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렇게 나눠먹어도 반찬이 조금은 남게 됩니다.
삼색나물 조금, 생선 한마리, 달랑 한장 남은 녹두전, 이런 걸로 저녁상을 차려냈습니다.
콩나물국 하나 끓이구요.
저희집 콩나물국에는 고기가 들어갑니다.
쇠고기 넣고 콩나물국을 끓인다고 하면 다들 놀라는데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이런 콩나물국을 먹고 자랐구요,
특이하게도 kimys도 그랬답니다, 어려서부터 쇠고기 넣은 콩나물국 먹었다고...
우리 부부...연분은 연분인거죠, 콩나물국 하나만 봐도..ㅋㅋ...

암튼 오늘 저녁에 끓인 콩나물국인데요,
이렇게 볼품없는 국을 9장의 과정 사진과 더불어 장황하게 보여드리는 이유는 이 글의 맨 끝에 있어요.
오늘 콩나물국의 재료는요,
쇠고기 양지머리 200g, 콩나물 300g, 물 8컵(240㎖짜리로), 대파 1대, 다진 마늘 1큰술, 국간장 3큰술, 소금 ½작은술.
이 분량으로 끓이면 7~8인분 정도의 콩나물국이 나오는데요, 왜 이렇게 많은 양의 콩나물국을 끓였냐 하면요,
대부분의 다른 국들도 마찬가지지만, 국은 좀 양이 넉넉해야 맛있습니다.
이렇게 끓여서 한끼 먹고, 나머지는 식혀서 냉장고에 뒀다가 모레쯤 먹으면...모레 저녁 준비가 편하거든요.
자, 이제 끓여봅니다.

양지머리는 일단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뺍니다.
30분 이상 물을 갈아줘가며 핏물을 빼면 나중에 국물끓일 때 편한데요, 그렇게 시간이 없다하면,
잠깐이라도 담가서 손으로 고기를 살짝 비벼가며 대충 핏물을 빼줍니다.

핏물을 뺀 양지머리는 결을 반대로 잘게 잘라줍니다.
고기결과 평행이 되게 잘라주면, 고기가 질겨요.

썰어놓은 고기를 냄비에 담은 다음 국간장을 일단 2큰술만 넣어서 조물조물 한 다음 잠시만 둡니다.
단 5분이라도 고기에 간이 배도록 합니다.

이제 냄비를 불에 올려 고기의 표면이 익을 때까지 볶아줍니다.
이때 참기름을 넣어 볶으라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절대로 참기름은 넣지않습니다.
참기름을 넣으면 뭐랄까, 국맛이 좀 무거워진다고할까? 암튼 개운한 맛이 덜한 것 같아서 참기름은 넣지 않아요.
표면이 익으면 찬물을 붓고, 뚜껑을 연 상태로 끓여줍니다.

국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콩나물을 준비해야겠죠?
'콩나물은 몇번 씻어야하나요?' 하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요, 저는 한번, 많아야 두번 씻어줍니다.
콩나물을 살 때 아예 무농약, 우리콩, 유기농, 세번 씻은..이런 수식어들이 여럿 붙은 콩나물을 믿고 사기 때문입니다.
그저 콩나물 대가리 붙은 콩꺼풀을 털어주는 정도로 씻습니다.
또 머리 꼬리 따주는 분들 계시는데,
제가 요리과정 중 제일 싫어하는 것이 콩나물 머리 꼬리 따는 일이랍니다.
변명은 늘, '머리와 꼬리에 타우린이 가장 많답니다'죠...ㅋㅋ

국물이 끓어오를 무렵 지켜서서 거품을 걷어줍니다.
핏물을 더 많이 빼면 이때 거품이 좀 덜나오고, 핏물을 덜 빼면 거품이 더 많이 나오는데,
이 거품을 잘 걷어줘야 국물이 깔끔합니다.

이 정도로 거품을 걷어냅니다.
아, 우리집 조선간장 색이 좀 시커매서 국물 색깔이 까만색이네요. ^^;;
그래도, 콩나물이 들어가면 콩나물에서 수분이 나와 국물색이 좀 흐려집니다.

