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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마지막 남은 생선으로 [도미양념구이]

| 조회수 : 11,046 | 추천수 : 141
작성일 : 2010-09-26 14:33:01


해마다 명절에 장만하는 음식의 양을 줄여, 이번 추석에는 정말 음식이 남은 게 없네요.
부친 전, 몇조각만 남겨놓고 식구들 다 싸서 보내고,
조금 넉넉하게 산 송편도 몇알 남겨놓고 전부 싸주고났더니, 이젠 냉장고가 아주 헐렁헐렁합니다.
오늘 점심에 차례상에 올렸던 도미 마저 먹고 나니, 차례음식, 하나도 남지않았어요.

몇년전,
저희 시어머니께서 느닷없이 "니가 사는 생선 늘 상하지 않았니? 네째보고 사오라고 해라!" 하시는 바람에,
솔직히 제가 적잖이 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저희 집 차례상에 생선, 조기 민어 숭어 도미 농어 등등  중에서 세가지를 골라 다섯마리에서 아홉마리 정도 쓰고,
그것도 생선이 자잘하면 아들들이 잘 안된다며 큰 생선으로 골라사야해서 여간 부담이 큰것이 아닙니다.

여기다가 낙지도 나무젓가락에 말아서 구워 올려야하고,
참꼬막 잔뜩 사서 숙회해야하고,
십만원 한장으로는 어림없고 근 두장은 들어야 하는 생선값,
아깝게 생각하지 않고 어머니 맘에 드는 생선으로 올려고 했는데,
제 나름대로는 하느라고 참 열심히 했는데,
니가 사는 생선은 '늘' 상했다니요....

당시 기분은 정말 좋지 않았지만,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래, 생선 좋은 거 사느라 장을 두세군데에서 보느라 힘들었는데 동서가 준비해오면 좋지, 뭐'

이렇게 해서 몇년전부터 가락동에 사는 동서가 생선을 준비해옵니다.
정말 저는 편하고 좋아요.

동서가 준비해오는 생선이 늘 싱싱하고 좋았는데,
올 추석은 다른해에 비해서 이른데다가,
다른 추석에 비해 온도도 높고, 습도도 높아서였는지 생선에서 신선하지 않은 냄새가 좀 났어요.
그래도, 그런 얘기하면 우리 동서 기분 상할까봐 표시는 내지 않았습니다.


암튼 그래서 한마리 남은 도미, 양념구이 했습니다.
저는 도미양념구이가 좋은데, 제가 이걸 해놓으면,
저희 시어머니, 다 먹고난 도미머리를 씻어서 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노인정에 가져가서 매운탕 끓여드신다고.
먹고난 도미머리로 매운탕을 끓여서 다른 노인분들과 같이 드시겠다니요? 이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사나 차례 지내고 나면 도미는 온전한 상태로 으레 어머니 싸드렸어요, 노인정가서 드시라고.

그런데 이번 도미에서는 살짝 냄새가 나, 이런 거 노인정 보내면 안될 것 같아서, 양념구이를 했습니다.
이 도미양념구이의 소스, 오늘 비율이 꽤 괜찮았어요. 도미만 싱싱했으면 더욱 맛있었을듯!
그래서 여기에 소개해봅니다.
예전에도 양파 마늘 등의 양념을 넣은 소스 만들기 여러번 올려놓았는데요, 오늘 것이 더 간단하고 만들기 쉬워요.

도미양념구이

재료
도미 1마리, 식용유 넉넉하게, 소금 조금
소스 재료: 물 4큰술, 고추장 2큰술, 토마토케첩 2큰술, 핫소스 2작은술, 물엿 2큰술, 설탕 1큰술, 청주 2큰술, 간장 1큰술

만들기
1. 도미에 칼집을 넣고 소금을 뿌려 밑간해둡니다.
2. 도미 몸에 물기를 닦아준 후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튀기듯 지져냅니다.
    이때 도미가 완전하게 익어야 해요.
3. 도미가 익는 동안 소스 재료 중 물엿만 빼고 모두 잘 섞어 팔팔 끓입니다. 마지막에 물엿을 넣어줍니다.
4. 완성 접시에 도미를 얹고 소스를 뿌려주면 끝!

