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세 여자의 반찬

| 조회수 : 17,537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6-13 22:06:59

요즘 어쩌다보니 반찬거리가 똑 떨어져도 뭘 사러갈 여유가 없는 거에요.
주중은 주중대로 바쁘고, 주말은 주말대로 가족행사도 있었고, 또 바쁘기도 하고.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마트도 아니고, 재래시장도 아닌 집근처의 채소가게엘 나갔습니다.

제법 싱싱한 채소들이 꽤 저렴해서,
부추, 파, 깻잎, 오이, 쿠마토, 참외, 아삭이고추 등등 눈에 띄는 대로 마구마구 사왔는데,
지불한 돈은 1만4천5백원!
이렇게 산 채소를 세집이 나눴습니다, 울 엄마, 우리 집, 그리고 딸네.
부추 같은 거 한단 사면 먹다먹다 남게되는데 이렇게 먹으면 알뜰하게 먹을 수 있잖아요.

가게에 다녀온 후, 딸네 부엌에선 세 여자가 각각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
이렇게 해서 차려진 저녁상!



푸짐하죠?? ^^

그럼 우선 최고참 주부의 반찬!
네 물론 저희 친정어머니입니다.






콩나물볶음.
부산에서 올라오는 콩나물, 이거 정말 맛있는 콩나물인데요, 여기에 울 친정엄마 솜씨가 더해지니,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울 엄마는, "콩나물이 맛있어서 맛있는 거지, 솜씨랄 건 없다"시지만,
60년 내공의 주부 솜씨가 어디가나요?

울엄마가 하는 식으로,
콩나물 씻어서 소금 조금 넣고 익힌 후 파 마늘 깨소금 소금 참기름으로 볶아준 콩나물볶음입니다.





엄마의 두번째 반찬은 깻잎찜입니다.
제가 자주 안하는 반찬중 하나인데요, 엄마가 해주셔서, 저도 조금 싸가지고 왔습니다.
근데, 조금 짰어요.

두번째 솜씨를 부린 사람은 이모님입니다.





이모님께서는 아기들 반찬을 잘 하시는데 여간해서 어른들 반찬은 안하시려고 합니다.
다, 저보고 하래요.ㅠㅠ..
오늘만큼은 이모님이 만드신 걸 먹고 싶다하니,
부추달걀볶음을 하셨습니다.
토마토 달걀볶음도 잘 하신다는데, 그건 아직 못먹어봤어요.




이모님이 만드신 무생채.
자랑이 아니라, 아니 자랑 맞는데요, 우리집 김장김치 즐겨먹지않는 거의 유일한 분이 바로 이모님이세요.
젓갈이 들어갔다고 별로 안좋아하세요, 우리 집 김장 그렇게 젓갈이 강한 김치도 아닌데..
그래서 이모님, 자신이 드시려고 무생채를 자주 하시는데요, 정말 맛있게 하세요.
그런데 오늘 하신 것은 다른때에 비해 고춧가루가 좀 많이 들어갔네요.

저도 반찬을 하기는 했습니다.



아삭이고추 된장무침.
아삭이고추 한봉지 2천원 주고사서, 몇개는 친정엄마 쌈장에 찍어드시라고 싸드리고,
몇개는 내일 사위오면 고기와 함께 주라고 놔두고,
너댓개를 썰어서 된장+마요네즈 소스에 버무렸습니다.
전, 이 반찬이 좋아요. ^^





친정어머니가 깻잎찜 양념장을 좀 많이 만드셔서 남았어요.
이 양념장을 이용, 여기에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좀 더 넣고 오이 하나를 무쳤습니다.
이런 오이무침같은 거 너무 많이 해서 먹다남으면 먹게안되고 맛도 없어지고 해서 딱 하나만 했어요. 

이렇게 차려놓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아기들이 정신없이 쳐다봅니다.
얼마후, 우리 아기들 밥상앞에 앉으면 사진찍는 흉내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커피중독
    '13.6.13 10:50 PM - 삭제된댓글

    머릿속에 주방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져요.
    입가에 절로 웃음 지어지는 그림이에요.
    주부10년차인데 저는 벌써 반찬 만드는 일이 참 귀찮게 느껴져요. 즐겁게 마음담아 일하시는 모습에 많이 배웁니다. 저도 저의 반찬을 만들어봐야 겠습니다.

  • 김혜경
    '13.6.14 6:05 AM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거 뻔한 말인것 같은데요, 그래도 참 명언인 것 같아요.
    안할 수 없는 거니까 기왕이면..^^

  • 2. rose
    '13.6.13 10:50 PM

    어르신들의 손맛은 도저히 흉내낼 수가 없죠!
    정갈하니 제 수저도 살짝 얹고 싶네요.
    삼대가 이렇게 다정하게 계시니 너무 부럽네요.
    외할머니가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 김혜경
    '13.6.14 6:06 AM

    맞아요, 친정어머니 이젠 연세가 드셔서 미각이 약해지셨을법도 한데 아직도 참 음식을 잘하세요.
    내공의 힘이 참 무서운거죠. ^^

  • 3. 우화
    '13.6.14 12:28 AM

    세여자의 반찬이라 하셔서 전 모녀삼대의 맛있는 솜씨를 기대했는데 또다른 세분의 조합이었군요.ㅎ
    콩나물 무침은 참 맛내기가 힘든 종목이라 저도 여지껏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정도만 해봤는데
    사진보고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계란과 부추의 조합도 싱그럽고...
    이곳은 야채도 비싸서 오이한개에 천원꼴 ㅜ. ㅠ

  • 김혜경
    '13.6.14 6:06 AM

    악..오이 한개에 천원...ㅠㅠ..

