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8일
이 날의 밥상에 저 푸른 상추 보이십니까?
마지막 날 것 이었고
그 날 이후로 밥상은 회색빛입니다.
당췌..푸른것들이 그리워서 몸살이 날 지경입니다.
3월은 되어야 첫 시금치가 상에 올라오고
올 봄 3월 8일에 첫 냉이를 먹었으니
자그마치 90여일을 기다려야 푸른것이 내 밥상에 올라온다는?
그리워서 지난 사진들 추려 봅니다.
벌써 이 겨울이 지겨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 3월 8일 첫 냉이와 달래입니다.
고 놈을 넣고 된장국인지 찌개인지 바글바글 끓여 먹었습니다.
4월 8일
냉이가 지천입니다.
먹다먹다 지쳐서 장아찌 담굽니다.
냉이장아찌는 여름에 먹어치우고..
밭에 뿌린 달래씨.
달래가 완전 뒤엉켜서 난리부르스입니다.
다 먹을수가 없으니 달래도 장아찌 담급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노지에서 자란 시금치맛은
안먹어봤으면 말을 말어! 입니다.
시금치를 생으로 고추장찍어 우적우적 씹어먹기도 하고
쌈을 싸 먹기도 합니다.
아삭아삭하니 참말로 맛납니다.
역시 겨울잠을 자고 깨어난 여린 쪽파들도 한 줌 뽑아다가
파전도 부쳐 먹습니다.
봄에 밭에서 나는 것들은 정말..신비롭고 또 신비롭습니다.
사진을 누가 찍었어?
군침은 제가 흘리고 있네요.
사진만 잘 찍은거 아냐?
쑥이 젤..늦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여린 쑥과 달래 냉이 땅콩만큼 작은 여린상추도 모아모아
한 접시 무쳐냅니다.
비율은 무조건 4:1:1 입니다.
뭔고하니..간장양념비율인데요.
겉절이 어려워하시는 분들.
할때마다 양념이 제각각 다른 맛이다 싶으신 분들
이 비율을 알고나면 양념장 만들기 쉽습니다.
간장 4큰술에 고춧가루 1큰술 설탕 1큰술 입니다.
설탕양은 수저에서 살살 털어내기도 하고
기분ㅇ ㅔ 따라 달라집니다.
기본 4.1.1에 들기름약간.통깨약간.마늘빻은거.식초 알아서 적당히..
나머지는 각자 취향껏 있는 것들로 넣어주면 실패가 거의 없는 일정한 맛의 양념장 나옵니다.
도토리묵 무치거나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비율 하나쯤 머리속에 넣어두시면..양념통 손에 들고 벌벌 떠실 일은 없으실겝니다.
4월 21일
봄은 참..더디 옵니다.
민들레를 캐서 이파리만 살짝 데쳐 들기름에 짐간장 조금 넣어 조물조물 무쳐냅니다.
뒷맛이 쌉싸릅하니 식욕을 돋궈줍니다.
슈퍼에서 파는 거 말고
저희집 뒷 마당에 널려있는 놈을 뚝뚝 끊어다 초장만 올려주면
입안에 상큼한 봄이 후~딱 옵니다.
시금치도 살짝 데쳐 무치고..
밥상은 본격적으로 초록물결입니다.
접시만 여적~~~멜리클수마스입니다.ㅎㅎ
민들레가 흔한 때입니다.
민들레 여린 이파리들만 따로 채취하여 장아찌 담그기
4월 23일
자고 일어나면 취나물 가시오가피등등이 쑥쑥 올라와서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군요.
온갖 풀떼기들을 걷어다가 도토리묵 무침을 해 먹습니다.
당근 막걸리 한 사발은 따라와야겠지요?ㅋㅋ
4월 25일
햇 열무가 나왔네요.
열무김치 두통 담궜습니다.
밭에 부추도 나오고
부추.취나물.가시오가피등등을 한데 모아서
살짝 소금넣어 데쳐줍니다.
나물 보리밥을 해 먹었는데..나물들은 어데로 갔나?
뵈지도 않네요.
맨날 보는 그 산이
군데군데 희끗희끗 합니다.
대문 앞 느티나무도 연초록이 너무나 싱그럽네요.
잎을 따서 무쳐 먹어볼까..그 생각도 합니다.
파가 마구마구 올라와주십니다.
그럴땐 마구마구 드셔주셔야 합니다.
영감이 젤로 좋아하는 파무침도 한 접시
아...열무김치가 제대로 익었쎄요.
내가 도대체..이 짓을 왜 하는겨.
것두 배고픈 점심시간에.
인적이 드문곳에 가서 질경이 잎을 따다가 ..
별 짓을 다하는구나.
먹을것이 없어 질경이도 먹는다냐? 하시겠지만
봄이되면 온 산에 들에 나는 모든것들을 죄 먹어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뒷맛이 달달합니다.
데쳐주면 질긴 심줄도 부드러워서 먹기가 나쁘지 않아요.
저희집에 너무 많아 좀 짜증나는 가시오가피순입니다.
요놈도 데쳐놓으면 쌉싸름한것이 ..제법입니다.
고 놈을 양념을 다르게 해서 무쳐냅니다.
식탁은 푸르다 못해 '풀밭이로세'~~니나노~~
쑥국도 끓여묵고
4월 28일
씀바귀를 죙일 캐서
김치를 담굽니다.
아삭아삭하니 맛나서 아껴가며 먹습니다.