※ 도미 튀길 때 기름이 사방으로 튀는 것이 싫으시다면 녹말가루를 도미거죽에 살짝 묻혀서 튀기시는 것도 좋아요.


도미 말고 다른 생선에 이 소스를 얹어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며칠내로 삼치 필레 구워서 이 소스를 얹어볼까 해요.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모카커피
    '10.9.26 2:41 PM

    헛~~~~일등~!

  • 2. 모카커피
    '10.9.26 2:43 PM

    접시가 너무 이뻐요~저 답글 첨 달아봐요,아무도 밟지않은 새벽 눈 길위를 살포시 밟는 기분..ㅎㅎㅎ

  • 3. 빅마마
    '10.9.26 2:43 PM

    핫~~~~이등~!

  • 4. 빅마마
    '10.9.26 2:45 PM

    역쉬~시엄니말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심 본받아야겠슴돠~

  • 5. 롤리팝
    '10.9.26 2:48 PM

    선생님도 참............딴 사람들처럼 탁 터놓고 얘기할 수 도 없고..........맞죠??

    제가 다 뚜껑 확 열릴것 같은 몇가지 음식얘기 기억하고 있습니다...ㅋㅋ
    화이팅...........너무 쌓아두면 병됩니다...가끔은 터뜨려주셔야...........

  • 6. 김혜경
    '10.9.26 2:52 PM

    롤리팝님, ^^,
    제 맘 알아주시네요.
    그래서 지금 터뜨렸잖아요...
    속에 담아두면 가끔씩 뭐가 올라와서요..^^
    제가 쓰는 방법은요, 속상한 일은 글로 막 쓴 다음 비공개글로 저장해둡니다.
    그럼 좀 마음이 풀리더라구요.

  • 7. 돌나물
    '10.9.26 3:23 PM

    부엌 개조하시고 난 뒤부터 좋은 그릇들 더욱 다양하게 자주 많이 쓰시는 것 같습니다.
    빌레로이 &보흔가요? 명절 보내고 힘드시죠

  • 8. 소연
    '10.9.26 4:07 PM

    ㅎㅎㅎ 비공개글... 그거 효과 있나요?
    그래도 가끔 그러시는건.. 애교..
    20년 동안... 거의 늘.. 그러시는분도 있으세요..

    1년동안 하루도 나가서 안주무시고...
    올해.. 처음으로 2박3일...시누랑..여름휴가 가셨어요...덕분에 저도 휴가였다는..

    추석에도 큰형님댁에 가셔서 차례지내고... 2시간만에.. 우리집으로...고고씽..

  • 9. 겨니
    '10.9.26 4:15 PM

    아놔~~ 진짜....저도 몇가지 기억하고 있는데, 왜들 그러시는지....
    모두들, 그 귀한 아드님들 홀애비로 늙어가는 거 봐야 정신들을 차리시려나...-.-
    그나마 사부님께서 워낙 좋으신 분이니 제가 참습니다...(안 참으면 워쩔겨???? ㅎㅎ)

  • 10. 써니
    '10.9.26 4:45 PM

    선생님..참으로 대단하시네요..
    직장생활하시면서 시어른모시고 사는것도 대단하신데
    시어른께서 저런말씀 하시면 진짜 서운하고 그럴꺼 같은데..존경스럽습니다

    예전에도 한번 글에서 읽은적 있었는데..부추에 얽힌 일화..
    사부님과 시어머님이 정말 복이 많으시나봐요 선생님같은 며느리, 부인을 얻으시구요..

    맘이 좋으셔서 선생님도 복받으실꺼에요^^

  • 11. 바다풀
    '10.9.26 5:30 PM

    대단하십니다 ....정말로..저도 외며느리 17년차인데 김혜경샘처럼 될 것 같지않습니다.경상북도외며느리 정말 힘에 겹습니다....
    직장도 다니시면서 항상 퇴근하고 밥 하신다는 님 글보고 정말 다시없는 효부시구나 했는데 ....정말 마음 고생 많으셨을 것 같아요 ...
    생선이야기를 그렇게 긍정적으로 승화하시는것보고 존경을 표합니다 ^^

