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평생 소원까지는 아니어도,
휴일날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샤워하고, 머리의 물기만 탈탈 털고 민낯으로,
거의 집에서 입는 옷 비슷하게 입고, 백도 아무거나 들고,
브런치 레스토랑에 나가서 남편과(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브런치를 먹고 오는 것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하기 힘들더라구요.
저랑 완전히 생활패턴이 다른 남편은 새벽에 잠들어서 한낮까지 자는 스타일이고,
저는 초저녁잠이 많아 일찍 자는 편이고, 또 자는 시간과 상관없이 일정한 시간이 되면 눈이 팍 떠지는 스타일인지라,
그동안 몇번이나 브런치 먹으러 가자고 말은 했었으나, 새벽까지 글 쓰고 늦게까지 곤하게 자는 남편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차마 외식하러 나가자고 깨울 수가 없어서, 매번 공수표를 떼고 말았더랬습니다.
어제밤에도 " 낼 아침 브런치 먹으러 갈거에요"라고 얘기는 했지만, 오늘 아침이 되니 깨울 수가 없더라구요.
오늘 아침 11시쯤 일어난 이 사람,
"브런치 먹으러 간다더니 안가? 가지?" 하는 거에요.
이럴 땐 무조건 가야해요. 안가면 으레 말로만 가자고 하는 줄 알아요.
그래서 부랴부랴 나섰지요.
강다리를 건너지 않아야 하고,
주차도 쉬워야 하며,
음식맛도 괜찮은 브런치 레스토랑,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제가 아는 곳은 달랑 한군데 뿐이어서 그 집엘 갔어요.
가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브런치 메뉴 주문했습니다.
우선 빵.
제가 주문한 브런치.
그린샐러드, 볶은 버섯과 루꼴라를 얹은 크로아상, 그리고 웨지 감자.
남편은 런치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오늘의 샐러드인 새우샐러드.
먹어보진 않았는데 아스파라거스, 라디치오, 파프리카와 새우를 함께 냈네요.
남편이 주문한 파스타.
토마토소스 해산물 파스타입니다.
남기지않고 싹싹 먹은 후 디저트는 아이스크림으로!
제가 이 집에서 즐겨먹는 조합, 망고와 요거트 아이스크림입니다.
오면서 제가 좋아하는 바움쿠헨(나무테 케이크)와 남편이 좋아하는 딸기 롤케이크까지 사들고 들어왔습니다.
브런치 먹고 들어오면서 제가 너무 좋아한다고, "앞으로 자주자주 나와서 먹자" 하네요, 남편이.
이렇게 나와서 먹고 싶으면 자기가 아무리 곤하게 자도 깨우라네요.
언제든지 나올 용의가 있다고...
이래서 늙어갈수록 남편밖에는 없다고 하나봐요,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