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가을을 타는 것인지, 아님....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갱년기인지...ㅠㅠ
해도 해도 줄지 않는 집안 일에, 할 일은 많은 데 손은 거북이 느림보라서 일 하고 나서 신나 하기 보다는 지치고 ...
'니나노~~~~'를 부를 힘도 없었습니다.
요즘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느라 어느 토요일 점심을 연어마끼로 한 접시씩 안겼습니다.
간식도 새우 튀김 폼나게 해 주려는 마음만 굴뚝, 거북이 느림보 손은 대강 둘둘...
그동안 결혼해 살면서 제가 너무 철이 없었기에 무엇이든 하는 자체가 신기하고 놀라워서 걍 뭘 해도 신났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뭔가 살림을 하면서 짜증 아닌 짜증이 나고
혼자 부글부글 마음 찌게를 하루에도 수십번을 끓이고 그러면서도 그 이유를 몰랐더랬습니다.
제가 어떻게 살았냐면요...
밖에서 음식 사 먹는거 싫으니깐 꼬박꼬박 집에서 음식 준비하고,
음식도 대충이 아니라 상차림까지 이쁘게 했으면 하고,
드라이기 쓰기 싫어서 옷걸이 일일이 탈탈 털어 걸어서 말리고,
각 만들어 손으로 탁탁 모양내어 개키고,
한 번 입는 면티라도 꼭 다림질하고,
옷걸이 일일이 방향 맞춰서 걸어야하고,
세척기에 그릇 모양 안 맞춰 넣는거 싫어서 설겆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해야 하고.
액자도 삐뚤어지면 안되고,
여기저기 각들이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하고...
이러니 집안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었습니다...ㅠㅠ (적고보니 별것도 아닌 데.....)
전 날 보스턴 마켓에서 치킨먹고 닭가슴살만 남았기에, 재활용해서 닭죽을 끓였습니다. 게으름의 극치입니다.
딸아이가 비빔국수를 좋아합니다. 모처럼 해줬습니다. 이 쉬운 것을... 미안하다 루시아^^
혼자 있는 주방이 때로는 좋지만 때로는 너무 외로웠습니다.
다행히 설겆이할 때 창문 밖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주방이 참 좋습니다.
그러면서 혼자 알 수 없는 화, 외로움 모두 모두 하늘에 날리기도 합니다.
화분을 잘못 관리해서 이번에는 아예 선인장으로 준비했습니다....ㅎㅎㅎ
하늘보고, 또 뭔가 열심히 하다보면 혼자 부글거렸던 마음도 사라져서 이렇게 시간 걸리는 음식도 만듭니다.
이렇게 해 놓고, 교주랑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또 '니나노~~~~'가 절로 나옵니다.
한 입 아~~~~
9월 개학을 한 아들과 이번에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를 들어간 딸의 아침도 예전같으면 한 시간 전에 준비를 했는 데,
요즘은 게으름에 왠지 모를 우울 모드여서 간단하게.....
엄마가 자격증으로 되는거면 전 완전 영구 재수생일 겁니다.
간식으로는 스프링롤...간단함의 연속입니다...ㅠㅠ
요즘 제대로 된 음식을 안 했더니 둘째 녀석이 립을 해 달랍니다.
사이드 좀 보십시오. 완전 게으름의 극치입니다.
도대체 나의 하루 하루가 왜 이렇게 힘들까...
다른 분들은 대체 얼마나 에너지를 가지고 계셔서 음식도 빨리 하시고, 집안도 깨끗하고....
정말 제 눈에는 저 빼고 다른 엄마들은 너무 척척박사들 같았답니다.
그런 마음으로 82쿡 들어오면 그래도 연배 있으신 분들이 잘 하시면 나름
'그래 연륜이실거얌^^' 하고 혼자 위로하다가
결혼 몇 개월차, 몇 년차,,,,, 심지어는 미혼인 처자들께서 떡떡 음식 사진 올려놓으시면
걍 팔다리어깨에서 힘이 쭈우욱 빠져버리고!!!!!!!
그 힘빠진 손으로 귀여운 엘비스님의 그 친절한 레시피와 과정샷을 뒤로하고 게으름과 대충버전으로...ㅋㅋ
이래 저래 요즘 원상복귀가 안 될때는 질러~~~질러~~~~
그러나 이럴 때 조심해야 합니다. ㅎㅎㅎ
그런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로 소심한 질러!!!!!
TJ Maxx 갑니다...(귀여운 엘비스님께 조금의 복수가 된듯합니다...ㅎㅎㅎㅎ
그러나 담에 귀여운 엘비스님 미국오시면 제가 꼭 저희집에 초대하겠습니다^^)
콩 종류를 싫어하는 저 땜새 교주와 아이들 콩 종류와 그의 사촌들 구경을 제대로 못하고 삽니다.
반성하면서 큰 맘 먹고 옥수수 샀습니다. 5개에 99센트.
