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Basque Feast, 사과주 마음껏 마시기

| 조회수 : 9,995 | 추천수 : 8
작성일 : 2014-03-04 05:01:03

사과주 시드라가 무르익어가는 이맘때입니다.

일전에 시드라를 만들고 보관하는 과정을 견학하기도 했었는데,

드디어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산 세바스티안 주변의 아스티가라가(Astigarraga), 에르나니(Hernani) 등지에 몰려있는 시드레리아들은 보통  1월 19일부터 4월 말까지 문을 엽니다. 물론 연중 병에 담긴 시드라를 어디서나 사마실 수 있고, 관광객들을 위해 연중 개방하는 시드레리아도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맛있게 익은 시드라를 밤나무 통에서 직접 받아마실 수 있는 때는 지금이랍니다.

 

***

 

"올 해의 첫 시드라가 나왔어요!"

 

예전에는 첫 시드라 통을 열 때, 전통악기를 연주해서 온 마을에 알리고 사람들을 불러모아 축제를 벌였다고 해요.

어느 문화권이나 카니발리즘적 풍습, 그 해의 첫 술을 풀어 배불리 먹고 걸지게 노는 풍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전통이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이맘 때 쯤 시드레리아를 방문해서 연간 먹을 시드라를 박스로 사고, 방문한 김에 시드라를 시음하면서  가족과 친지들,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집니다.

전해 가을에 수확해서 직접 담근 신선한 사과주와 이와 어울리는 음식들을 내는 시드레리아들을 바스크어로는  사가르도테기(Sagardotetegui)라고 부릅니다.

시드레리아들마다 가격 차이가 있긴 하지만, 25~32유로를 내면 시드라는 마음껏 마실 수 있어요.

음식은 살짝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염장 대구를 넣은 달걀 부침, 피망 볶음을 곁들인 염장 대구, 석쇠에 구운 스테이크, 디저트로 호두와 양젖치즈, 과일 젤리가 푸짐히 나옵니다.

 

***

 

이번에 방문한 곳은 알로레네아(Alorrenea).

 



밤나무 통에 숙성된 시드라들이 나란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입구에 떡하니 자리잡은 그릴.

여기서 흐뭇한 두께의 Txuleta(출레따)를 구워냅니다.




 

길다란 커뮤니티 테이블 덕분에 잔치집 분위기가 물씬~

 



 

소박한 테이블 셋팅.



"초치(Txotx)!"

누군가가 이렇게 외치면 시드라 통이 열리니 얼른 가서 받아마시라는 뜻입니다.

공기랑 많이 접촉할 수록 더 부드러운 풍미의 시드라를 마실 수 있어요.

좀 흘려도 괜찮으니 최대한 컵은 멀리 멀리~


 

짭쪼름한 바깔라오 또르띠야.

안 쪽을 살짝 덜 익혀서 달걀물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 비법.

 

 

볶은 피망을 곁들인 바깔라오 구이.

염장 대구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네요.



두둥,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며 등장한 출레따의 위엄.

겉은 먹음직스럽게 태웠지만, 속은 발그스름, 육즙이 가득합니다.




요래요래 잘 나누어서 먹었지요~




건강한 디저트.

통호두와 이디아사발 치즈에 멤브리요(영어로는 quince라고, 모과 비슷한 과일로 만든 젤리다) 곁들여 먹기.

저렇게 한 바구니가 가져다주고 마음껏 까먹을 수 있어요.





시드라는 보통 4~5도의 약한 도수를 가지고 있지만,

한잔 두잔 더하다보면 얼굴이 곧 발그스름해져요.

모두들 한껏 흥이 달아오른 모습.

이게 바로 Basue Feast!

3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눈대중
    '14.3.4 5:53 AM

    아, 시드라 맛나죠. 예전에 아스투리아 출신인 학교 선생이 집에 갔다와서 큰 통을 가져와서 다들 수업 끝나고 한잔씩 했죠.
    아스투리아의 명물이라면 F1 드라이버 알론소랑 시드라라고 부르짓던 선생이었는데 ㅎㅎㅎ

  • lamaja
    '14.3.5 6:22 AM

    오오 시드라 맛을 아시는 분을 만나서 진정 반갑네요. 알론소가 아스투리아스 출신이었구나 ㅎㅎ 아스투리아스 시드라 맛보고 싶어요~~

  • 2. remy
    '14.3.4 7:58 AM

    사과와인이죠..
    서양에선 사과로 만든 와인을 애플사이더 또는 사이다라고 불러요.
    국내선 제품명으로 쓰여 무알콜음료로 알려졌지만...
    사과로 만들어 도수가 그리 높진 않아요..

