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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축축한 겨울을 나는 법, 바스크식 해산물 수프

| 조회수 : 9,650 | 추천수 : 5
작성일 : 2014-02-17 03:25:03

헥헥, 글 올리는데 자꾸 오류가 나네요. 도중에 글 열어보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요전에 이사를 했어요.

집 근처에 재래시장이랑 오래된 가게들이 있어서 장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간만에 한가진 오전에 시장에 갔는데 2킬로가 넘는 헤이크(대구)를 떨이로 팔고 있더라고요. 일단 샀지요.

그리고 요 생선으로 그간 별러왔던 학교 레시피를 되새기기로 했지요.

"연일 날씨가 춥고 비가 와서 따끈한 음식이 좋겠어. 남편이랑 식당에서 맛있게 먹었던 해산물 수프가 기억나네."

 

 * 산 세바스티안 식 해산물 스프 *

프랑스의 부이야베스와 조리법이나 재료가 비슷한 느낌.

바스크 지역이 프랑스와 스페인에 걸쳐 있다 보니, 요리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어쩌면 국경으로 문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들은 바로는 바스크족이 지금의 프랑스와 스페인의 구획이 생기기 아주 오래 전, 적어도 기원전 1만 5천년부터 존재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소개해드리는 해산물 스프의 다른점이라면,

이 지역에서 많이 먹는 헤이크(대구의 일종)가 들어간다는 것과

굳은 빵을 넣어서 농도와 구수함을 더하고,

마지막에 모든 재료를 다 갈고 체에 거르기 때문에 큼직한 건더기가 미덕인 부이야베스의 터프함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해산물을 다 먹기 좋도록 발라놨기에 조신하게 먹을 수 있지요.

녀자의 해산물 수프? ㅎㅎ

 

<재료>

양파 1개

당근 1개

대파 1뿌리

샐러리 1도막(엄지 정도?)

생선 1키로 (머리와 뼈 포함)

새우 150그람

굳은 빵 150그람

토마토 2개

올리브 오일, 버터 약간

소금

화이트 와인 약간

이탈리안 파슬리 두세 줄기

후추 대여섯알

마늘 한톨(본 레시피에는 없지만, 난 웅녀를 기억하며 야채 볶을 때 넣음)

 

<과정>

1. 생선 육수를 낸다. 물 1.5 리터에 대파 푸른색 부분, 양파 1/2개, 이탈리안 파슬리, 추후, 화이트 와인을 넣고 끓인다.

2. 10분 정도 끓었을 때, 생선을 넣고 5분 정도 끓인다. 생선살이 익으면 건져서 살만 발라낸다. 15분 정도 더 끓여서 체에 걸러 육수만 보관한다.

3. 육수가 끓는 동안, 야채를 잘게 다져서 기름과 버터에 5분 정도 볶는다. 새우의 머리와 껍질을 넣고 볶는다.

4. 빵을 오븐이나 팬에 갈색이 돌 정도로 토스트한 후, 잘게 잘라 3번에 넣고 볶는다.

5. 잘게 다진 토마토를 4에 넣고 수분기를 날린다. 위의 생선 육수를 넣고 뚱껑 덮고 20~30분 끓인다.

6. 믹서에 간 후에 체에 거른다.

7. 다시 불에 올려 살짝 끓인다. 거품을 제거하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8. 아까 발라둔 생선살과 새우를 넣고 끓인다. 잘게 다진 파슬리로 장식한다.


잘게 다진 파슬리가 없어서 학교에서 동기가 만든 컴파운드 버터(허브와 레몬즙으로 맛을 낸 버터)를 올려서 장식했어요.

보기에도 나쁘지 않고 맛도 풍부해지네요.

 

바닥에 가라앉은 새우 한마리 건져봅니다.


아직도 크리스마스예요.
 

눈요기로 부끄럽지만 실습지에서 보조했던 후식 사진 올려요.

차이 티 프렌치 토스트에 커리 크럼블, 소두구(Cardamom) 크림.

