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까? 하고...
누가 제게 물어 본다면
저는 단 1초도 주저없이 바로,
속 시원한 '물메기국'이라고 대답할 듯 해요.
겨울은 참 혹독하게 춥고 어둡고 쓸쓸한 계절이기도 하지만,
참 많은 바닷고기들이 제대로 맛이 오르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회로 먹는 생선들도 지방이 올라서
감칠맛 나면서 참으로 달고요.
또, 지금이 딱 물메기(물곰치)의 제철이지요.
요즘 이 물메기들이...
시장에 장 보러 나가면 늘 자주 보이지요.
어찌보면 모습부터 속 맛까지...
생아구와 아주 흡사한 면이 많아요.
시원하게 뽑아내는 육수의 맛도,
또 보드랍게 녹는 듯 후룩후룩 넘어가는 속살의 식감도...
생으로 시원하게 끓여 먹어도 좋고,
꾸득꾸득 적당히 말려서 양념 풍부하게 버무려 쪄먹어도 좋고...
아예 좀 바람에 바싹 말려서는...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정말 진미지요.
생긴건 참 못난이예요.
게다가 돔이나 조기,고등어 등등 야무지게 각이 잡힌듯한 모양도 아니고...
거죽도 미끄덩미끄덩...
덩치는 커서 흐물흐물하게 생긴 모양이 참 비호감이라 할 만 하지요.
그래도 정말로...맛은 최곱니다.
특히 술 좋아하시는 분들...
술 드신 다음 날, 푹 끓여 한그릇 시원하게 드시면
하루종일 힘들게 만드는 숙취까지도 신기하게 풀리고요.
칼로리가 정말 낮아서,
겨울철 다이어트식으로도 정말 좋습니다.
< 물메기탕 한 냄비 레시피 >
<재료>
물메기 1마리(혹은 2마리) (약 1~2kg)
물 3000ml
무 500g
미나리 100g
새우젓 4숟가락
액젓 1숟가락
다진마늘 1숟가락
(제 레시피의 숟가락 계량은, 늘 평소에 사용하는 어른들 밥숟가락으로 편안하게 계량하시면 됩니다.)
일단 냄비는...
무조건 가장 큰 냄비를 꺼내서 하세요.
이 물메기 한 마리로 끓여내는 국 한 냄비...
양이 엄청 넉넉합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물메기 한마리라고 했지만...
사실 물메기 2마리 들어가면 더 시원하고 좋습니다.
그러니까, 레시피의 물메기 1마리는...
이 물메기탕이 참 시원하고 맛좋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입에 안맞는 분들이 계시지 않겠어요.
자극적이거나 양념들 여러가지가 들어가서
복합적인 맛을 내는 국물음식을 선호하신다면...
이렇게 심심하면서도 담백하고 맑은 국물은
처음에는 입에 참 싱겁게 느껴지실 꺼예요.
괜시리 두마리 샀다가,
돈 쓰고 노력 들여서 만든 국이..
담백하고 시원한 맛으로 먹는 이런 국은 내 입맛엔 안맞지...하실 경우를 대비해서...
그렇게 혹시나 모를 경우를 생각해서,
최소한 필요한 물메기가 한마리라는 거지요.
그래도...
이렇게 조미료 한 톨 넣지 않고도
제 몸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여러가지 육수와 감칠맛으로
국물맛을 끌어내는 이런 음식은...
한 숟가락 또 두 숟가락... 그렇게 점점 더 먹어가면서
점점 더 그 맛에 끌리게 되지요.
자극적인 음식이나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인공적인 감칠맛에 익숙해 있는 우리 혀가...
이렇게 심심하지만 맑고 깊은 그 맛을 인식하기에
아무래도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할꺼예요.
저도 조미료는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랍니다.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미량만을,
적절한 곳에 잘 쓰는 경우야 합당하다 느끼지만...
문제는 여기저기에... 넣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경우에 까지..
그렇게 남용하게 되는 습관이 생기는 경우일꺼예요.
그러니...이렇게 되지 않도록 늘 스스로 경계하면서,
적당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시 물메기탕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통 시원한 복국이나 아구탕, 혹은 대구탕, 이 물메기탕까지...
모두 속풀이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그렇게 참 시원하고 좋은 국입니다.
적은 돈으로 4인가족이 최소한 한 두~세끼 정도는 참 푸짐하고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양일껍니다.
