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저녁,
시조카가 갑자기 집에서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냥 간다고 하는 조카를 '밥 먹고 가라'고 억지로 붙잡아 앉히긴 했는데...
딱히 상에 올릴 만한 재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있는 대로 재료를 긁어 모았습니다.
일단 모둠 생선구이를 메인으로 올려야겠다 싶어서,
고등어 필레 한쪽, 삼치 필레 한쪽, 자그마한 참조기 두마리를 꺼내서,
팩에 포장된 상태 그대로 찬물에 담갔더니 금방 녹네요.
가스렌지의 그릴에 생선을 구웠습니다.
김치냉장고 안에 한봉지 있던 어묵 한봉지는 양파 반개를 넣고,
맛간장으로 간하고 참기름으로 맛을 내서 볶았습니다.
냉장고 안에 달걀이 달랑 두개.
달걀이 많았더라면 굵직한 달걀말이 하면좋을텐데, 두개밖에 없어서,
달걀찜을 했습니다.
그리고 꽃게 두마리로 찌개를 끓였습니다.
꽃게는 지난 일요일, 동생이 어머니 모시고 아버지께 다녀오면서 안면도에 들러 싱싱한 꽃게를 사다줬습니다.
암놈 2㎏ 9마리중 7마리는 간장게장 담그고, 두마리 남겨 두었던 걸로 꽃게찌개를 끓였지요.
오늘의 본론은 조카를 위한 저녁메뉴 얘기가 아니라,
채소 얘깁니다.
어제부로 파가 똑떨어졌습니다.
오늘 우리집 냉장고 속에는 파라는 종류는 단 1㎝도 없습니다.
마트에 가지 않아서 파가 없는 건지, 채소값 무서워서 마트에 가지않은 건지,
선후관계를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암튼 우리집에는 파가 똑 떨어졌습니다, 아마 이런 날이 처음일거에요.
항상 달걀찜에는 파를 조금 넣어줍니다, 맛도 맛이지만 예쁘라고..그런데 달걀찜에 파 못 올렸습니다.
우리집 꽃게찌개의 재료는 참 단순합니다. 물, 고추장, 된장, 꽃게, 마늘, 그리고 파. 그런데, 여기도 파 못넣었습니다.
대신 양파를 넣었는데, 아무래도 파를 넣은 것과 다르네요.
파가 아무리 비싸도 내일은 사러나갈건데요, 문제는 김치입니다.
작년에 다른해보다 김장을 적게 담은데다가 이 사람, 저 사람이 퍼가서 작년에 담가서 여태까지 먹은 김장김치,
이제 달랑 3쪽 남았습니다.
추석전에 김치를 좀 담았어야했는데, 이래저래 복잡하고 바빠서 미룬 건데요,
헉, 배추 한포기에 만삼천원이라니요?!
엄마네랑 같이 담그려면 10포기는 해야할텐데, 그럼 배추값만 13만원!!
다음주에는 김치를 좀 담아야할텐데, 다음주에는 금추가 배추로 돌아올까요?
정말 저라도 말이죠,
단독주택 사시는 친정어머니 앞마당을 빌려서 채소라도 심어 길러 먹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님 우리집 베란다의 화초들 모두 없애고, 배추 모종 사다가 길러야 하는 건 아닌지...
올해는 무더위에, 폭우에, 날씨가 참 사람을 힘들게 하더니,
이젠 파 배추 무 시금치 같은 채소도 마음놓고 사먹을 수 없게 되다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