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고추가격이 좋아 고추농사 지은 사람들이 큰재미를 봤다.
<누구누구는 3천벌었다드라~~>
<대포말에 아무꺼시는 고추로만 아마 5천은 너머 벌었을끼로?>
작게 번사람이 2천이라했으니 고추농사 힘들다고 안지은 나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야코가 많이 죽었다.
그래서 그해 가을에 고추농사로 3천 벌었다는 그 누구누구한테
다음엔 나도 고추농사 지을거니까 모종 5백 포기만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올 봄 고추모종 심을 때 즈음에는
고추농사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행히 그 누구누구도 모종 부탁한 걸 흘려들었는지 연락이 없었다.
결론은 뒷마당에 풋고추 5포기 심어 여름내내 잘 먹었다는 것인데...ㅋ
올해 긴 여름가뭄으로 고추 작황이 좋지않아
가격이 많이 올라갈 거라고 고추농가에서 기대가 컸었는데
지금 고추금이 별로인 모양이다.
지난 해 고추로 재미본 사람이 많아 재배면적이 많이 늘어나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고 한다.
게다가 나같은 얼치기 농부도 고추를 많이 심었다고들 한다.
고추밭 옆에 있던 가지밭을 정리하고
쑥갓과 모듬상추를 파종했는데 기쁜소식이 왔다.
올해 가지는 2포기 심었는데 작황이 좋아
가지무침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예쁘게 올라온 쑥갓과 상추 새싹을 보니
또 한번 전쟁을 치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난 봄 파종 때는 작황이 너무 좋아
다 먹지를 못하고 나중에는 꽃을 보고 말았다.
맛있게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달 내내
상추쌈을 먹고 쑥갓을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고추 밭 옆 오이밭을 정리하고 쪽파모종을 얻어 심었더니
즉각 반응이 왔다.
언제부터 먹을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쪽파부침개에 막걸리 한잔 할 생각하니 침이 꿀꺽 넘어간다.
올해 오이는 3포기 심었는데 작황이 너무 좋아
제때 수확을 못하고 늙은 오이를 많이 만들었다.
(사실은 많이가 아니고 전부다.)
늙은 오이는 껍질을 깍아내고 속을 버린뒤 무쳐 먹는데
맛이 좋아 상에 매일 오른다.
한가지 단점은 작황이 넘 좋아 먹어도 먹어도 계속 오른다는 것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