    전 술보다 고기가.....ㅋ

  • lamaja
    '14.3.5 6:23 AM

    저두 술보다 고기가 좋으네요 ㅎㅎ

  • 3. 나무상자
    '14.3.4 8:03 AM

    몇 일동안 키톡에 글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이리 반가운 글이!^^
    어흑, 완젼히 흡입하고 싶어요!!!!

  • lamaja
    '14.3.5 6:26 AM

    히히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양껏 못먹은 듯 ㅎㅎ 더 흡입하고 싶어요 ㅋㅋㅋ

  • 4. amenti
    '14.3.4 8:12 AM

    예전에 까르푸가 직영마트들 한국에 가지고 있었을때
    사과 사이다 (불어론 시드르라고 했던듯.)자주 사다 마셨었는데
    맥주랑 돗수는 비슷하고 맛은 상쾌해서 좋아했는데 이젠 구할 곳이 많지않더라구요.

    저렇게 신선한 사과사이다 드셔보시다니 부럽고 맛도 궁금하네요.

  • lamaja
    '14.3.5 6:37 AM

    그런데 전 지금 이 순간 톡 쏘는 달작지근한 막걸리가 너무 땡깁니다... ㅠ.ㅠ

  • 5. 털뭉치
    '14.3.4 9:21 AM

    으허허헝...
    먹고 싶어요.
    다 먹고 싶어요.
    한개도 안빼고 다 맛있어 보여서 아침부터 침을 한사발 흘립니다.

  • lamaja
    '14.3.5 6:38 AM

    학, ㅠ.ㅠ 사진으로만 보여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요런 투박한 음식이 더 맛나보이는 것 같아요.

  • 6. 별달꽃
    '14.3.4 9:44 AM

    정말 이국적인 표정이네요. 다 맛있어보여요.

  • lamaja
    '14.3.5 6:39 AM

    저도 많이 신기했어요. 한국에도 큰 통에서 막걸리 받아 마시는 상상을 해봅니다 ㅎㅎ

  • 7. Xena
    '14.3.4 11:57 AM

    와 맛있겠네요~ 밤나무 통에 숙성시키나 봐요+_+
    받아 마시는 재미가 있겠어요.
    전 죠오기 치즈에 젤리 얹은 게 느무 땡기네요ㅎㅎ

  • lamaja
    '14.3.5 6:41 AM

    예, 나무통이 더 운치가 있지요?
    치즈의 짭짜롬함과 달큰한 쨈이 어우러지는 맛을 아시는군요!!

  • 8. 너와나
    '14.3.4 12:16 PM

    다 마셔(먹어)버리겠써~~~~~~~
    이러고 싶지만 사진속으로 들어갈수도 없고 ㅜ.ㅜ
    사과와인맛 궁금하네요.

  • lamaja
    '14.3.5 6:43 AM

    ㅋㅋㅋ 저도 그런 기세로 달려들었었지요 ㅎㅎ
    사과와인은 뭔가 단 맛이 빠진 사과 쥬스에 탄산과 약간의 알콜기가 가미된?
    뭔가 찝찌름하기도 하고... 음...
    포도와인 같이 깊은 향과 묵직함은 없지만 가볍게 마시기에 좋습니다.

  • 9. 요하임
    '14.3.4 1:34 PM

    이국적인 풍경 구경 잘 했어요^^

  • lamaja
    '14.3.5 6:47 AM

    감사합니다^^ 구경 잘 하셨다니 저도 기뻐요~~

  • 10. 깊은바다
    '14.3.4 2:48 PM

    사과 와인도 와인이지만, 그 안주 나누어 먹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고기도 멋부린 것도 하나 없지만 너무 멋지네요.
    바게트 놓여져 있는 모습도, 호두 깨 먹는 모습도...ㅎㅎㅎ
    잘 보고 갑니다.

