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농장 9월은 밤이 넌더리나게 떨어지는 계절입니다.
줍고 줍고 또 줍고......
9월초부터 10월중순까지는
하루종일 밤수확에 몰두해야 하는데
저녁이면 모가지 아래로 쑤시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ㅠㅠ
겨우내 팔이 빠지도록 고지톱을 붙들고 통사정을 한 덕분에
밤알은 많이 굵어졌고 수량은 적어진......
그래서 밤수확작업이 한결 수월합니다.
가격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고......
밤수확이 최우선이다보니
배추밭에 벌레를 잡아 줄 시간이 없어
배추밭은 메뚜기 귀뚜라미들의 천국입니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이미 화학비료인 요소를 한차례 뿌려주어
진한 녹색빛이 나는데 비해
퇴비만으로 키우는 저희배추는 아직도 빛깔이 연합니다.
문득 '진짜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는
책제목이 떠오릅니다.
여기저기 600포기를 심어 겨우내 닭들에게 먹여야 할 것들인데
이래서야 제대로 수확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무우밭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벌써 솎아주기를 했어야 했는데
밤수확땜시 시간이 없어 미뤄두었더니
광녀 산발하듯이......
이것도 겨우내 닭먹이로 쓸 것들인데
1,200개를 심었는데 발아가 않된 것들이 많아
1,000개나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솎아낸 무우는 대부분 달구들 간식으로 주고
일부는 무청김치를 담갔습니다.
완성된 무청김치~
연한것이 약간 구수한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철에 즐길수 있는 별미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맛이 쥑입니다.
애비의 맛있다는 얘기에 아이들도 덩달아 무청김치로 급쏠림~
아이들도 솎아온 무청을 함께 다듬고 해서인지
더 맛있게 먹는 모양입니다.
농장 여기저기에는 취꽃이 한창입니다.
올봄 산불에 타죽은 나무들이 흉물스럽게 버티고 서있는 중에도
취나물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네요.
집안의 화초처럼 굳이 정성들여 돌보지 않아도
녀석들은 그저 묵묵히 제 갈길을 가기에
야생의 꽃들은 더욱 애착이 가고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뜨리고
그래서 봄이면 향긋한 취나물을 나눠주고......
이제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썩은 경제의 끝자락을 지나며
많은 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새벽은 다시 돌아오는 법이니......
하루빨리 암울한 시대가 지나가고
모든 이들이 함께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Merry 추석~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