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에 돈 10만원 정도 넣어 가지고 시장엘 가는..그런 버릇이 있습니다.
제 생활이 치열하지 못하고, 느슨하게 풀어져 버렸다고 생각될 때,
기분이 꿀꿀해서, 이 상태로 조금만 더 놔두면 우울증 근처까지 갈 것 같다고 여겨질 때,
속에서 뭐가 차 올라서 이걸 풀어버리지 않으면 눈에 띄는 아무나 하고(그래봐야 가족이지만)
한바탕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 때...저 혼자서 시장엘 갑니다.
시장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반성과 더불어 불끈 삶의 의욕도 다지고,
지갑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뭘 사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시장은 제 좋은 놀이터 입니다.
오늘은,
신세계백화점에 AS를 맡겼던 kimys의 티셔츠도 찾을 겸,
위의 세가지 이유가 살짝살짝 섞인 상태에서 남대문시장엘 갔습니다. 버스 타고.
마구 돌아다닐 때에는 차 없이 다니는 것이 더 편합니다.

버스에서 내리지마자,
전에 즐겨갔던, 그러나 최근 한 3년정도 발걸음도 못해본 것 같은 단골 그릇가게에 갔습니다.
가서..이렇게 질러줬습니다.
아마 2~3천원 깎아준 것 같은데..암튼 총액 3만4천원 주고 사왔습니다.

요즘 젊은 주부들 사이에 인기 짱이라는 사절접시.
반찬 조금씩 담아내느라, 아주 인기가 좋다네요.

보덤의 스프볼.
보덤도..이제..중국에서 만드네요..
덕분에 값은 예전보다 싸진 듯...

손잡이가 달린 스프볼이 사고 싶었는데,
제가 사려고 했던 것과 꼭 같은 모양은 아니지만 대충 비슷해서 샀습니다.
남대문시장에서 처음부터 그릇을 사는 바람에 무거워서 쩔쩔 매면서도,
불면에 시달리는 kimys를 위해 액체멜라토닌도 한병 사고,
요즘 할머니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인 두겹의 쪼글쪼글한 옷, 제가 입으려고 2만원이나 주고 블라우스 하나 사고,
(이게 가볍고, 보기보다 따뜻합니다...두겹에다 오글오글해서 그런듯..)
그리고는 신세계백화점에 가서 AS 맡겼던 것 찾고...
그리고는 다시 버스 타고 동평화시장, 제가 다니는 속옷집에서 속옷 몇장 사고,
3층 보세옷집이랑 광희시장도 한바퀴 돌아주고..5천원짜리 롱스커트 하나 사고..
또 걸어서 두어블럭을 지나 광장시장까지 갔다가 왔어요.
광장시장에서는 찾던 걸..못찾았어요.
만보계를 차고 나갈껄 그랬나봐요..엄청 많이 걸었는데....
볼이 얼었었는지..지금 녹느라고 벌겋게 됐지만....기분이 좋아 졌어요...
돈도...가계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한 10만원 정도 써주고...
이 정도 투자해서, 물건도 남고, 기분도 풀린다면..아주 괜찮은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