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정아버지의 기일이었습니다.
돌아가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아버지의 투병과 영면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벌써 만으로 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아가시던 첫해만해도 영원히 아버지를 잊지못하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영원히 제 눈의 눈물이 마를 것 같지 않았는데,
세월이 흘러흘러, 그 그리움도 옅어져서, 그럭저럭 아버지를 잊어가며 잘 살고 있습니다.
음식준비한다고 어제 아침 9시쯤 친정엘 가보니,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토요일날 오빠랑 장을 봐다놓으신 그 상태 그대로.
그래도 장이라도 봐놓으신 게 어디냐 하면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채소 씻고 다듬고, 전부칠 재료 밑간하고 어쩌고 하면서 일곱가지를 부쳤습니다.
빈대떡, 두부적, 호박전, 버섯전, 동그랑땡, 간전, 동태전, 이렇게 일곱가지를 하나하나 정말 정성들여서 부쳤습니다.
울 아버지께 드리는 전이니까, 내 식구들이, 내 피붙이들이 먹을 거니까.
원래 저희 친정에서는 버섯전은 안 부쳤었는데,
제가 부쳐서 보낸 버섯전들 먹어보고는 맛있다고들 해서 부치게 된거랍니다.
간전은 원래 계획에 없던 것이었는데 제가 먹고 싶어서 부치자고 해서,
친정어머니가 잠깐 연신내시장에 나가서 사오신거 부쳤습니다.
얇게 썬 간을 칼로 두드려서 손질한 다음 우유에 잠깐 담갔다가 부쳤는데요,인기폭발이었습니다.
간전에서 피냄새 난다고 잘 먹지않는 제 남편까지도 맛있다며..헉, 가끔 부쳐줘야겠어요.
바쁜 큰올케는 제사상 다 차린 후에 도착했고,
(대학교 선생님인 큰 올케, 밤에는 대학원 수업이 있어요, 혹시 오해들 하실까봐, 제가 대신 변명하는거랍니다.ㅋㅋ)
작은 올케는 사정이 있어서 못왔고,
전부칠 때 옆에서 밀가루라도 묻혀주시지 않을까 기대했던 엄마는 중간에 연신내시장에도 다녀오시느라,
전 부치는 건 전혀 도와주시지 못했고,
혼자서 꼬박 다 부쳤는데도요, 참 이상한 건 왜 피곤하지가 않죠?
아마, 우리 집에서 혼자서 이렇게 부쳤으면 너무너무 힘들었을 것 같은데....친정아버지 드실거라 그랬나??
제사 마치고, 큰올케가 전이랑 나물을 싸줘서,
오늘은 그걸로 한끼 잘 때웠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거는요, 어제 전 저 혼자 부친거니까 우리집 제사나 차례때 부치는 전과 똑같은 것 일텐데요,
이상하게 더 맛있는 거에요.
명절이나 제사 지내고 나서 우리집 식탁에 전이 오르면, 저는 잘 안먹거든요.
그런데 오늘 전을 얼마나 먹었는지...친정에서 가져온 것이라 그런건가요? 아무리 제가 부친 거지만.
참 알수없는 일이다 싶습니다.
아버지 기일을 지내고 나니 이젠 대전에 있는 아버지 뵙고 싶어서...마음이 들썩들썩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