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저더러, "음식 맛내기의 포인트는 무엇입니까?"하고 물으면,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정성이요"
"정성 말고는요?"하면,
또 잠시 생각하다가, "멸치 육수 많이 쓰고, 집에서 담근 조선간장을 많이 쓰는 거 정도인 것 같은데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맛내기에 쓰는 비법은 없거든요.
그럴 정도로 제가 멸치육수를 좋아합니다.
멸치만으로 육수를 내기도 하고, 이것저것 넣고 푹 끓여낸 육수를 쓰기도 하구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가 좀 게을러져서요, 육수를 넣으면 더 맛있을 게 분명한데도, 맹물을 붓곤 했었답니다.
초심을 잃은거죠, 뭐.
오늘은 반성모드로 돌입,
멸치, 디포리, 마른 새우, 표고기둥, 무 조각, 그리고 청양고추 1개를 넣고 푹푹 육수를 냈습니다.
어묵국을 끓이려고 시작한 육수인데, 좀 넉넉하게 냈어요.

요 육수를 일단 메추리알조림에 넣었습니다.
저는요, 메추리알조림을 아주 싱겁게 합니다, 밥반찬이라기보다는 간식의 느낌이 들 정도로.
오늘도 그랬어요.
오늘은 맛간장 ½컵, 육수 ½컵, 간장 ¼컵, 맛술 ¼컵에 메추리알 장조림을 했습니다.
물엿을 조금 넣으면 반드르르 윤이 날텐데,오늘은 물엿을 생략, 요렇게만 해서 조렸지요.

우리 식구의 완소 메뉴, 가자미조림.
제가 집에서 만들어쓰는 맛간장 ½컵에 육수 1컵을 넣고 무쇠팬에 푹 조렸어요.
지난번 조렸던 가자미보다 좀 컸던 모양이에요, 팬이 작아서 한마리 다 넣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그리고 어묵국.
육수에 간장만 2큰술 정도 넣고 간해서,
물에 데쳐낸 어묵을 넣어줬습니다.
우리집 식구들, 어묵국을 끓이면, 어묵보다는 국물을 들이팝니다. 시원하다구요.
그나저나 어저께 리빙원데이에서 생선살이 75%나 들어있다는 고급어묵, 거금주고 샀는데, 언제 오려는지.
기대가 크거든요, 밀가루 범벅이 아니라 생선살이 듬뿍 든 정통 어묵 맛은 어떨지.

반찬은 있는 대로 늘어놨어요.
김이랑, 깻잎장아찌랑, 더덕구이랑...

여기에,
가자미조림 팬째, 어묵국 냄비째, 요렇게 올려놓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 저녁 끝!!
그런데, 어묵국도 남고, 가자미조림도 남고..
내일 저녁은 아무 것도 하지않고 밥만 해도 밥을 먹을 수 있을 듯.
가끔씩은, 우리 집 식구들도 반찬을 좀 많이 먹어서, 요것조것 해서 올려도 모두 싹싹 비워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이 있는 데요, 우리 집 식구들은 반찬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닌 것 같아요. 늘 반찬이 남아요.
그래서 요리가 좀 재미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