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사 지내고 나면, 한동안 반찬이 같아서 그렇지,
요리할 필요없이 그냥 주섬주섬 꺼내놓으면 한상 그득 차려져서...좀 편하기는 합니다.
전이며 적이며, 골고루 형제들에게 나눠 싸주었는데도,
먹다남은 나물이며, 전, 싸주고 남은 생선, 뭐 이런 반찬 들에다 김치만 챙겨놓으면, 식당 밥상 같습니다. ^^
이렇게 점심 차려먹고는, 설거지도 못하고, 낮잠 잤습니다.
세상에나..3시간이나 잔 거 있죠?
마치 일주일에 6일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 휴일날 낮잠 자듯,
세상 모르고 잤습니다.
자면서...꿈에...누가 제 부엌 어질러놓았다고 울기까지 했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
애들도 아니고, 그런 개꿈은 꾸는 지...
뭐 한거 있다고 이렇게 피곤했나..생각해보니까...제사에, 제 생일모임에..나름 피곤해나봐요..^^;;
일어나서 설거지는 세척기로 밀어 넣고는,
고무장갑 끼고는 냄비들을 수세미로 북북 닦아주었습니다.
한 10년전만 해도,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이면 한밤중에 잠 안자고,
쓰는 스텐냄비들을 몽땅 꺼내 철솔로 북북 문지른 적도 있습니다.
어쩌다 저희 집에 오는 사람들, "이 집은 어쩜 이렇게 냄비가 반짝반짝해? 참 부지런한가봐?"하는데,
그게...부지런의 산물이 아니라..스트레스 해소법이었던 것을...
남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요즘은 스트레스가 없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운도 없어서, 그냥 두고 봤더니,
유광냄비와 무광냄비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스텐의 광채가 죽어서,
아주 큰 냄비를 제외하고 많은 쓰는 작은 냄비랑 중간사이즈의 냄비 8개를 닦아줬습니다.
냄비를 닦다보면, 그래도 무광처리한 것보다는 유광처리한 것이 나은 것 같아요.
무광처리한 건, 닦아도 그리 보람이 없는데...유광처리한 것은 제 얼굴도 비쳐지는 것이..
닦아준 보람 있습니다.
토요일날 병원에 가서 손가락 상처 부위 소독한 후 드레싱을 갈때,
드레싱을 훨씬 짧고, 가늘게 해줘서...설거지며 집안 나름대로 할만합니다.
다만, 칼질하기가 나빠요. 왼손 세째 손가락으로 눌러주며 썰어야하는데, 손가락을 뻗치고 써니 영 불편합니다.
실밥 뽑으려면 아직 일주일도 더 남았는데..
한동안 요리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ㅠㅠ...닭다리살이랑 해먹어야 하는데...
이참에, 요리는 하지말고, 완전 큰 곰솥까지 몽땅 꺼내서 북북 닦아줄까봐요.
스트레스도 풀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