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여행이다 뭐다 해서, 집에 밥이 끓는 지, 죽이 끓는 지 몰랐습니다, 제가요.
어제 밥 하려고 쌀통의 레버를 돌리는데, 쌀통의 투명창을 통해 보이는 쌀의 잔량이...거의 없는 거에요.
뚜껑을 열어보니, 간신히 어제 저녁 밥 지을 정도!
목요일이나 금요일 쯤 아예 설 쇨 장을 보고 말려고 했는데, 쌀이 떨어져서,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허긴 떨어진 것이 쌀 뿐이었나요? 밥에 둬먹던 찰보리도 떨어지고, 감자도 떨어지고, 양파도 떨어지고...ㅠㅠ...
특히 감자나 양파가 없으면, 제 경우 불안증세를 보입니다, 당장 끼니를 해결할 수 없다는 듯..
오후에 나가서 아주 급한 장만 봐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오전에는,
비가 오거나 말거나, 이불커버며 침대커버며 벗겨서 빨고,
삶는 빨래 몰아서 한판, 검은 옷빨래 몰아서 한판, 우리 집 세탁기 오늘 세번이나 일하시느라, 바빴죠.

또 어제 냉장고 청소를 싹 해놓고도, 뭔가 찜찜한 거에요.
생각보니까, 냉장고 문의 포켓에 들어있는 소스류들은 그냥 뒀던 거에요.
그래서, 오늘 한판 더 버렸습니다.
특히 오늘은...제가 비법의 양념장을 개발한답시고, 시도해봤던 기름 종류를 버렸어요.
간장을 베이스로 한 것들은 거의 실패하지 않고 맛이 나서, 버리지않고 모두 쓰는데,
향신 기름 종류는 퍽 어려운 것 같아요, 자칫 온도를 잘못맞추면 산패한 냄새가 나고.
오늘 버린 것 중 제일 아까운 건, 빙수에 넣어먹겠다고 산 딸기시럽, 두어번이나 먹었을까 싶은데,
거의 먹을 일이 없는거에요.
예전처럼 빙수를 자주 해먹지 않을 뿐더러, 빙수를 한다해도 딸기시럽은 안 넣어먹거든요. 눈물을 머금고 버렸습니다.
버릴때는 아깝지만 일단 버리면, 어찌나 개운한지...
냉장고 문의 포켓도 헐렁헐렁, 그 바람에 냉장실안에 있던 오미자청, 유자청, 생강차, 이런 것들이 문쪽으로 옮겨가고,
냉장실 안은 더욱 단촐해졌지요.
이로써, 설을 앞두고 꼭 해야할 일들은 다 끝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차 한잔 마시면서 숨고르기 하는 중!
기운을 비축해놓아야, 또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해야하는, 명절 치르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죠.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