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대며 아침에 “아침 어떻게 할까?” 물으니
H씨 “그냥 빵 먹으려고…….” 하기에 ‘웬 빵이냐!’며 내쳐 잤습니다.
10시쯤 일어나 보니 H씨 부재중 전화 있더군요.
“일어났나? 해서 전화했어.”
“좀 전에, 언제와, 점심은 뭐 먹을래요.”
“나야 해주는 건 뭐든 좋지. 국수나 냉면도 좋고 00씨 먹고 싶은 거”
“그래도 아침에 빵 먹었잖아. 밥 할까?”
“아~ 빵 먹어서 이렇게 배가 고프구나!”
“언제 오는데?”
이런 통화가 있었습니다.
뒹굴 거리며 신문보기도 하고 삐딱하게 누워 리모콘 놀이도 하고
발가락으로 선풍기도 틀었다 껐다 하며 장마철 오전을 게으름으로 가득 채우고
‘한 시 좀 넘어 온다.’는 H씨 시간에 맞춰 점심 준비를 했습니다.

늘 하던 대로 굴러다니는 컵 몇 개 씻고 밥부터 앉혔습니다.
쌀이 좀 모자랍니다. 모자라는 양을 수수로 채워 강낭콩 넣고 새 밥 했습니다.
오랜만에 뜨거운 국도 끓였습니다.
텃밭에서 따온 아욱 박박 치대서 된장 넣고 시원하게 끓였습니다.
상태 안 좋은 숙주 있기에 팍팍 삶아 숙주나물도 하고 상추는 겉절이로 무쳤습니다.


‘그래도 밥심으로 사는 한국 사람인 H씨 아침에 빵 먹고 갔는데…….’
뭔가 부족한 듯 해 뒤져보니 당면이 있습니다.
‘시금치 있고 당근 있고 버섯 넣고 잡채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씨는 잡채 같이 당면 든 음식 좋아합니다.
따로 잡채 재료 각각 준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당면부터 자작하게 물과 올리브유 넣고 삶았습니다. 도토리 묵 말랭이도 급히 불립니다. 말린 묵은 끓여도 크게 퍼지지 않기에 다른 재료들과 같이 넣고 볶을 생각입니다.
삶아 냉동해 놓은 시금치 해동하고 당근 채 썰고 버섯도 찢어 당면이 익어가자 같이 넣고 볶았습니다. 간장으로 간하고 참기름 좀 더 넣고 들들 볶았습니다. 아 동그란 어묵도 몇 개 넣었네요. 토마토도 한 접시 썰어 냈습니다.


40여분 만에 후다닥 상 차리니 1시입니다.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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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1시 반이면 온다는 사람이 2시쯤 전화 왔더군요.
“지금 출발해요.”라고 하는데 괜히 기운 빠지데요. “전화라도 하던가…….” 궁시렁거리며 국은 다시 냄비에 담아 데우고 무료해진 마음을 달래려 음식 사진 찍고 놀아도 보고 식고 불어버린 잡채 우적거리며 먹어도 보지만 빠진 기운은 돌아오지 않고 오히려 심통만 살~ 나데요. 그래서 컴퓨터 켜고 이곳에다 ‘꽁시랑거리기라도 해볼까’ 하고 딱 저 위에 까지 글 쓰는데 H씨 왔습니다.
뭐! 급 화색 띤 얼굴이 되고 “이제와요. 늦었네.”하며 반갑게 맞은 나. ^^*
아무튼 먹어치운 잡채 그릇 다시 채우고 다시 끓여 놓은 아욱국도 떠 점심상 차렸습니다.
둘이 먹기엔 너무 큰 탁자 한켠에 차린 점심 두 내외 마주 앉아 먹은 지난 토요일 풍경이었습니다. 낯익은 풍경입니다. 거꾸로. 보통 제가 “이제 출발해.” 아니면 “아직……. 늦을 것 같은데 먼저 먹어요.” 라는 말을 했었죠.

* 일요일에 뇨키 다시 도전했습니다. 그건 다음편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