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경우 요리생활의 기복이 심한 편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요리가 재밌어지면 점심이고 저녁이고, 새 반찬해서 근사하게 차려먹다가,
또 어느 때가 되면 요리가 귀찮아지면서 되는 대로 적당히 차려먹곤 합니다.
며칠전 눈 와서 길 미끄럽고, 춥다고 꼼짝도 하지 않고 집안에만 박혀있을 때에는,
재료가 별것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해먹었는데,
외려 장봐다가 냉장고 채워놓은 요즘, 요리에 꾀를 부리고 있습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요 며칠, 가족행사가 잇달아 있어서,
하루는 회정식 배부르게 먹고, 또 하루는 킹크랩 실컷 먹고...이러다보니까, 음식을 열심히 안했습니다.
오늘은 맘먹고 좀 하려고 했는데,
화제의 드라마 공부의 신, VOD로 보다가, 재방송으로 보다가 하면서 4회 진도까지 다 나가느라 그만....
며칠전 이마트에서 삼겹살 1㎏에 9천8백원인가, 암튼 1만원도 못하는 금액을 팔았더랬어요.
줄을 한참이나 서서 삼겹살 수육거리를 사왔는데, 솔직히 브랜드육보다 맛이 못하네요.
그렇겠죠, 브랜드육과 품질이 같은 걸, 거의 절반 값에 팔 수 있겠어요?
그저께 그 삼겹살을 쪘었는데, 식구들이 다른 때처럼 맛있게 먹어주질 않는 거에요.
그래서 오늘 얄팍얄팍하게 썰어서, 돼지수육 남은 거 처리할 때 잘하는 방법,
간장에 물과 맛술, 통마늘, 청양고추 같은 향신채 넣어서 살짝 조리는 방법으로 변신시켜줬습니다.
두부도 반모, 끓는 물에 데쳐서 곁들이구요, 김치도 한 접시에 담아줬습니다.
아, 삼합이 뭐 별 거 겠어요? 서로 잘 어울리는 세가지 음식이 한 접시에 담기면 삼합이지!
김치와 두부도 잘 어울리고,
김치와 돼지고기 수육도 잘 어울리고,
회정식 먹던 날 일식집에서 싸줬던 서더리, 매운탕 끓이고, 이렇게 돼지고기 삼합 한접시해서 올리고,
단촐하게 차려서 한끼 또 때웠습니다.
반찬을 담은 그릇이라고는 이 삼합 접시와 매운탕 냄비, 김 담았던 접시,
그리고 매운탕을 덜어먹은 각자의 대접과 밥그릇...음식을 싹 비워 설거지가 쉬워서 너무 좋으네요.
내일부터는 요리를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또 모르죠, 뭐, 아직 가족행사가 덜 끝났거든요.
또 외식하느라, 부엌에 안들어갈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