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오래한 여자치고..출장 다니는 직업을 가진 사람치고... 역마살 없는 사람이 없답니다...)
가끔은 코에 바람을 넣어줘야...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니....이것도 병은 병이죠??
아마도, 지난해 연말, 차 끌고 아버지께 다녀온 후 바깥 출입도 잘 안하고, 드라이브도 안하고 했더니,
좀 답답했던 모양이에요. 어제는 뭐가 차오를대로 차오르는 느낌...
그래서, 친정어머니 모시고 바람 쐬러 갔다왔습니다.
홀로 되신 어머니, 1주일에 한번씩 시간을 내드린다고는 해도, 온전한 하루를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고작 서너시간, 그것도 겨우 같이 장을 보거나, 목욕을 하거나, 파마를 하는 정도...
"엄마, 일산대교도 새로 개통했다는데..내일 우리 강화나 갑시다.."했더니,
"좋지...그런데...아버지 생각나서 강화 가기 싫다더니.."
"아니..이젠 갈 수 있어요"

11시쯤 어머니를 모시고 출발했는데,
외곽순환고속도로 → 일산대교 → 제방도로, 뭐 이런 코스로 강화도에 들어가보니 정오가 약간 넘은 시간!
아버지 병원에 입원하시기 얼마전 고추사러 강화장에 갔을 때 밴댕이회무침 아주 맛있게 해주던 집을 찾아서,
회무침 한접시 먹었습니다.
저희 친정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그 집 아주머니랑 이야기를 나눠가면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밴댕이회무침 한접시에 1만3천원인데..엄마랑 둘이 배 부르도록 먹었어요.
그리고 새로 지어서 이사한 후 처음 가본 강화풍물시장 구석구석 돌면서 구경했어요.
강화시장에만 가면 왜 그렇게 사고 싶은 것이 많은 지..
속노란 고구마 4㎏들이 한상자 1만원 주고 샀습니다.
아버지 안계셔서..먹을 사람 없어 안산다는 엄마께 몇개 덜어드리고 가져왔어요.
얼른 구워먹어야죠...^^

강화장에 가면 수수부꾸미를 부쳐 팔아요.
엄마가 그걸 꼭 드시고 싶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수수부꾸미 부쳐파는 할머니가 두분인데 두분다 오늘 가게 문을 안여신 거에요.
아쉬워 하던 차에 막 개떡을 쪄낸 것을 보니 맛있어보여서,
10장에 5천원 주고 샀습니다.
뜨끈한 거 한장 먹으니..진짜 맛있어요..^^

요즘 저희 집에 거의 매일 식탁에 오르는 시래기나 우거지..
강화장에 가니까 무청 시래기가 너무 많은 거 있죠?
한 두름 엮은 것이 2천5백원이에요. 너무 길어서 반으로 접어 촬영한 것이랍니다.
하나로 마트에서 봉지에 담아파는 것보다 몇배 싼 것 같아..아주 흐뭇합니다..ㅋㅋ...
베란다 빨래 건조대에 걸어놓고 보니, 밥 안먹어도 배 불러요.

엄마가 사길래 따라 산 돼지 등뼈.
즉석에서 잘라주는 국내산 냉장돼지 등뼈입니다.
요게 7천9백원어치입니다. 엄마는 더 큰걸로 사셔서 1만원 주고 사시고.
감자 넣고 우거지 삶아넣고 깻잎도 넣고 해서 감자탕 해먹으면 얼마나 맛있을 지..
생각만해도..입에 침이 고입니다.
핏물 빼느라..담가뒀어요..내일 푹푹 삶아서 감자탕 할거에요..^^

돌아오는 길에 대명항에 들렸어요.
물때를 잘 못 맞췄는지..생선이 별로 없어요. 주로 쭈꾸미...
아, 요즘 그쪽 숭어가 제철인가봐요. 강화도 그렇고 대명포구도 그렇고...
숭어 회 떠놓고 파는데..한접시에 만원이래요.
두 접시 사서, 하나는 엄마 드시라고 하고 하나는 저희가... 저녁 먹기 전에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쭈꾸미들이 살아서 물통 밖으로 나오려고 하길래 볶아먹으려고 조금 샀습니다.
1㎏에 1만원씩. 엄마도 좀 사드리려고했는데..먹을 사람없다고 해서, 제가 2㎏ 사서, ⅓ 정도 덜어드렸어요.
저녁에 볶아 먹으려고 고무장갑 끼고 소금 뿌려씻는데, 장갑에 쩍쩍 들러붙어서...
살겠다고 애쓰는 걸..열심히 닦아서 살아있는 녀석들에게 고추장양념을 부어줬습니다.
역시..싱싱하니까 맛있네요...
엄마가...오늘 드라이브...너무 너무 좋아하시는거에요.
"엄마 큰일이다, 이렇게 딸하고 노는 거 좋아해서..딸하고만 놀고싶어 하고..그 딸 좀 바쁜데.."
"그러게 말이다, 딸이 너무 잘해줘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사실 오늘은요...제가 엄마랑 놀아드린 게 아니라, 엄마가 저랑 놀아주신 거에요.
오늘..제가 엄마랑 놀고 싶었거든요.
후배랑 놀아서 재밌는 날이 있고, 친구랑 놀고 싶은 날이 있고, 그냥 남편이랑 있고 싶은 날이 있는데..
오늘 꼭 엄마랑 놀고 싶었거든요, 오늘 아마도..엄마가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하셨더라면..제가 아주 많이 삐졌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