* 아래에 좀 혐오스럽게 생각하실 수 있는 생선사진이 두어장 정도 있습니다.
우리야 늘 자주 보고, 손질하는 그런 생선종류이니 아무렇지도 않지만...
평소에 생선을 좋아하지 않으시거나,
생선이라면 비호감을 느끼시는 분들이시면...
사진 몇장은 보지 마시고, 그냥 아래로 쭉 내리시는게 좋을꺼 같아요.
자주 시장에서 싱싱한 물메기를 한마리나 두마리씩해서 장만해 옵니다.
대형마트와 비교할 때 아무래도 값도 비교적 헐하게,
싱싱한 국거리 생선 한마리 사 오게 되지요.
좌판에 앉아서 생선 파시는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이 도마 꺼내 놓고는
바로 원하는대로 손질해서 검은 봉다리에 넣어 주십니다.
그러니 국을 끓이려고 한다...
혹은 자작하게 양념으로 볶아서 먹으려고 한다..
혹은 몇마리 손질한것을 사 가서
채반에 얹어서 반쯤 말려서 양념해서 찜을 만들려 한다는 등등...
어떻게 좀 해 주세요...하고 이야기 꺼내다 보면..
이 분들은 끝까지 다 듣기도 전에
벌써 손질 들어가십니다.
철마다 달리 나오는 생선들을 손질하고 또 손질하고...
그렇게 수도없이 반복되고,
그렇게 지나는 세월이 어디로 갔을리가 있나요.
달리 전문가가 아니시지요.
요즘은 대형마트의 생선코너에서도
참 다양한 생선종류를 두루두루 다루는 것 같아요.
냉동은 물론이고, 제철에 나오는 생물 생선들도
선도도 좋은 것들을 자주 봅니다.
일단 도마에 물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으니..
어찌보면 시장에서 사 오는 것보다
위생적으로 칼과 도마를 관리하면서 잘 손질해서, 포장까지 말끔하게 해 주고요.
근처 마트에 생필품 사러 들렀다가,
자주 사 먹는 물메기도 1마리 단위로 대가리까지 잘 쳐서는...
아주 깔끔하게 팩에다 포장해서 놓아 둔 것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이렇게 사 왔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지나치다가 물메기를 보시고는,
'와~이거 오늘 저녁에 끓이면 어떨꼬~'하면서...
특히나 부인과 같이 장보러 나온 듯 보이는 아저씨들께서
즐겁게 장바구니에 바로바로 담으시네요.
팩이 꽉 차도록 묵직하게...
물메기 살이 아주 실하게 포장이 되어 있네요.
알까지 같이 끓여드시는 맛을 더 좋아하시면,
푸짐한 알과 같이 포장된 것을 골라오시면 되겠고...
우리집은 물론 알도 좋지만,
시원하고 보들보들하니 입에서 녹는듯한 물메기 살코기맛이 좋아서...
일부러 알 없이 살코기만 그윽한 팩으로 골라 왔습니다.
대가리가 보기에는 그래 보여도
저게 끓여놓으면 시원한 육수가 참 제대로 뽑혀 나옵니다.
또 다 끓여놓으면 쉽게 부스러져서 형태도 그리 남지 않으니...
못생겼다고 보기싫다고 절대로 그냥 버리지 마시고...
물메기탕 끓이실적에
물메기 대가리는 꼭 같이 넣어 주세요.
깨끗이 씻어서 건져 둡니다.
물메기라는 이 생선 자체가
몸에 물이 많은 생선인지라
아마 계속 두면 둘수록, 물이 빠질껍니다.
그러니 꾸득하니 말려낼 용도가 아니라
시원하니 국이나 탕으로 끓여낼 것이라면,
어느정도 물이 빠졌다 싶으면 바로 쓰시면 되어요.
물메기 깨끗이 씻어두고 물기 빠지도록 좀 기다리면서...
건더기로 쓸 무와 미나리를 손질합니다.
미나리는 말끔하게 줄기가 남도록
뿌리 끊어내고, 이파리 뜯어내서 손질하고..
저 무는 시장에서 다발무로 비닐채 파는 것을 한 다발을 산 것인지라..
일반 무보다 아담하고 작습니다.
자...
미나리는 깨끗이 씻어 두고요.
무도 먹기 편하게...
적당하게 썰어 놓습니다.