자, 거품을 걷어낸 국물이 팔팔 끓을 때 콩나물을 넣어줍니다.
콩나물을 넣어준 후에는 뚜껑을 덮고 국을 끓입니다.
오른손으로는 카메라를, 왼손으로는 콩나물을 들고 사진 찍었더니...사진이 좀 웃기네요...이해해주삼..

국이 펄펄 끓으면 뚜껑을 열고 간을 봐서, 국간장 1큰술, 소금 ½작은술 정도를 더 넣어 간을 맞춰줍니다.
어슷어슷 썰어둔 대파도 넣어주고, 다진 마늘도 넣어준 후,
약한 불로 줄여서, 콩나물국이 더 퍼지도록 뒀다가 상에 올립니다.
별 것도 아닌 것, 스크롤 압박 받으면서 보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앞으로 이런 일이 왕왕 있을 거에요.
제가 지난번에 그동안 제가 냈던 책에 대해서 심하게 회의를 느꼈던 건 말씀드렸잖아요.
그때 내린 결론은....이제 앞으로는 출판 생각은 하지 말고 쓰고 싶은 걸 쓰자...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단 두명만을 위한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원래는 단 한명, 제 딸을 위해서 였는데, 지금 고딩인 조카딸이 자기도 한부 꼭 출력해달라고 하네요.
그래서 졸지에 독자가 둘이 됐습니다.
(며느리는 왜 뺐냐고요? 어느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미주알고주알 잔소리처럼 쓴 글을 좋아하겠어요? 며느리 생각하는 마음에서 며느리는 뺐습니당..^^)
쓰고있는 건 아주 기초적인 얘기입니다.
밥, 국, 찌개, 나물, 볶음, 가족요리, 주말요리, 명절음식, 김치와 김치 응용음식, 등등 정말 가장 기초요리를 쓰려고 해요.
조리법은 물론이고 재료를 고르고 또 재료를 손질 보관하는 법까지 총망라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음식 하나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그걸가지고 하는 응용요리를 팁으로 넣을거에요.
이 콩나물국이 국편에 들어갈 건데요,
이 국물에 감자를 넣으면 감자국, 무를 넣으면 뭇국, 떡을 넣으면 떡국 이렇게 응용하도록 할거에요.
물론 뭇국이나 떡국은 콩나물국과는 다른 디테일들이 있는데 그건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하구요.
지금 며칠째 밥편을 쓰고 있는데요, 아직 끝내지 못했습니다.
쌀 사기와 보관, 쌀 씻기, 밥짓는 솥들, 냄비밥과 압력솥밥, 잡곡과 별미밥, 여기까지 썼는데 200자 원고지로 90매인거 있죠? 뭔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 많은 건지...
아직도 볶음밥 김밥 국밥 등등이 남아있답니다. ㅠㅠ
이렇게 써가지고, 제 딸 시집갈 때 혼수로 주려고 해요.
A4용지에 출력하거나, CD로 구워주려고 하는데, 사진이 문제잖아요?
그렇다고 사진가를 고용해서 찍게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이렇게 희망수첩에 사진 좀 올려놓고, 이걸 글에 얹어서 줄까 합니다.
제가 이런 원고 쓴다고 하니까, 중딩딸을 둔 후배, 자기도 지금부터 준비해서 써야겠대요. ^^
이 원고 얘기하면서 "이런 건 어때?"하니까,
제 딸,"완전 좋지! 나한테 완전 필요한 거지!"하면서 너무나 좋아하며 저더러 놀지말고 분발해서 쓰랍니다. ^^
두어달 원고 바짝 쓰고, 두어달은 계량 열심히 해서 레시피 완성하면,
올 가을에는 탈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모르죠, 뭐...
어쨌든,
앞으로 희망수첩에, '뭐 이런 기초 중의 생기초를 사진과 더불어 장황하게 올리나!' 싶으셔도 이해해주세요.
혼기가 꽉 찬 딸을 둔 엄마의 노파심이랄까, 뭐 그런 거랍니다.
이런 글을 써주지않아도, 우리 딸 결혼하면 잘 할텐데...
엄마 마음이란게 이런 거 잖아요, 자기 자식은 몇살을 먹어도 늘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은 기분이 드는 거,
그래서 늘 돌봐줘야할 것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