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엊그제 첫 학기 시험을 마쳤습니다.
3 시간 안에 4 인분의 전식, 본식, 후식을 완성해야 합니다.
시험 직전 추첨을 통해 메뉴가 정해지는 즉시
어떠한 순서에 따라 요리할 것인지 계획을 하고
밑준비(Mise-en-Place, 조리를 위한 모든 재료와 집기를 준비해 두는 것을 말합니다),
재료손질, 조리, 플레이팅.
그리고 중간 정리와 청소도 소홀히 할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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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보러 가는 길에(날선 칼을 차지하기 위해 무려 평소보다 1 시간 일찍 출발했어요 ㅎㅎ)
새파란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보면서 "난 누구인가, 여긴 어딘가" 잠시 멍도 때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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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시험장에 입실하니,
수업 시간에는 같은 조 친구들과 같이 음식을 만들다가, 혼자서 모든 걸 해내야 하니 먹먹함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세운 계획 하에,
기억을 더듬어 레시피를 정리하고,
서툰 칼질과 무딘 혀를 도구로,
본능과 임기응변에 의지해서,
갖추어진 한 끼 식사를 완성해내는 일은 즐길만한 도전이었습니다.
시험의 목적은 평가하는 사람의 인정을 받아내는 것이겠지만,
이번 만큼은 제가 원해서 보는 시험이니까 시험의 긴장까지도 즐기고 싶었어요.
오만 백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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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메뉴는,
Borrajas con Sofrito(우리네 머위같은 채소를 삶아낸 요리)
Pimientos Rellenos con Salsa de Morrones(파프리카 소스를 곁들인 속을 채운 고추)
Natillas(잉글리쉬 크림)
다행히 선생님들이 첫 시험인 만큼 긴장하지 말라고 음악도 틀어주시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래도 즐기기는 개뿔, 허둥지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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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간을 꽉 채워 3 접시를 완성했습니다.
나띠야는 두 번이나 만들었지만, 결국 계란이 굳어서 실패했어요. (요거 비법 아시는 분들 좀 도와주세요. ㅠ.ㅠ)
하지만, 나머지 두 요리가 잘 나와서 시험은 무사 통과~
선생님들은 야채의 익음 정도가 좋다고 하셨고,
고추에 곁들인 소스의 질감이 잘 나왔다고 평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을 잘 못하니 수업 시간에 말없이 눈치만 살피는 편인데,
조용히 할 일을 해 나가는 제 방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앞으로도 열심히(자신의 의지를 조금 더 피력해나가면서) 해나가라고 격려해주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특히, 평소 수업 시간에는 냉랭하다고까지 느꼈던 호세초 선생님이 다정히 대해주셔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아, 지난 삼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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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시험 후에는 요리를 잠시 쉬려고 했는데,
연습한다고 난도질 해 놓은 생선이 있어서 피쉬 케익(Pastel de Pescado) 레시피입니다.
뉴 바스크 퀴진의 선구자이자 미슐랭 3 스타를 20 년 째 고수하고 있는
후안 마리 아르작의 까브라초(Cabracho, 쏨뱅이) 피쉬 케익이 매우 유명해진 이후로(1970년대),
여느 바나 식당에서도 만날 수 있는 잘 알려진 바스크 음식이지요.
오른쪽이 제가 빌바오 구겐하임 카페에서 맛본 까브라초 피쉬 케익이에요.
우리네 오뎅같은 느낌인데 달걀이랑 크림이 들어가서 질감이 부드럽고 양파랑 토마토가 들어가서 맛이 다채로워요.
특히, 부드럽고 달달한 피쉬 케익을 바삭한 토스트랑 얹어서 같이 먹으면 질감의 조화가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