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하늘 만큼 올라버린 물가 얘기를 많이 들어서,
아주 큰 맘 먹고, 그리고 배에 힘을 꽉 주고 마트에 들어섰습죠.
아무리 비싸도 놀라지 않는다, 아무리 비싸도 살건 산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요.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비싸도 살건 다 샀습니다.
사과도 한상자 사고, 배도, 귤도 한상자 사고,
그 비싸다는 시금치, 알배기배추, 대파, 애호박, 느타리버섯 등등 다 샀습니다.
다만, 까놓은 토란이 너무 비싸서, 피토란을 넉넉히 샀고,
도라지도 까놓은 것 대신 피도라지 골라 담았습니다.
한우 우둔 산적거리, 다른 때같으면 3쪽씩 담긴 것 2팩은 샀을텐데, 그냥 1팩만 샀습니다.
사과나 배도 7.5㎏짜리 대신 오늘은 5㎏짜리로 샀고, 100g에 2천6백원이나 하는 느타리버섯은 양을 좀 줄였습니다.
느타리버섯이 비싸지 않을 때에는 2㎏ 들이 한상자를 사기도 했는데 말이죠, 오늘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가짓수는 줄이지 않았지만 양을 줄이거나 손질되지 않는 것들 샀더니, 합계는 여느 때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아요.
비싸면 비싼대로 아껴서, 싸면 싼대로 넉넉하게...이렇게 살 수 밖에는 없는 거잖아요.

무 한개 2천9백90원, 알배기 배추 1포기(약 600g 정도) 3천8백28원, 미나리 조금 1천6백50원,
모두 이 나박김치 한통을 담그려고 산 것들이지요.
무 배추 값이 비싸서 잠시나마, 파는 나박김치를 사고 말까 하는 유혹에도 흔들렸으나,
재료 사다 오후에 담갔습니다.
오늘 나박김치는 찹쌀풀 대신 밀가루풀 쑤고,
무와 배를 믹서에 갈아서 면보에 짜 즙만 넣어 국물을 잡았더니, 익기도 전에 대박 조짐!
ㅋㅋ...비싼 재료 사다 집에서 담근 보람이 있을 듯 합니다. 크크..

얼갈이배추를 데쳐서 우거지를 만들어 된장국을 끓여먹고 싶었으나,
채소값이 내린 다음(언제일지 기약도 없으나...ㅠㅠ...) 사다먹기로 하고,
알배기배추 잎을 썰어넣고 배추국을 끓였습니다.
사골곰탕 두세끼 먹고나니 서서히 물리기 시작하길래,
사골곰탕에 된장풀고 알배기배추 파 마늘 청양고추를 넣어 끓였습니다.
오늘 같이 축축한 날 썩 잘 어울리는 시원하면서도 진한 맛의 된장국이었답니다.

그리고 오늘의 메인 메뉴 오덕삼!!
오징어의 오,
더덕의 덕,
삼겹살의 삼!
각각 고추장 양념에 재웠다가 한꺼번에 볶았습니다.
제 입에는 더덕이 제일 맛있고, 그 다음에 오징어, 삼겹살이 제일 맛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리집의 육식인간 들 입맛은 저와 다른 듯!

이렇게 해서 상에 올렸더니, 우리집 식구들 재료를 헷갈려 하더라구요.
재료가 두부 아니냐구요?
땡, 틀렸습니다! 두부가 아니라 어묵입니다.
우리 친정어머니 옛날에, 어묵을 사시면 볶아도 주셨지만,
이따금 양념간장 발라서 연탄불에 구워주셨는데요, 그게 그렇게 맛있었어요.
그 생각이 나길래 양념간장 발라서 프라이팬에 구웠습니다.
프라이팬에 구우면 어묵조림과 뭐가 달라? 싶으시겠지만, 맛이 다릅니다.
밥을 먹고났는데...오늘은 덥지않은 정도가 아니라 살짝 춥기까지 하네요.
어제 낮까지만 해도 더워 더워 했었는데,
오늘 저녁에는 잠깐이나마 보일러도 돌렸네요.
너무 변덕스런 날씨, 이런 때는 감기 조심해야죠?
환절기 건강 주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