  • 4. mabelle
    '13.6.14 1:13 AM

    이모님이 좋으셔서 별 관계도 없는 제가 마음이 놓이네요.
    둥이와 둥이엄마 복이 많은가봐요. 다 선생님 덕분이겠지만요... ^^
    저는 이제 여덟살인 큰딸, 6개월부터 최근까지 이모님 한 분이 봐주셨거든요.
    얼마전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됐지만 말이죠. 이모님 생각하면 새록새록 감사한 일뿐이랍니다.
    좋으신 이모님과 오래도록 함께 하실 수 있길 기도할게요.

  • 김혜경
    '13.6.14 6:06 AM

    네, 이모님이 너무 좋으세요. 근데 비자때문에 내년에는 가셔야한다네요.ㅠㅠ..

  • 5. 테오
    '13.6.14 7:42 AM

    맛있는 반찬이예요
    저는 요즘 누가 차려주는 밥상에 앉아보는게 희망사항이지요
    딸애가 입맛을 잃어 뭐를 해주기도 참 힘드네요
    아기가 생기니 온식구가 잘 못얻어먹는거 같아요
    남편도 자기 저녁은 신경쓰지 말라며 가뜩이나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저녁을 밖에서 해결하니 참 안스럽더라구요
    그래도 시간은 가고 아기는 자라니까요
    쌍둥이 이만큼 키워내시느라 모두들 참 애쓰셨어요

  • 김혜경
    '13.6.16 9:03 PM

    지금 제일 힘드실거에요.
    저희도 작년 여름 참 힘들었어요, 날은 덥고...아기는 안달라고 하고..
    그런데 몇달만 고생하니까 언제 그랬냐 싶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 6. 피글렛
    '13.6.14 11:58 AM

    이모님의 반찬을 보니 중국과 관련 있는 분이 아닐까 했는데 과연...

    토마토 계란 볶음도 아주 잘하시겠는걸요.

  • 김혜경
    '13.6.16 9:03 PM

    저는 못 먹어봤는데 울 딸 그러네요, 이모님이 토마토에 달걀 볶아주시는 데 아주 맛있다고.
    그런데 제 앞에서는 절대 음식을 안하려고 해요..ㅠㅠ...

  • 7. 물방울
    '13.6.14 10:00 PM

    이모님이 중국에서 오신거라면 ....'
    중국도 장류도 젓갈도 발달해 있는데 하는 생각이 미치니
    그분이 그동안 중국에서 드신 가정식은 어떤게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분명 미디어에서 접한 것들과는 다를거같아요
    일본이나 우리처럼....가정식과 상품으로 나온 음식과는 차이가 있는것 처럼요.

  • 김혜경
    '13.6.16 9:04 PM

    아기를 돌보시지않는다면 음식맛도 볼 수 있으련만...ㅠㅠ...아기들때문에 어른 음식 하실 새가 없지요.

  • 8. dish-maniac
    '13.6.15 12:23 AM

    그래도 쌍둥이들 좀 키워놓고 가실 수 있으니 다행인걸요 그나마..
    음식사진 잘 보고 갑니다. ^^

  • 김혜경
    '13.6.16 9:04 PM

    그러니까요, 앞으로 꼭 1년 남았으니까 애들이 좀 많이 자라겠죠?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222 메밀국수와 새우튀김 11 2013/06/21 10,378
3221 요즘 해먹은 반찬들, 황태찜 등 13 2013/06/20 12,758
3220 맛있는 것만 모아 모아서, 모둠 접시 17 2013/06/19 13,967
3219 나름 잔치상같은 보통날 저녁밥상 9 2013/06/18 13,036
3218 어영부영 끼니 때우기 19 2013/06/16 12,963
3217 보기만 멀쩡한 새우튀김 12 2013/06/15 11,498
3216 세 여자의 반찬 15 2013/06/13 17,537
3215 제대로 맛도 못본 부추전 한장 31 2013/06/11 16,011
3214 아기들을 위한 잡채 37 2013/06/10 17,247
3213 전혀 조화롭지 않은 육해공밥상 7 2013/06/09 10,524
3212 그냥 저녁 밥상 11 2013/06/07 13,857
3211 안부 인사 31 2013/06/06 12,874
3210 참 단순한 밥상- 쌈밥 7 2013/06/02 16,261
3209 뒤늦은 여수 순천 사진 몇장 20 2013/05/30 13,354
3208 똑같은 음식이지만 사뭇 다른 상차림 14 2013/05/29 13,769
3207 아침형 인간(?)의 아침보내기 12 2013/05/28 16,914
3206 오랜만에 집밥다운 집밥 12 2013/05/27 12,733
3205 서울서 먹는 여수밥상 21 2013/05/26 13,273
3204 짱뚱어탕, 붕장어구이 21 2013/05/24 8,891
3203 군평선이 혹은 금풍생이 29 2013/05/23 12,433
3202 얻어온 재료로 차린 밥상 14 2013/05/22 12,266
3201 오늘 저녁은 김밥! 16 2013/05/21 14,602
3200 햄 좋아하는 가족들이 있다면~ 41 2013/05/18 25,395
3199 날씨 유감 12 2013/05/17 11,329
3198 연휴 전날 저녁밥 4 2013/05/16 12,621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