  • lamaja
    '14.3.5 6:50 AM

    예~~ 맞아요. 흥겨운 분위기...^^
    호두 껍질 까다가 여기저기 튀고 흘리는 데도 아무도 신경 안써요. ㅎㅎ
    가끔은 이렇게 다같이 흐트러져 보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 11. 열무김치
    '14.3.4 4:08 PM

    스페인 여행갔을 때 웨이터 할아버지께서 저 하늘에서부터 쥬~~~~~~~~~~~~르륵
    절반 바닥에 흘리시고 절반 유리잔에 따르시고 ㅋㅋㅋ 기억나네요..
    신랑은 아깝다며 자기가 해 본다고 ㅋㅋ 할아버지가 잘 가르쳐 주셔도 그게 하루에 되나요 ?
    자기 바지에 아까운 사과주 다 따라 부었다지요 ㅋㅋㅋ

    그 얇은 유리컵도 참 느낌이 좋았어요 ^^

  • lamaja
    '14.3.5 6:52 AM

    캬캬,, 바지가 젖어서 고생하셨겠어요. 그래도 즐거운 기억이네요^^
    맞아요, 유리컵이 유난히 가벼워요 ㅎㅎ

  • 12. 마인즈아이
    '14.3.4 5:06 PM

    아 조으다~~^^

  • lamaja
    '14.3.5 6:52 AM

    히히 저도 조으네요~~ 아~~

  • 13. 콜린
    '14.3.4 7:06 PM

    와... 씨드르 완전 맛있겠어요. 스페인어로는 씨드라라고 하는군요.
    ㅎㅎㅎ 저 배럴통에서 멀리 떨어져서 받아마시는거 넘 재밌어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T.T
    헉. 출레타스도 완전 맛있겠고... quince jelly 얹어먹는 치즈도 맛나겠습니다~ 부럽사와요~

  • lamaja
    '14.3.5 6:53 AM

    예, 스페인어는 왠지 발음이 정겹죠? ㅋㅋ
    언젠가 꼭꼭꼭 체험해보세요!

  • 14. 다아시부인
    '14.3.4 11:42 PM

    울 남편 데려가면 미칠 것 같아요. 이런 게 외국 사는 맛이죠. 이런 체험 스페인 가면 꼭 해보아야겠다고 불끈..다짐해 봅니다 ㅎㅎ. 블로그 하세요. 돌아오셔도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고 저같은 사람도 계속 구경할 수 있게요. 스페인 여행/문화/요리 /기타 정도로 잡아서 해보셔요. 혹시 이미 하고 계시다면 살짝 알려주시구요 ^^.

  • lamaja
    '14.3.5 6:56 AM

    히히, 남편분이랑 오시면 꼭 본전 뽑으셔야 해요~~
    예, 정말 기억은 기록에 지배되는 것 같아요.
    실은 부끄럽지만 블로그에 간간히 적고 있는데, 주소는 쪽지로 알려드릴게요.

  • 15. 시간여행
    '14.3.5 4:48 PM

    근데 시드라와 챠콜리의 차이가 뭔가요?
    님 글보고 필받아서 사진 올렸거든요~^^;;

  • lamaja
    '14.3.6 6:51 AM

    챠콜리는 화이트 와인의 일종이에요~ 살짝 기포가 들어간~~ 시드라는 사과로 만든 술이고용^-^

  • 16. 내린천의봄
    '14.3.10 12:51 PM

    이국적인 풍경 보기 좋네요.술 못하는 저도
    시드라 한잔 하고 싶네요.

  • 17. 삼나무
    '14.3.10 7:56 PM

    산 세바스티안 언제 한번 가보고 싶네요. 시드라. 고기. 핀초 등등 맛나는 음식도 너무 많고 볼거리도 많은 듯 . 스페인 너무 매력적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13 코코몽 2024.11.22 5,449 0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9 ··· 2024.11.18 11,618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35 Alison 2024.11.12 13,895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10,002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7,973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8,614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447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681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915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605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554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10,189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267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547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157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177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145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10,114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45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572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6,066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69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255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166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856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510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525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501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