일요일 저녁 갑자기 미국에 와서 가장 존경하는 부제님 부부께서 오셨는 데,
거북이 느림보가 다른 거는 빨리 할 수도 없어서 걍 삼겹살 구웠습니다....
교주가 가끔씩 잔치국수를 부탁합니다.
저에게는 참!!!! 어려운 음식입니다.
자주 먹어보지 못했 던 음식이라 무슨 맛이 제 맛인지 일단 모르고, 해놓고도 별 맛이 없는 듯 합니다.
얼마 전에 본 비법대로 멸치 다시다를 사야만 하는것일까요?....
야채 싫어하는 둘째 녀석을 위해 가끔씩 야채를 몽땅 다집니다.
두부와 함께 섞어서 2-3팩으로 나눠서 냉동 보관하다가 만두도 만들기도 하고, 에그롤도 만들고 그럽니다.
점점 잔꾀가 늘어납니다....ㅎㅎㅎㅎ
이 날은 에그롤을 했습니다.
저희 집은 아이들이 다 커서 한번 청소를 해 놓으면 그래도 잘 유지가 되는 편입니다.
그래도 손님들 오시면 지저분하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서 집안 데코며 청소, 맨 날 안 할수가 없습니다.
속으로는 남 신경 쓰면서 겉으로는 제가 마치 무척이나 살림꾼처럼 매일 열심히 합니다...ㅠㅠ
요즘은 반찬을 미리 생각하는 것 없이 걍 빨리 할 수 있는 것 대충합니다.
이렇게 제대로 요리도 못하면서도 얼마 전부터 푸드 슬라이서가 있으면 좋으렸만 하다가,
얼마 전 김혜경 선생님 희망 수첩을 보고 그날 코스코에 갔는 데
푸드 슬라이서가 너무 착한 가격에 나와 있어서 덜컥 샀습니다.
'니나노~~~~~~~~~~'
나도 로스편채할수 있다아!!!!!
급한 마음에 수육 삼겹살을 썰어봤더니 넘 쉽고 잘 됩니다.
조만간 로스편채 제대로 해 보겠습니다^^
몇 일간 짜증 아닌 짜증을, 고민 아닌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들까.....
결론은 결론은.....
정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숨 섞인 마음소리가 저 깊숙이에서 들려옵니다.
'니가 고생이 아주 많다아~~~....그것도 사서, 사소한 것에!!'
옷걸이가 좀 모양이 안 맞으면 어떠니.
침대보가 각이 안 맞춰 있으면 어떠니,
아이들 방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어떠니,
손님 화장실에 수건이 각이 안 맞춰 있으면 어떠니.....
니가 니를 볶은거다!!!!!
괜히 엄마도 보고 싶고, 억울하기도 하고,
근데, 눈물이 납니다......ㅠㅠ
전날 고민해서 이유를 알고, 한바탕 울고 눈을 뜨니 햇살도 내 맘처럼 맑습니다.
간단하게 아침 먹고
비스코티도 한 판 굽고
냉장고 정리도 하고
빨래도 하고
커텐도 빨고
장아찌랑 장조림, 복숭아조림도 만들고
그 동안 투덜투덜 & 징징징 거렸던 교주에게 화해도 할겸 또 제 스스로도 아이들과 교주가 안 도와주고
이해 못하는게 아니라 내가 좀 더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좀 위로도 해 줄겸 저의 18번 아구찜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여유갖기 제 1탄으로 저녁 산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2가구가 있는 동네 한 바퀴를 돌고나니 어느 덧 노을이 집니다.
비록 설겆이통에 설겆이가 이렇게 있을지언정 마음이 참 좋습니다.
엄마로 아내로서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것도 좋지만,
'나'를 잊어버려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를 정말 내가 사랑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조금 비뚤어지더라도, 조금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죽고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조급해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막내로 자랐고, 철없을 때 결혼해서 맨날 좌충우돌하는데도 맨날 이해해주고 사랑해 준 교주때문에도
제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 착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았습니다.
교주랑 아이들이 참 많이 도와주고 있었는데도 내뜻대로, 내 스타일대로가 아니어서 나 혼자만 힘들고,
나 혼자만 외롭다고 투정했던 것 같습니다.
내 욕심을 알고 나니, 그리고 그 욕심을 버리고 나니 몸도 마음도 가벼운것 같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혼자있어도 웃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콧소리 제대로 넣어서 흥얼거립니다.
'니나노이~~~~~~~~~~~~~~~~~~~~~~~~~~~~~~~~~~~~~~~~~~~~~~~~~~~~~잉^^'
참, 이번 추석명절에 많이 힘드실 우리 82쿡 며느님들,
많이 힘드셔도 귀한 자신을 꼭 기억하시고, 힘든 주변상황땜새 자기자신을 더 힘들게는 하지 마시기를
멀리서 철없는 좌충우돌맘이 맨날맨날 이쁜 거북이 느림보 손모아 기도하겠습니다.
해피 추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