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모처럼 비지찌개를 밥상으로 받았습니다.
이 얼마만의 콩비지인지......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학교를 쉬는 주말에
"자기도 애들이랑 집에서 쉬어~"
라는 말 한마디 잘못 내뱉은 덕분에......
당쇠는 홀로 눈속에서 표고목을 베고
장작을 준비해서 지겟짐을 나르고......
그걸 또다시 쌓고 베고 나르고......
뭐? 비가와서 눈이 다 녹아서 괜찮지 않느냐고?
웃기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마님의 말씀에
왜 털빠진 닭머리가 떠오르는지......
그냥 네 사업이나 하시잖고
대선판에 끼어들어 영계를 나불대고.....
채권추심하러 갔던 직원들이
너무 안타까워 라면 한박스 사다주고
아니면 20키로짜리 쌀한포 사다주고 오는 심정을
과연 털빠진 닭대가리가 알기나 할까......
하긴 텅~ 빈 닭대가리도 그걸 알 수는 없겠지만......
그러다보니 딸아이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아빠 좋아하는 두부 만드는 중이예요~'
크헉~ 갑자기 힘이 솟아 오릅니다.
아이구 저노무 두부 그리고 순두부......
가만~ 내가 요즘 마님께 정성이 부족했나?
웬 단백질 덩어리를 이틀연속...... ㅠㅠ
그러고보니 마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두부틀을 만들어 준다고 하고서는
딴일에 정신이 팔려 그만......
그래도 장작은 다 패고 마당은 다 쓸었는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쇠의 만찬은 푸짐합니다.
두부와 순두부......
강릉 어딘가에서 연애시절 먹던 그 맛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째 이리 맛나노~
사카린소주의 알싸한 맛이
요노무 두부맛에 죄다 사그러집니다.
욕심같아서는 마님께서 소주도 내릴 줄 알면 좋겠구먼......
그런데......
그 환상적인 맛의 씁쓸함이랄까요?
"투표는 할거지?"
야~ 그걸 몰라서 묻냐?
나 원래 이번에 투표 할 생각이 없었어~
대체 앞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진 후보가 없었거든~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경제위기가 코앞에 있음에도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거기에 관한 얘기가 전혀 없다는 것에
아주 실망이 컸거덩여~
그런데 언노무 무리들이 지저분 삐까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난 딱 마음을 고쳐 잡았거덩~
왜냐~ 저게 대통령이 되면
우리 달구노무시키들이 지들도 대통령출마하겠다고
울타리 너머 퍼런 기와집쪽으로 내 튈지도 모르거덩여~
그럼 난 뭘 팔아먹고 살라고...... ㅠㅠ
내 동업자인 달구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꼭 투표를 해야지~
그 텅~ 빈 머리보다 지들이 낫다고 우기면 곤란하잖어~
우쨌거나 이렇게
마님과 딸아이의 정성이 깃든 두부는 참 맛이 좋습니다.
콧구멍을 후빈 딸래미 손가락의 나트륨도 들어 있을테고......
내일은 꼭 원목으로 두부틀을 만들어 주어야지~
그리고 모레는 꼭 애들 손을 이끌고
우리가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리고 애들에게 한마디 하렵니다.
이것이 나와 내 후손에 대한 투자라고......
우리처럼 힘없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힘있는 일이라고......
저녁을 먹는 내내 그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망할자식~
중도층의 투표포기를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힘없는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혼란을 유발해서 포기하게 만들겠다고?
그 망할 면상에 뱃속에 들어갔던 두부를 내 던져 주고 싶습니다.
그래~ 너희는 터질듯한 배를 실컷 더 채우려무나~
하지만 시대는 그 배가 터지기만을 기다리지는 않을 터이니......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잘 처먹고 속이 니글거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