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3박4일 동안 놀기만했는데도, 그래도 피곤한가봐요.
쓰러져 잠만 자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
어제 저녁엔 뭔가 해서 먹어야할텐데, 부엌생활에 다소 적응이 덜되어서, 카레를 끓였어요.
김치와 피클 몇조각만 놓고 한끼 잘 때웠죠.

오늘은...
아침에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양희은의 시골밥상'에서 토란음식을 하는 거에요.
그런데, 토란대와 토란잎을, 불린 상태에서 바로 삶아서 볶고 찌는데...'어, 저건 아닌데...'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들깨 넣고 볶아놓은 토란대를 맛본 출연자들, 목이 아리다고..
그렇겠죠, 토란대, 쌀 뜨물 넣고 삶은 후 하루 정도 아린맛을 빼야 먹을 수 있는데 말이죠.
결국, 오늘 시골밥상의 메뉴, 토란국, 토란대볶음, 토란잎볶음, 토란잎쌈 중 토란국만 먹는 것 같더라구요.
그걸 보니까 우리집에 있는 토란대 생각이 나서 얼른 나가서 물에 담갔습니다.
여행 전, 며칠동안 요리안하고 늘어져있었고,
돌아와서도 또 그렇게 늘어져있으면 며칠후로 닥친 설 쇠기도 힘들듯 해서, 요리에 발동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몇년전, 82cook 식구들이 몇만명 정도일때는 가끔 번개도 하고, 그릇창고털이번개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금, 회원수가 17만명이 훌쩍 넘은 지금은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일이지만요.
암튼 그때 어느 번개에선가 우리 82cook 식구한분이 제게 쇼핑백 하나를 손에 쥐어주셨는데,
거기에 토란대가 꽤 많이 있었습니다.
토란대 좋아하시는 우리 어머니, 그 토란대 볶아드릴때마다, 어디서 난 토란대냐고, 맛있다고, 드실때마다 그러셨어요.
그후 마트에서 파는 토란대를 사서 볶아보지만 그 맛은 나지 않습니다.
그때 제게 토란대 주신 우리 82cook 식구분,
그날 제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못했고, 성함도 받아두질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늦었지만 그때 주셨던 토란대 너무 잘먹었습니다.
그후로 그렇게 맛있는 토란대는 만나지 못했구요. 늦게나마 감사인사 드립니다.

생각난 김에,
무청시래기 조금 남아있던 것도 물에 잠시 불렸다가 푹푹 삶아,
맑은 물이 나올때까지 헹군 후 물에 담갔습니다.

삶고 불리고 하는 슬로우 푸드들을 시작한 김에,
지난 봄에 말려, 두고두고 잘 먹었던 고사리가 아주 조금 남아서, 이것도 마저 불렸습니다.

몇년전 얻은 염장한 싸리버섯이 아직도 멀쩡합니다.
염장한 싸리버섯은 일단 물에 담갔다가 삶아서 소금기를 뺀 다음 ,
다시 깨끗히 씻어 물에 하루 정도 담가서 싸리버섯 특유의 독을 빼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삶기만 하고 바로 볶으면 바로 배가 아파오지요.

그때 싸리버섯과 같이 받은 염장 먹버섯도 불려줬습니다.
손질방법은 싸리버섯과 같아요.
이렇게,
물에 불렸다가 삶은 후 씻어서 다시 물에 담가두는, 1박2일의 과정을 거쳐야 먹을 수 있는 슬로우 푸드들.
요즘, 이런 음식이 맛있는 걸 봐서, 입맛은 나이에 따라 많이 변하는 것 같아요.

다른 것들은 오늘 저녁에 조리할 수 없었지만,
고사리는 볶을 수 있어서, 고사리 볶고,

무청시래기도 자작하게, 나물스타일로 볶았습니다.
차돌박이를 넣고 국물도 넉넉하게 지지는 찌개 스타일이 아니라,
들기름과 된장을 넣고 조물조물 밑간한 후 멸치육수를 부어 자작하게 볶아내는 방법으로 했는데,
저는 역시 오늘 이 방법, 멸치육수가 들어간 것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지금 고백하자면,
제가 2007년에도, 우리 아버지 보내드리고 나서,
헛헛한 마음을 영 다스릴 수 없고, 눈에 눈물이 영 마르지않아,
친정어머니와 우리 딸, 이렇게 셋이 여행한 적 있습니다.
82cook에는 온다간다 말없이 며칠 비워두고 다녀왔지요.
그때 여러분들이 별 말씀 없으셔서, 이번에도 그냥 보고 없이 다녀왔는데, 걱정들을 많이 하셨나봐요.
죄송합니다. 걱정 끼쳐드릴 의도는 아니었어요.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말라'는 이순신장군도 아니면서, 제가 사이트를 비우고 있는 걸 알리기 싫었을 뿐이에요.
앞으론 가능하면, 제가 어딜 가면 간다, 아프면 아프다, 밝히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