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명절에 장만하는 음식의 양을 줄여, 이번 추석에는 정말 음식이 남은 게 없네요.
부친 전, 몇조각만 남겨놓고 식구들 다 싸서 보내고,
조금 넉넉하게 산 송편도 몇알 남겨놓고 전부 싸주고났더니, 이젠 냉장고가 아주 헐렁헐렁합니다.
오늘 점심에 차례상에 올렸던 도미 마저 먹고 나니, 차례음식, 하나도 남지않았어요.
몇년전,
저희 시어머니께서 느닷없이 "니가 사는 생선 늘 상하지 않았니? 네째보고 사오라고 해라!" 하시는 바람에,
솔직히 제가 적잖이 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저희 집 차례상에 생선, 조기 민어 숭어 도미 농어 등등 중에서 세가지를 골라 다섯마리에서 아홉마리 정도 쓰고,
그것도 생선이 자잘하면 아들들이 잘 안된다며 큰 생선으로 골라사야해서 여간 부담이 큰것이 아닙니다.
여기다가 낙지도 나무젓가락에 말아서 구워 올려야하고,
참꼬막 잔뜩 사서 숙회해야하고,
십만원 한장으로는 어림없고 근 두장은 들어야 하는 생선값,
아깝게 생각하지 않고 어머니 맘에 드는 생선으로 올려고 했는데,
제 나름대로는 하느라고 참 열심히 했는데,
니가 사는 생선은 '늘' 상했다니요....
당시 기분은 정말 좋지 않았지만,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래, 생선 좋은 거 사느라 장을 두세군데에서 보느라 힘들었는데 동서가 준비해오면 좋지, 뭐'
이렇게 해서 몇년전부터 가락동에 사는 동서가 생선을 준비해옵니다.
정말 저는 편하고 좋아요.
동서가 준비해오는 생선이 늘 싱싱하고 좋았는데,
올 추석은 다른해에 비해서 이른데다가,
다른 추석에 비해 온도도 높고, 습도도 높아서였는지 생선에서 신선하지 않은 냄새가 좀 났어요.
그래도, 그런 얘기하면 우리 동서 기분 상할까봐 표시는 내지 않았습니다.
암튼 그래서 한마리 남은 도미, 양념구이 했습니다.
저는 도미양념구이가 좋은데, 제가 이걸 해놓으면,
저희 시어머니, 다 먹고난 도미머리를 씻어서 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노인정에 가져가서 매운탕 끓여드신다고.
먹고난 도미머리로 매운탕을 끓여서 다른 노인분들과 같이 드시겠다니요? 이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사나 차례 지내고 나면 도미는 온전한 상태로 으레 어머니 싸드렸어요, 노인정가서 드시라고.
그런데 이번 도미에서는 살짝 냄새가 나, 이런 거 노인정 보내면 안될 것 같아서, 양념구이를 했습니다.
이 도미양념구이의 소스, 오늘 비율이 꽤 괜찮았어요. 도미만 싱싱했으면 더욱 맛있었을듯!
그래서 여기에 소개해봅니다.
예전에도 양파 마늘 등의 양념을 넣은 소스 만들기 여러번 올려놓았는데요, 오늘 것이 더 간단하고 만들기 쉬워요.
도미양념구이
재료
도미 1마리, 식용유 넉넉하게, 소금 조금
소스 재료: 물 4큰술, 고추장 2큰술, 토마토케첩 2큰술, 핫소스 2작은술, 물엿 2큰술, 설탕 1큰술, 청주 2큰술, 간장 1큰술
만들기
1. 도미에 칼집을 넣고 소금을 뿌려 밑간해둡니다.
2. 도미 몸에 물기를 닦아준 후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튀기듯 지져냅니다.
이때 도미가 완전하게 익어야 해요.
3. 도미가 익는 동안 소스 재료 중 물엿만 빼고 모두 잘 섞어 팔팔 끓입니다. 마지막에 물엿을 넣어줍니다.
4. 완성 접시에 도미를 얹고 소스를 뿌려주면 끝!
※ 도미 튀길 때 기름이 사방으로 튀는 것이 싫으시다면 녹말가루를 도미거죽에 살짝 묻혀서 튀기시는 것도 좋아요.
도미 말고 다른 생선에 이 소스를 얹어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며칠내로 삼치 필레 구워서 이 소스를 얹어볼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