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제 친정아버지의 첫 기일(忌日) 이었습니다.
양력으로는 4월 16일날 돌아가셨는데...제사는 음력으로 모신다고...
작년 이맘때, 한창 꽃필 때, 꽃구경 한번 더 시켜드리려고 했는데,
결국 꽃구경 못시켜드려서,
개나리 진달래 목련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요즘 같은 봄날....참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많이 아버지를 사랑했는 지 몰랐어요.
이렇게 아버지가 많이 그리울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 제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고 계실 줄 정말 몰랐습니다.
앞으로 쭈욱, 아버지의 제사만큼은, 올케들이 바쁘든 바쁘지 않든,
딸자식된 도리로 열심히 해야겠다 맘 먹고 있던 참에,
대학교 선생님인 큰 올케는 오전 오후 내리 수업이 있어서 바쁘다고 하고,
작은 올케는 사정이 있어서 오지 못하고,
친정어머니랑 둘이서 제수를 장만했습니다.
그저께 친정어머니랑 일산 하나로클럽이랑 코스트코를 돌면서,
재료 하나하나 정성껏 골랐습니다.
어제는 아침10시쯤 도착해서, 어머니랑 음식을 장만했습니다.
호박전, 버섯전, 생선전, 동그랑땡, 간전, 녹두전, 두부 등 일곱가지 부치고,
"고기 좋아하셨던 아버지, 맛있는 거 많이 해드려야한다"는 어머니 뜻대로,
갈비찜도 해서 올리고, 쇠고기 산적도 올리고, 돼지고기 수육도 삶고 해서 올렸습니다.
전날 재료를 그렇게 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빠진 재료가 있어서,
어머니가 잠깐 시장 가신 사이, 혼자 전을 부치면서,
'아버지 살아계실 때 이렇게 따끈한 전을 내손으로 몇번이나 부쳐드렸나' '돌아가신 다음 후회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생각에 가슴을 쳤습니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섬기기란 다하여라~', 이런 옛시조 구절이 저절로 떠오르대요.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꼬박 음식을 만들었는데,
내 아버지께 드릴 음식, 내 손으로 만든다 싶어서 인지, 힘든지도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니가 진짜 솜씨가 늘었다" "차분하게 일을 잘하네"하고 칭찬해주셔서 기분도 좋았구요.

자기 부모 제사나 생신에..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올케들에게만 일 맡겨놓는 세상의 시누이들, 좀 마땅치 않습니다.
시아버지 제사에 며느리는 휴가 내서 일해야하고, 시누이는 볼 일 다보고 저녁때 때 맞춰 나타나고..
이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말은 뭐, 출가외인이라며,
다른 온갖 친정일에는 다 참견하면서,
일을 나눠해야할 때만 출가외인인거, 좀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요즘에 출가외인이 말이 되나요? 딸 아들 구별이 없잖아요?)
같은 여자끼리, 서로서로 사정을 살펴봐줘야 하지 않나 싶어요.
(뭐, 여자만의 문제는 아니죠, 우리나라 남편들도 생각이 바뀌어야..)
밤 10시쯤 제사 모시고 나서,
저녁 먹고 치우고 나서는데 밤 12시가 넘었어요.
친정어머니, 일 많이 해서 병나지 않겠냐고 걱정하시는데..솔직히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아프지는 않네요.
이게 다...기분 문제인 것 같아요. 아프기는 커녕 뿌듯한 걸요.
내손으로 뭐라도 한 가지 만들어서 상에 올릴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다 기쁨입니다.
며칠 후 4월16일에는 대전에 가려고 해요.
다녀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야할 것 같아요.
가서 아버지께 얘기할거에요,
아버지 가신 후 일주일에 최소한 한번 엄마와 시간을 보내겠다는 내 자신과의 약속, 지난 일년 동안은 잘 지켰다고.
앞으로 계속 지킬 수 있도록 아버지가 엄마랑 저를 보살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