  • 12. 니양
    '10.9.26 6:11 PM

    세상에 선생님같은 재주꾼 며느리에게도 안좋은 이야기를 하시다니..
    제가 선생님같은 며느릴 보면 정말 감사하기만 할것 같은데..^^
    시어머님들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재주많고 요리 척척 하는 며느리 (제 입으로 얘기하자니 좀 그렇지만..ㅋㅋㅍ얄미워하시는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저도 가끔 슬퍼져요.ㅠㅠ

  • 13. 진선미애
    '10.9.26 7:32 PM

    ^^ 그냥 웃지요 ,,, 저도 나름 스트레스 받는(남편도 몰라요) 며느리 ㅎㅎ

    소스 색깔이 어찌 저리 예쁠까요?
    가을이 다가와서 단풍?? ㅋㅋ

  • 14. annabell
    '10.9.26 8:19 PM

    샘은 늘 좋은쪽을 보시니까 예쁜 얼굴이 살아계시나봐요.
    역시 같은 말을 들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맘에따라 달라지네요.

    생선값에 놀라 숨을 고르고 갑니다.
    아빠가 막내셔서 제사가 없다보니 제사에 이렇게 많은돈을
    들이는지 몰랐거든요.

  • 15. 유네
    '10.9.26 9:04 PM

    그동안 말못하고 속상하셨을 일들이 얼마나 많을지..
    부군되시는 kimys님, 정말 좋은 아내를 얻으셨습니다..

  • 16. 살림열공
    '10.9.26 9:44 PM

    혹시, 우럭으로도 이렇게 요리 해도 될까요?

  • 17. 소연
    '10.9.27 7:30 AM

    살림열공님.. 우럭이 더 맛나요..
    우럭 소금구이만 해놓아도... 제 입에는...
    도미100배 맛나다고...부드럽고 쫄깃하고..

  • 18. 살림열공
    '10.9.27 8:11 AM

    소연님 답글 고맙습니다.
    용기를 내어 해 볼께요. ^^

  • 19. 아네스
    '10.9.27 10:35 AM

    시댁 제삿상 생선이 늘 맘에 걸리더라니...
    저희 시어머니께서 생선을 안 좋아하시거든요. 그냥 평범한 밥상 위에 올릴 법한 퀄리티의 조기만 서 너 마리. 조기, 민어, 도미 엄청난 사이즈로 올리던 저희 친정 제삿상이랑 너무 틀려서 깜놀! 대신 고기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하세요. 녹두지짐이랑 전도 엄청나게 하시고요 ^^
    이제부터 제가 생선 사다 드려야겠어요! 이 생각을 왜 15년 만에 하게 된 건지 나도 참;;-.-

  • 20. 초록하늘
    '10.9.27 3:17 PM

    선생님!!!
    찌찌뽕...
    저도 남편이 마땅찮게 굴면
    컴에 온통 써놓고 암호 걸어둡니다... ㅎㅎㅎ


    나중에 읽으면 유치찬란이지만
    쓰는동안은 나름 카타르시스가 되서 종종 이용해요..

    뭐 누구 피해주는 것도 아니공.
    애들한테도 나한테도 좋고...


    그나저나 선생님
    저 많은거 장보고 하시려면
    정말 명절이!!! ㅎㄷㄷㄷ


    존경합니다...
    이땅의 모든 맏마느리들!!!!

  • 21. 레드썬
    '10.9.27 7:36 PM

    으흑... 저 위 바다풀님... 저는 경상남도외며느리 8년차... 저도 무척이나 힘겹습니다ㅠㅠ
    항상 선생님 글 읽으면서 존경과 감동과 사랑을~
    그 대가족의 명절을 수십번 치루어내시는(그것도 번쩍번쩍하게) 선생님 정말이지 대단하세요.
    저도 종종 유치찬란하게 울먹이는 글 써놓곤 했었는데,
    나름 비밀스럽게 해놓았는데 남편이 읽어왔더라고요.
    읽고는... 많이 미안해하고 안쓰러워하고 그래주어서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우리 세대까진 어른들의 관습이 이어져서 어쩔수 없다 치고... 다음 세대에는 이렇게 물려주지 않기로 의논도 하고요.
    우야둥둥 선생님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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