분량의 물을 냄비에 넣고
얼마 후 드디어 이렇게 팔팔 끓기 시작하면...
썰어 준비해 놓은 무를 넣습니다.
차가운 무가 들어가니 순간적으로 열기가 움찔 하지만,
서서히 곧 다시 무와 같이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다시 냄비가 열기로 가득 차서
무가 이렇게 팔팔 끓는 중에 익어 가면...
이제 준비 해 둔 물메기를 넣는거지요.
마찬가지로...
차가운 물메기가 들어가면 잠시 냄비는 또 움츠려 들었다가
서서히 다시 열기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선에서 나오는 흰 거품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고요.
미리 옆에다 촘촘한 건짐채주걱 하나와
건져낸 거품 담을 그릇같은 것 하나 준비해 두었다가,
보이는대로 이렇게 조금씩 떠 내면 됩니다.
제대로 속까지 익어가면서
거품은 처음보다 더 많이 올라오는데,
냄비위에 뜨는 것 하나없이 완벽하게 건져낸다는 생각은 마시고..
그저 적당하게 건져내 주시면 되어요.
다 끓여내고 여열로 잠시 두면... 약간 남은 찌꺼기나 거품은,
어차피 자연스럽게 속으로 다시 사그라들게 되어 있으니까요.
이렇게 어지간히 거품을 건져냈으면...
이제 국물 간을 맞춰야지요.
새우젓만 가지고 하셔도 좋고,
새우젓과 액젓을 4 : 1 로 하셔도 좋습니다.
액젓은 너무 향이 진하고 강한...
어찌보면 육젓에 가까운 그런 진한 김장철의 멸치액젓 종류보다는,
좀 가볍고 일반적인 까나리액젓 정도면 적당하고요.
마트에 파는 시판 액젓 정도라면,
까나리액젓뿐 아니라 멸치액젓도 무난하게 쓰셔도 좋답니다.
새우젓은 말끔하게 그냥 국물만 떠 내어
간 맞추는데에 쓰셔도 좋고,
우리집처럼 늘 새우젓에 익숙하시다면...
건더기까지 아낌없이 이렇게 푸짐하게 같이 떠서 편하게 쓰셔도 좋아요.
그래도 늘 이리 새우젓을 소금처럼 편히 쓰시고 드시는 집이 아니라면,
처음에는 국물만 살짝 떠서 쓰시는 편이..
아무래도 드시기에도.. 또 보기에는 더 나을껍니다.
간이 잘 맞춰졌으면...
불을 끄고서 뚜껑을 닫고 이리 둡니다.
국 맛을 훨씬 더 깊고 맛나게 이끌어내는 하나의 팁입니다.
미리 전날 밤, 잠 들기전에...
이렇게 여기까지 끓여놓고는 가스불을 꺼 둡니다.
여기까지 만들어 두어도, 거진 99%는 다 끓여진 상태지요.
남은 여열이 물메기의 더 깊은 맛을 끌어내 줍니다.
물론, 바로 끓여서 바로 드셔도 좋아요.
끓여 먹어보면,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짧게 끓여먹으면, 물메기가 더 보기에 좋습니다.
이 물메기란 녀석이 하도 살이 보드라와서...
오래 끓여내면 낼수록 보드랍게 풀어지거든요.
그래도 은근히 오래 끓여내면,
물메기 제 뼈에서 나오는 육수맛이 감칠맛나게 더 깊어지고요.
우리는 집에서 먹는 것인지라
맛내기용으로 다른 조미료나 첨가물 등을 전혀 넣지 않으니....
또 당연히 모양보다는 맛을 더 중요시하지요.
그러니 지금 당장 먹어야 할 것으로 끓여내는 상황만 아니라면
생선살이 보드랍게 풀어지는 모양 등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제대로 맛이 나도록 푹 끓여서 먹는 쪽입니다.
물론, 우리집도 바로 사와서는 당장 먹을것으로...
단시간에 바로 끓여서 먹을때도 자주 있고요.
어떤 경우라도 좋으니, 편하게 드시면 되어요.
다음날 아침에 밥 안쳐 놓고,
밥 거의 다 되어갈 즈음에 다시 냄비에 불을 켜서는...
다진마늘 1숟가락 넣고 한번만 더 바글바글 끓여서 내면 됩니다.
아침에 뚜껑을 열어보면...