다듬고 손질하기가 장난 아니거든요.
머위를 쌈만 먹다 지겨워서
장아찌도 담그면...여름에 고기 싸먹을 때 왓따입니다.
4월 30일
근처 개심사로 청벚 구경갑니다.
날을 아주 제대로 잡아서 꽃이 활짝입니다.
청벚을 첨..보던 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너무 이뻐서^^
오래된 다리위에 앉아 도시락도 까먹고
그날 산에서 고사리도 꺽었다지요.
호주까지 갈 필요 뭐..있습니까?
그 다리나 이 다리나..멋지긴 매 한가지입니다.
드디어 5월입니다.
이 놈이 옻입니다.
옻을 심하게 타시는 분은 얼른 컴을 끄고 저 멀리 줄행랑을 놓으십시오.
제가 심하게 옻을 좋아라합니다.
지금부터 옻이 계속 스멀스멀 올라올 예정이라서요.
이 옻무침 한 접시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네요.
그 고소함은 신혼부부 깨볶는거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먹.고.싶.다
엊그제 따 온 고사리도 나물로.
취나물이 봄의 대명사인줄 알았디만
젤로 더딥니다.
본격적으로 취나물이 올라옵니다.
취나물로 쌈도 싸먹고
나물로 무쳐도 먹고
고추장에도 무쳐먹고 벼라별짓을 다 해야 끝이 납니다.
표고도 옻순도 제철입니다.
표고랑 옻순을 함께 넣어 장아찌 담구면..젤 먼저 먹어치웁니다.
여름이 오기도 전에..
각종 장아찌들 한 접시에 담아 맛보기도 하고..
경빈마마님 레시피 따라
진미채넣은 파김치도 담굽니다.
쑥 뜯어다 절편도 해 먹었네요.
밭에서 애기 손바닥만한 상추를 뜯어다 아껴먹던 날^^
이때쯤 미나리도 마구 올라옵니다.
어디선가 얻어온 미나리로 전 부쳐 먹었습니다.
5월 18일
햇양파가 나오네요.
양파장아찌도 담굽니다.
아삭아삭하니 좋네요.
금새 다 먹고 또 한 병 담궜습니다.
5월 21일
봄 무우가 막 나오네요.
얻어온 무우로 김치 두 통 담구로 룰라랄라^^
지가 무슨 소인국 마녀라고
쬐만한 나무 접시에 반찬들을 담고 홀로 점심을 먹네요.
그럼..우아한 마녀 되남?
장에 내다 팔아야 하나?
마루위에 시도 때도 없이 상추꾸러미들이 쌓입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그때 그때 나오는 것들을
(사실 저희집 텃밭에도 잔뜩인데..제가 못미더운가 봅니다)
마루위에 턱 턱 던져놓고 말없이 가버리십니다.
뉘신가 첨엔 궁금하기도 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는 궁금하지도 않더이다.
그냥..먹습니다.
상추가 많응께 국도 끓여 먹습니다.
상추국은 아주 부드러워서 시금치국보다 더 맛나지만
도시서는 비싼 상추로 국을? 꿈도 꾸지 마십시오.
게다가 저희집꺼는 유기농상추인뎁쇼!
5월 25일.
이때가 되면 인근 딸기농원에 쨈용 딸기를 판매합니다.
5kg을 사다가 몽땅 딸기쨈 만듭니다.
아주 주방이 난리가 납니다.
여름까지 복분자쨈이 나오기전까지.
우리 아이들의 일용할 양식입니다.
빵에도 발라먹고 팥빙수에도 넣어먹고.
햇양파가 들어가기전 서둘러 저장용 장아찌 담굽니다.
행복한 고민을 할 시간.
엄니집 마늘밭에서 마늘쫑을 잔뜩 뽑아다
뭘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소금물에 하룻밤 재워
고추장장아찌 담굽니다.
한 열흘 묵었나?
다 누가 먹은겨? 어데로 갔어? 엉???
밭에 부추들이 정신을 못 차리게 마구 올라오면
부추와 한 판 전쟁을 합니다.
무쳐먹고 볶아먹고 생으로 먹고..벼라별짓^^
첫 완두콩을 따서 밥을 지어 먹습니다.
모든 완두콩이 다 같지는 않습디다.
처음은 ..누구나 아름답고 신비롭고.
5월 마지막날.
앵두가 열렸네요.
5월까지가 봄인가요?
공짜로 얻어지는 초록이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이젠 뿌린것들을 거두어서 여름과 가을을 보냅니다.
봄은 자연이 내게
긴 긴 겨울 나느라고 고생했다고
공짜선물공세를 마구 퍼붓는 계절입니다.
내가 겨울이 저를 영영 미워할까봐 저두 조바심이 나긴 나나 봅니다.
힘도
빽도
권력도 없는 제가
어디가서 이런 뇌물을 받아보겠습니까?
오늘은 키톡에 글 올리면서 괜히 했다 후회가 막 되네요.
배가 무지 고픕니다.
12시 땡 하면 밥 먹는 밥순이가
밥도 안먹고 이거 글 쓰면서
침을 질질 한 바가지는 흘리네요.
도대체 누가 사진을 저리 잘 찍어서리..ㅋㅋㅋ
슬프네요.
이런 된장^^
요즘 저희집 식탁에 초록이는 몽땅 사라지고
저기 도대체 어느나라 밥상이여?
무시래기밥에 거무튀튀한 숭늉 한사발로 겨울을 나려고 하니
깝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