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이 뜸해서 죄송해요~
새학기 시작하고 게으름 병에 급격한 체력 저하가 ㅠ.ㅠ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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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학교 터줏대감 호세초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El mejor cocinero deberia ser el buen salsero."
"가장 뛰어난 요리사는 소스를 잘 만드는 사람이어야지."
요즘은 많은 요리사들이 금방 결과물을 인정받는 그릴 담당을 선호하지만,
깊이있는 요리는 오랜 시간 고아낸 육수에 볶은 야채로 풍미를 더하고
체에 거르고 또 다시 끓여내는 수고를 마다않은 정성스런 소스에서 완성된다고요.
Buena salsera (소스를 잘 만드는 요리사),
흠, 멋있네.
(참, 소스를 국어로 번역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양념이나 장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듯 하고요.
서양 요리의 구성과 개념이 다름에서 비롯된거라서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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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실습하는 레스토랑은
"코코차(Kokotxa)" 라고 합니다.
미슐랭 별 한개를 보유하고 있다지요.
코코차는 바스크 전통 요리에서 중요한 식재료입니다.
생선의 턱 아래 V 자 모양의 부분을 말하는데,
오직 대구의 코코차에서 나온 젤라틴으로 걸쭉한 소스를 만드는 요리 '코코차 알 필필'이 유명하다.
올리브유가 하얗고 진득한 소스로 변하는 과정이 참 신기해요.
레스토랑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과 아방가르드가 조화된 요리를 표방하는 곳입니다.
http://restaurantekokotxa.c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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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실습을 시작한 터라,
적응하고 눈치 보느라 사진을 못찍었어요.
제가 요즘 하는 일들은 조금은 하드코어합니다.
오리 가슴살의 모근 및 여분의 지방 제거,
한 무더기의 돼지 귀 손질하기(털 태우기, 귀지 파내기 등),
덜 자란 비둘기인 피촌(Pichon)의 머리를 자르고 힘줄과 내장을 빼는 일 등.
ㅎㅎㅎ
그래도 완전 주방 초짜인 제가 파인 다이닝에서 일하는 것에 감사해요.
요전 레스토랑에서는 디저트랑 애피타이저만 하다가 메인인 고기 파트에 있는 것도 새롭고.
핀잔들을 때도 있지만 5 명의 유쾌한 요리사들과 지내는 것도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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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요리의 중요한 소스, 마요네즈(Mahonesa)를 소개합니다.
스페인 마요르까 지역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여하튼 로마시대부터 지중해 지역에서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대요.
그만큼 이 지역에선 역사도 깊고, 현재까지도 많은 요리에 사용하는 소스입니다.
코코차 레스토랑에서도 거의 매일 스텝밀 곁들이로 나와요.
스페인 요리에서 유명한 알리올리(Alioli)도 마늘을 넣은 일종의 마요네즈로 볼 수 있습니다.
마요네즈의 원리는 계란 노른자의 레시틴이 기름 분자를 둘러싸서 물 분자 사이에 고루 퍼져있는 안정된 상태인 에멀전(Emulsion)을 이룬 것이라고 합니다.
스페인은 레스토랑에서 파스퇴라이제이션을 거치지 않은 날 달걀로 마요네즈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전통 방식대로 만든 신선한 마요네즈를 먹으려면 집에서 내가 만드는 수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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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고추 마요네즈"
<재료>
달걀 노른자 1개
올리브 오일 200ml
식초 1t
절임고추 2개(Guindilla, 할라페뇨 대체해도 무방할 듯)
홀그레인 머스터드 1t
마늘 1톨
소금 기호껏
<과정>
위 재료 모두 넣고 믹서기로 갈아준다.
<마요네즈를 먹는 다양한 방법>
1. 타파스와 먹기
학교 선배가 위의 마요네즈와 함께 만들어주신 핀쵸입니다.
(어쩐지 모양새가 폼이 나지요? ㅎㅎ)
올리브 유 듬뿍에 바삭하게 구워낸 바게트 빵에,
당근과 햄을 볶아 고추장으로 양념하고,
상추심지(Cogollo)를 간장 넣어 볶은 것으로 마무리.
요기 위에 마요네즈 뿌려 먹으니 맛있대요.
2. 된장 바른 닭안심 구이랑 먹기
담백하고 심심한 닭안심에, 고추로 포인트를 준 고소한 마요네즈가 잘 어울리네요.
스페인 요리 프로그램에서 잘 나오는 표현으로 Rock&Roll을 준 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