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이는 한창 때는 사먹을 일이 없습니다. 밭에서 공수해오죠.
오이 농사는 사실 쌈채소에 비하면 해줄 것이 많은 농사입니다.
지주도 세워야죠, 오이망도 쳐줘야죠...
그래도 오이 달리는 재미에 올해도 오이를 기릅니다.
이젠 척척 알아서 이것저것 해주는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 대견스러워합니다.^^

저는 모종을 사기도 하지만 많은 종류를 이렇게 직접 키워내기도 합니다.
이것을 '육묘'라고 하지요.
그러는 이유는, 특별한 씨앗들은 종묘상에서 팔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이는 3종류를 기르는데, 다다기오이는 종묘상에서 사지만
조선오이는 해마다 씨앗을 받아서 모종을 키웁니다.
이 조선오이는 어릴 때는 다다기오이 못지 않게 맛있고 늙으면 노각이 되어 또 맛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해외여행을 하다가 스위스 마트에서 씨앗을 사왔다고 선물로 주셨어요.
제 생각이 났다고 하더군요...저는 모르는 분인데..ㅠ.ㅠ

피클오이로 보이는 이 놈도 육묘해서 5월에 밭에 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조선오이와 피클오이를 좀 넉넉히 육묘했는데 써둔 이름표가 물로 지워져서 어느 놈이 피클이고 어느 놈이 조선오인지
헷갈리게 된 거에요.
그래서 어림 짐작으로 두개를 구분해서 밭에 심고 남는 것은 블러그 이웃분들에게 선물했죠.

다다기오이는 모종도 저렇게 커서 위에 육묘한 모종들과는 초반부터 성장속도가 달랐습니다.

이렇게 오이 이랑에 세 종류가 사이좋게 심겨졋죠.
그런데...어어어...
조선오이로 생각되는 놈들이 너무 성장이 빠른 거에요.
어릴 때 모습은 조선오이나 피클오이나 똑같아서 구분이 안되어서 열매 달릴 때쯤이면 알겠다 싶었는데...

조선오이에서는 달릴 수 없는 이런 모습의 오이가 달리더라구요??
다다기 오이 빼고 모두 다!!

게다가 성장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조선오이는 원래 성장이 더딘데 이건 다 빠르더라구요??
어어어... 이거.. 조선오이라고 생각했던 게 다 피클오이 아냐?
심각해졌습니다...

다다기오이는 이렇게 늘씬하고 저렇게 하나씩 달리는데
피클오이는 열매도 짜리몽땅하고 두개씩 달리더라구요?
피클오이를 처음 키워보는지라 이거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마침내 피클오이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이건 완전히 짜리몽땅 뭉툭한 것이..다다기오이와는 너무 다르더라구요.
이거 더 키워서 수확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저렇게 겨드랑이에 두 개씩 달립니다.
다다기오이는 한 개씩입니다.

크기가 저렇길래 일단 수확을 했습니다.
요리를 해보고나서 이 놈을 어찌 다루는 게 좋을지 연구하려구요.

다다기오이와 피클오이 크기 비교입니다.
저 정도도 많이 큰 겁니다.

다다기오이를 썰어봤습니다. 아직 좀 어린 오이가 맛있죠.
막 따온 걸 씹으면 진짜진짜 맛있답니다!!

피클오이를 잘라봤어요.
육질이 저러면 맛이 없습니다.
먹어보니 맹탕...에구에구 맛이 너무 없어요!!
실망을 했습니다.
저 오이가 많은데 우짜지???
그런데 블러그에 올린 이 글을 읽고, 미국에서 접속해서 보는 블러그 이웃분들이 가르쳐주셨어요.
저 오이는 아주 어릴 때 따먹어야한다는 거에요.
저 정도 크기도 너무 큰 거라고...
오호! 그렇구나!

그 뒤로 아주 작을 때 땄습니다.
이 오이가 많이 달리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작을 때 따니 많이 달려야하는 거죠...


크기 비교를 하면 이렇습니다.
얼마나 작은지 알겠죠?

김치를 담그건 피클을 담그건 두어번 따서 모아야 한번 담글 분량이 됩니다.
다다기오이로 오이김치를 담급니다.
피클오이 중에서 크게 자란 것도 같이 담급니다.
이런 건 피클을 담가도 맛이 없을 것 같아서요.

속의 씨를 제거했어요.
나중에 먹어보니 육질이 두꺼워서 다다기오이가 훨씬 맛이 좋더군요.

오이김치는 담기 가장 쉬운 김치 중에 하나죠.
소박이로 담그면 모양이 이쁘지만 먹을 때 손을 대야해서 그냥 잘라서 담궈버립니다.
국간보다 조금 짠 소금물에 담궈서 밤새 8시간 정도 절여요.

다음날 오이를 건져서 양념에 비벼주면 끝!
재료; 오이 7개 분량. 부추 한줌. 홍고추. 대파1대. 양파 1/4개.
양념; 고춧가루 반컵. 고추씨 1/4컵. 마늘 1T. 액젓 2T.
찹쌀풀; 물 1컵에 찹쌀가루 1T.
순서;
국보다 조금 짠 정도의 소금물에 자른 오이를 하룻밤 담군다.
담근 오이를 건져서 양념 섞어 버무린다. 끝!!

부추는 한단 사면 너무 잘 무르고 낭비가 많아서 저렇게 몇년 째 화분에 키워 먹어요.
한번 베면 한줌 나오는데 그걸로 김치 담고, 다시 1주일 지나면 부쩍 자라있어서 그걸로 다시 김치 담급니다.
부추가 잘 자라려면 베고 나서 비료를 줘야하고요, 물을 자주 줘야합니다. 베어낼 수록 굵어집니다.

피클오이로 드디어 피클을 만들어봅니다.
키가 짤달막해서 통째로 병에 넣었어요.

화단에 있는 로즈마리도 꺾어 넣고요,

절임물을 끓여서 붓습니다.
<오이피클 절임물>
절임물; 물 2컵. 식초 1컵. 설탕 1/2컵. 소금 1수저 넣어 끌이고 정향가루 1/2t. 통후추 몇알. 월계수잎1장(월계수가루 1/2t). 계피가루 1/2t. 생강가루 1/2t (이것들 대신 피클링스파이스가 있으면 넣습니다) 넣습니다. 저는 여기에 작년에 농사 지은 '고수씨앗'도 몇알 넣었습니다.

유리병에 뜨거운 절임물을 부을 땐 쇠젓가락을 꽂고 부으면 열기가 쇠로 모이기 때문에 병이 안전합니다.
이렇게 하룻밤을 두어 식힌 다음에 냉장실로 보냈어요.

다음날 꺼내 봤습니다. 아담하죠?
맛은 어떨랑가... 두구두구두구...

어머나!!
너무너무 맛나요!
아삭아삭아삭!!
이게 진짜 피클오이네요!!
새로운 발견, 성공입니다. 흠하하하!!
이제 계속 모아서 이런저런 걸 담궈야겠어요.
다다기오이와 조선오이로는 김치 담궈 먹고요.^^
제가 농사를 안 지었다면 이런거 저런거 직접 만들어먹는 것을 평생 남의 일처럼 생각했을 겁니다.
먹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건강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던 제가
이렇게 먹을 거리를 직접 길러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작은 기적 같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인스턴트만 찾는다는 분들은 한번 아이들과 같이 길러보세요.
자기들이 길러보면 달라집니다.
어른인 저도 이렇게 변하는데 아이들이야 얼마나 잘 변하겠습니까?
아이에게 채소 먹어라 골고루 먹어라 닥달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변화를 가져보도록 기회를 주시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