산 세바스티안 오시면 꼭 프렌치 토스트(Torrija)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정말 정말 맛있어요!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예쁜솔
    '14.2.17 12:10 PM

    외극음식은 무조건 만들기 어려운 것이라는 선입견이 살짝 잇엇는데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는 님 덕분에
    왠지 친근하고 만들기 쉽게 여겨져요.
    조신한 녀자의 스프...
    재료도 거의 가지고 있거나 구하기 쉬워서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먹어보고 싶어요.
    건강하게 지내세요^^

  • lamaja
    '14.2.17 6:48 PM

    솔님 따스한 말씀 항상 감사합니다. 저도 하나씩 그 선입견을 없애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뭔가 비밀이 하나씩 풀리는 것 같은 느낌? ㅎㅎ 스프 한그릇 드시고 남은 겨울 따뜻하게 보내세요.^^

  • 2. 헝글강냉
    '14.2.17 3:50 PM

    맛나 보여요!!

    질문있는데.. 새우 껍질과 머리 볶은거 같이 갈아 넣는건가요?? 아님 볶아서 건져내나요?
    같이 갈면 딱딱하게 씹히거나 하진 않나요?

  • lamaja
    '14.2.17 6:44 PM

    히히 저도 첨에 우려했던 부분인데요~ 새우 껍질이랑 머리 볶은걸 같이 갈아요, 나중에 체에 다 걸러지더라고요!! 체에 거르실 때는 맨 아래에 보울을 놓고 체를 받치고, 국자로 원을 그리며 눌러가며 내려주시면 더 편해요~

  • 3. 다아시부인
    '14.2.18 8:34 AM

    일종의 음식문화사 책을 찾아 두루 읽어보고 있는데 바스크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구요. 모 여왕(마가리타 인가?)은 바스크 햄이 젤 맛있다고 했다더라, 바스크가 대구 잡아다 부자가 됐다더라, 그 전엔 고래를 잡았는데 고래 향유로 유명하다더라.. 암튼 먹을거리가 굉장히 풍부한 지방인가 봐요. 따뜻하면서도 해안지방이라 해산물도 풍부하고.. 한 번 가보고 싶네요. 혹시 여행하실 기회 되면 여행기도 써주세요 *^^*

  • lamaja
    '14.2.21 11:43 PM

    우와!! 음식문화사라.. 아직도 공부할 것이 많네요.^^
    맞아요~ 바스크 햄도 맛나요.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바스크 여인네들이 강인하여 남자들이 기를 못펴고 사는데, 날씨도 안좋아 야외 활동도 못하고 남자들끼리 여럿 모여서 요리해먹고 노는게 전통으로 자리잡아서 요리 문화가 발달했다는 얘기도 있대요. ㅎㅎㅎ
    글솜씨는 없지만 언젠가 여행기도 올려보겠습니다.
    항상 답글 감사해요~~

  • 4. 시간여행
    '14.2.21 1:50 PM

    작년에 바스크지방 여행했는데 님 글보니 다시 추억 돋네요~~^^
    핀쵸 다시 먹고 싶어요 ㅠ
    멋진 곳에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언젠가 Buena salsera 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 lamaja
    '14.2.21 11:37 PM

    헤헤 감사합니다. 언제 다시 놀러오세요~ ^^
    Buena salsera가 되는 날은 언제 올까요~ 오늘 학교에서 콩죽 끓였는데 제가 만든게 너무 맛없어서 아무도 안 먹더라구요 ㅎㅎ 제가 다 싸왔어요 ㅠ.ㅠ

  • 5. 라벤다
    '14.2.25 11:07 AM

    여기서 생선은 뭘 쓰는게 좋을까요?

  • lamaja
    '14.2.27 6:33 AM

    전 여기서 흔한 헤이크(대구의 일종)를 썼지요~
    본래는 어부들이 그날 잡은 잡어들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니 아무 생선을 쓰셔도 되어요.
    담백한 맛을 위해서 대구같이 무난한 흰살 생선을 추천합니다!

  • 6. 우노
    '14.3.10 6: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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