위로 떠 있던 여분의 찌꺼기나 거품, 새우젓 건더기 등등이..
대부분 이렇게 얌전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제 끓여서 바로 드시면 됩니다.
이 상태에서 다시 끓여내면,
전날 밤처럼 그렇게 위로 부글대며 올라오지 않아요.
이제 상에 낼 준비가 다 되었네요.
미나리는 제일 마지막에 넣지요.
이 미나리는 절대로 오래 끓이지 않고,
불 끄기 10초 전쯤에 얹어주기만 하면 되고요.
아니면, 바로 국 그릇에 덜어내면서
뜨거운 국물 끼얹어 같이 내어도 됩니다.
오늘 아침은,반찬은 있는 반찬에..
생선 한 가지 굽고...
아침에 퍼뜩 만든 나물 2가지...콩나물과 무나물과,
고추된장무침도 같이 곁들이려고요.
이렇게 오늘 아침상을 차렸답니다.
고소한 멸치볶음과..
된장고추무침 한 접시에...
잘 익은 총각김치도 먹기좋게 썰어서 내고..
달고 구수한 무나물과...
언제 먹어도 맛난 오뎅볶음도 한 접시 덜어 내고...
김장전에 딱 한포기 담았던 배추김치와...
키 쑥쑥 커진다고 아이들 잘 먹는 콩나물볶음에..
지글지글 제 몸의 기름만으로 고소하게 굽힌 고등어... 언제나 참 맛있고...
그리고 갓 지은 밥 한그릇에 시원한 물메기국까지...
그래서 오늘 아침은 속 시원하게 풀리는 국과 같이 해서...
이렇게 잘 먹었습니다.
내일이 우리집 김장 날이예요.
배추가 물이 알맞게 빠지는 시간에 얼추 맞추려면...
아마도 아침 일찍 시작할껍니다.
며칠전부터 소소한 재료들 하나하나 준비를 해 왔고...
좀전까지도 부엌바닥에 신문지 깔고 앉아서
생물 재료 한가지 한가지 차례대로 손질을 했지요.
시어머니께서 올해부터는 당신께서 함께 김장을 하지 않겠다 하시고...
저보고 다 하라 말씀하셨어요.
어머니 입맛에 맛나게 드시도록
더 신경써서 맛있는 김치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이래저래 김장 준비기간이 참 길어지는 듯 해요.
늘 우리 식구들 먹을 김치 서너포기 만들적에는,
그 자리에서 그냥 편하게 뚝딱 하고 만들곤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 철이 철이고
중요한 김장 김치라고 생각하다보니...
왠지 더 특별하게 준비하는 느낌이 드나봅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어도,
재료 하나부터 열까지..또 손질하는 것과 얼마나 들어갈지 하는 양까지 등등..
세심한 것까지 신경을 쓰시지요.
오늘 저녁에도 이런저런 재료들을 시장에서 장 봐 오셔서...
내일 김장 버무릴 것 준비하기부터...
몇가지 조언을 주고 가셨어요.
늘 많은것을 배웁니다.
그렇게 오늘 저녁에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가족 모두가 함께 같이 식탁에 앉아
아침에 한 냄비 끓여 놓은 이 물메기탕에,
고등어 한마리 새로 구워 올리고...
김장 재료로 넣으라고
어머니께서 부전시장에서 사 오신 굴도 한 접시 같이 씻어 올려서
초장 듬뿍 찍어 맛있게 저녁 밥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내일 아침에 김장때문에 아마 일찍 오실껍니다.
김치 만드는 것이야 이제 어지간히 익숙하다 해도...
하나하나 좋은 것으로 골라 깨끗하게 잘 갈무리해서,
싱싱하고 좋은 제철 먹거리들로 정성 가득 넣어 만드는 만큼...
올 해 김장도 그렇게 맛있게 잘 만들어 지길 바랍니다.
정말 오늘도 하루종일,
내내 손이 시려울 정도네요.
내일은 날이 좀 포근하게 풀리면 좋으련만...
우리집처럼 내일 김장하시는 댁이 있으시다면,
정말 올해 김장은 작년보다도 몇배나 더 맛있게 담아내시길 바래요.
참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늘 그렇개해서 김장이 끝나면,
그 마음의 부유함이 얼마나 좋은지요...
쓰다보니 또 글이 이리 길어져서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