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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잠시 숨고르기중!

| 조회수 : 10,566 | 추천수 : 229
작성일 : 2010-02-09 22:02:22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여행이다 뭐다 해서, 집에 밥이 끓는 지, 죽이 끓는 지 몰랐습니다, 제가요.
어제 밥 하려고 쌀통의 레버를 돌리는데, 쌀통의 투명창을 통해 보이는 쌀의 잔량이...거의 없는 거에요.
뚜껑을 열어보니, 간신히 어제 저녁 밥 지을 정도!

목요일이나 금요일 쯤 아예 설 쇨 장을 보고 말려고 했는데, 쌀이 떨어져서,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허긴 떨어진 것이 쌀 뿐이었나요? 밥에 둬먹던 찰보리도 떨어지고, 감자도 떨어지고, 양파도 떨어지고...ㅠㅠ...
특히 감자나 양파가 없으면, 제 경우 불안증세를 보입니다, 당장 끼니를 해결할 수 없다는 듯..
오후에 나가서 아주 급한 장만 봐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오전에는,
비가 오거나 말거나, 이불커버며 침대커버며 벗겨서 빨고,
삶는 빨래 몰아서 한판, 검은 옷빨래 몰아서 한판, 우리 집 세탁기 오늘 세번이나 일하시느라, 바빴죠.




또 어제 냉장고 청소를 싹 해놓고도, 뭔가 찜찜한 거에요.
생각보니까, 냉장고 문의 포켓에 들어있는 소스류들은 그냥 뒀던 거에요.
그래서, 오늘 한판 더 버렸습니다.
특히 오늘은...제가 비법의 양념장을 개발한답시고, 시도해봤던 기름 종류를 버렸어요.
간장을 베이스로 한 것들은 거의 실패하지 않고 맛이 나서, 버리지않고 모두 쓰는데,
향신 기름 종류는 퍽 어려운 것 같아요, 자칫 온도를 잘못맞추면 산패한 냄새가 나고.
오늘 버린 것 중 제일 아까운 건, 빙수에 넣어먹겠다고 산 딸기시럽, 두어번이나 먹었을까 싶은데,
거의 먹을 일이 없는거에요.
예전처럼 빙수를 자주 해먹지 않을 뿐더러, 빙수를 한다해도 딸기시럽은 안 넣어먹거든요. 눈물을 머금고 버렸습니다.
버릴때는 아깝지만 일단 버리면, 어찌나 개운한지...
냉장고 문의 포켓도 헐렁헐렁, 그 바람에 냉장실안에 있던 오미자청, 유자청, 생강차, 이런 것들이 문쪽으로 옮겨가고,
냉장실 안은 더욱 단촐해졌지요.

이로써, 설을 앞두고 꼭 해야할 일들은 다 끝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차 한잔 마시면서 숨고르기 하는 중!
기운을 비축해놓아야, 또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해야하는, 명절 치르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죠. 그쵸?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나지누맘
    '10.2.9 10:03 PM

    1등으로 댓글달아보기!~

  • 2. 살림열공
    '10.2.9 10:06 PM

    버리는 것은 사들이는 것보다 100배는 힘든 일 같아요.
    죄 짓는 기분이 들어서 그럴까요?
    .................... 2등인가여? ^^;;

  • 3. 안나돌리
    '10.2.9 10:23 PM

    며느리 얻고는
    명절이 더 힘들어졌어요~~ㅠㅠ

    음식 장만보다 한 깔끔하는 며느리땜시
    대청소하다가 어깨 팔이 먼저 아파 옵니당^^흑...

  • 4. okbudget
    '10.2.9 11:09 PM

    안나돌리님 글을 읽으면서
    몇년전 새색시일때 시어머니 생각났다가~
    곧며느리맞을 시어머니 되니
    세월감도 느끼고 입장이 빠르게 바뀜을 실감합니다.

    나는 언제 냉장고 치우고 시장보고 반찬장만하나~~
    숙제 잔뜩 미뤄놓은 학생같습니다.

  • 5. 수엄마
    '10.2.10 2:33 AM

    설 준비 제대로 하시네요. 전 내일 시어머니랑 장보러 가는데.. 쩝.. 오늘부터 차 무지하게 막히더라구요. 그래도 금욜날 남편이 휴가를 얻어 스키장 가기로 했는데.. 그 기분으로 설 준비 해보랍니다..^^*

  • 6. 또하나의풍경
    '10.2.10 6:18 AM

    저같아도 버릴때 눈물 줄줄 흘리며 버렸을거 같네요 ㅜㅜ
    전 꼭 멀쩡할때 안버리고 (그럼 장소도 널널해지는데) 상한 후에야 버리더라구요 ㅜㅜ

  • 7. 커피번
    '10.2.10 8:34 AM

    저도 쓰지도 않으면서 혹시나..하며 끼고 사는 살림이 한보따리.
    어제는 100리터 짜리 쓰레기봉투 2장 사왔어요.
    과감하게 버리려구요..
    근데 또 넣었다 뺐다 하고 있네요.
    콘도같은 집 하려고 했는데,,ㅠ,ㅠ

  • 8. 둘리맘
    '10.2.10 9:39 AM

    저도 양파가 떨어지면 큰 일이 날 것 같아요.
    거의 모든 음식에 양파를 많이 써서리.....
    저도 설을 앞두고 냉장고를 비워서 휑합니다.
    이제 다시 채워야지요.

  • 9. 진선미애
    '10.2.10 9:55 AM

    전 명절이면 전라도(시댁)와 경상도(친정)를 한바퀴 두르는게 결혼후 20년 가까이 하다보니
    길에서 보낼 걱정이 태산이어요
    연휴가 길어도 남해고속도로는 항상 막히는데 올해는 더하면 더했지.......
    전 집에서 명절 보내시는분들이 부럽던데 또 그런분들은 시골가는걸 부러워 하시더군요ㅎㅎ
    선생님은 명절 치르기위해서 ,안나돌리님은 며느리땜에(?) ^^
    전요 시골에서 가져온 농산물들 넣으려고 냉장고 청소중이랍니다

  • 10. candy
    '10.2.10 12:55 PM

    녹차카스테라~먹고 싶네요.
    커피 마시는중이라 더더욱..
    제 경우엔 쌀독이 비어가면 기분이 좋아지던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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