숨어서 살펴보니, 뭐랄까 서로에게 토닥토닥 해주는 분위기에다가, 너무 많은 사람과 글이 넘쳐나지 않아서 (그렇지만 게시물 하나하나는 무척이나 알차다는) 정갈하고 조신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안심하고 회원으로 가입을 했답니다. 그리고 오늘 낮에 준비한 도시락 (이라 쓰고 그릇에 담은 음식이라 부르는 - 아하하, 저도 이 말 한 번 꼭 써보고 싶었어요 ^__^) 사진과 함께 스크롤의 압박붕대를 감아보렵니다.
이 곳의 베테랑 님들께서는 그저 한 마리 어린 양이 발로 만든 도시락을 어여삐 보아주시고, 저같은 초보님들은 '그래, 나만 이렇진 않아!' 하는 위안으로 삼으소서...
7월 4일은 제가 사는 미국이란 나라가 독립을 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한국의 광복절이 이 날과 비슷할까요?
암튼, 미국 방방곡곡에선 7월 4일 밤에 불꽃놀이를 합니다. 사람들은 그걸 구경하려고 바리바리 싸들고 불꽃놀이 행사장으로 모여들지요. 저희 가족도 거기에 오늘 한다리 끼어봤습니다.
뭐 구경할 적에 먹는 것이 빠지면 안되죠 (저는 그래요... 흑흑). 하지만 날씨도 너무 덥고, 아들녀석 유치원이 방학이라 아이와 놀아주느라 에너지도 너무 많이 썼고... 그래서 제대로 된 도시락은 쌀 기운이 없길래 그냥 냉장고와 음식저장고를 뒤져보았어요.
지난 번 월드컵 경기 보면서 먹다가 남은 크래커과, 이웃 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딸기잼이 레이다에 걸렸습니다.

저 크래커가 굉장히 바삭바삭한데, 이렇게 잼을 발라서 한 시간 정도 두면 먹기 좋게 촉촉해진답니다.

통에 담으니, 한 가지 완성이요. 에헤라디야~

그 다음으로 제 손에 딱 걸린 과일, 블랙베리와 복숭아입니다.

복숭아를 그냥 먹기엔 내 손은 소중하니까 찍어먹을 이쑤시개를 뚜껑에 붙여두었어요.

아무래도 탄수화물을 먹어야 배가 든든하겠지요? 주먹밥을 만들겠어요. 저 밥은 오래 두어서 누런 것이 아니라 어제 지은 현미밥이라며 당당히 말하는 제 심정은 - 사실 흰 쌀밥도 저 지경이 되도록 밥솥에 장기보관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고픈 바램이어요... 흑흑...

김가루에 소금간이 있으니까 따로 간을 하지 않고 그냥 참기름과 깨만 섞었어요.

조금 큰 건 아빠 엄마 꺼, 구슬만큼 작은 건 아들 꺼, 간간이 뿌려진 새우는 어제 저녁 반찬하고 남은 거...

냉장고에 고이 쉬던 야채도 담고, 찍어먹을 드레싱도 담고...

그리고 물과, 봉다리 쥬스, 우유, 치즈와 초콜렛, 또 뭐 더 담을 거 없나 두리번 두리번...

그렇게 급날조한 도시락을 들고, 아들아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저희 부부는 발 편한 운동화를 신고 걸어 걸어서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공원까지 밤산책을 갔어요. 차와 사람이 얼마나 많고 복잡하던지, 걸어가길 잘 한 거 같았어요. 왕복으로 한 시간 정도 걸었으니, 오늘 운동은 이걸로 땡이라며, 집에 와선 그냥 씻고 잤어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