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만년 만에 해먹은 흰 쌀밥과 김칫국? 상추쌈, 토마토 스튜? 머위무침.
돼지 뼈다귀 넣고 끓인 감자탕도 아닌데
통감자가 들어간 김칫국과 버섯볶음에 흰쌀밥.
텃밭서 한나절 일하고 들어온 어느 토요일,
‘바람 맞아서 그런지 머리도 아프고 감기기운 있다며 쉬겠다.’는
H씨 두고 혼자 마트에 장보러 갔다.
마트서 야채 김밥이라고 작고 길게 말아 진열해 놓은 걸 본 순간,
‘H씨 좋아하는데 김밥 사갈까?’ 망설이다 집에 돌아와 말기 시작한 김밥.
텃밭서 뜯어온 돌나물과 더덕 순에 김치만 넣고 불후의 명곡 보며 먹은 야채김밥.
김밥 덕분인지 크게 앓지는 않았다.
보기엔 무채 같지만 감자나물이다.
채 썬 감자를 끓는 물에 대쳤다.
찬물에 헹궈 참기름, 소금, 깨, 실고추 넣고 무쳤다.
식초, 설탕을 넣고 냉채처럼 해도 된다.
감자볶음 식감이지만 기름기가 없어서 좋다.
초여름 날씨를 보이던 어느 날,
돌나물과 더덕 순을 얹어 비빔국수
“울 엄마가 정말 좋아했는데…….”
담글 때마다 먹을 때마다 H씨 말하는 돌나물 물김치.
버섯과 콩나물 볶음, 신열무김치볶음.
토마토, 더덕 순, 돌미나리, 부추를 요구르트와 발사믹 식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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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어버이날이구나. 네 문자 받고 알았다.
구내식당서 점심 먹는데,
“울 엄마가 보고 싶을 때~~”하는 가사 말이 있는 트로트 풍의 노래가 흘러나오더구나.
그래서 또 ‘아~ 어버이날이구나.’ 하며 나도 울 엄마(돌아가신 할머니)를 잠시 생각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니까 부모로서 왠지 폼 잡고 얘기할게 이해하렴.
“책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실행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항상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서 있어라. 그곳에서 집중해라.
책으로, 남에게 들은 말을 네 말인 양, 네 생각인 양, 네 삶인 양 착각하지 마라.
네가 걸은 걸음만이 네 삶이란다. 시간은 실은 공간의 이동이다.
공간의 이동이란 물리적 이동 이외에 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면 삶이라는 시, 공간을 이해하고 네가 집중해야 할 것은 뭘까?
아마도 변화를 맞이하는 태도가 아닐까 한다. 그게 현재에 집중하는 것일 테고.
딸! 내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는 알겠니?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말고 오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 말며 오늘 행복하렴.
그러기 위해 비교하지 말고 행여 잘못이 있거들랑 오늘 반성하렴.
반성이란, 타인의 행복(슬픔)에 관심을 갖는 거다.
내 행복, 내 슬픔만 보지 말고.
나로 기인했든 안했든 따지지 전에 관심을 갖는 거란다.
왜냐하면 잘잘못 자체가 관계 문제에서 발생하니까.
마찬가지로 잘 한일이 있거들랑 바로 잊어버리렴.
마음에 채권처럼 쌓아두지 말고 설거지하듯 씻어버려라.
마음에 아무런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것, 그게 행복이다.
오늘도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