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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갈수록 토종입맛!! [우거지 찌개]

| 조회수 : 9,349 | 추천수 : 127
작성일 : 2008-01-13 19:22:58


내일 모레가...친정어머니의 생신입니다...눈물없이는 보낼 수 없는...
어머니 생신 당일은 평일이라서, 아무래도 다들 직장들때문에 모이는 것이 여의치않아서,
오늘 낮 1시, 이대 후문 뒤의 한 부페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매해 어머니 생신때 그냥 삐쭉 내미는 현금봉투가 계면쩍어서, 올해는 몇자 편지를 적었는데,
몇 줄 쓰지도 못하고 어찌나 눈물이 쏟아지는지...

가족들이 모두 모였을 때...그런 제 심사를 드러내기 싫어서, 꾸역꾸역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울 딸 잘 쓰는 표현으로 '배가 찢어져라..' ㅋㅋ..
특히 저희가 갔던 그 집, 메인이나 샐러드도 그렇지만 디저트가 아주 좋더만요..디저트를 얼마나 먹었는지...
암튼, 1시에 시작한 점심이 3시쯤 끝났는데..그때까지 계속 먹었어요.

점심 후 오빠네 집에 가서 생일케이크와 커피까지 먹고 돌아와서, 저녁밥이 한술도 들어갈 것 같지 않아서,
제 밥은 아예 하지도 않았습니다.
낮에 그렇게 먹어준 날은 다음날 점심까지 거의 안먹거든요.

제 배 부르다고 저녁을 안할 수도 없는 일..어제 밤에 삶아서 물에 담가두었던 우거지를 지졌습니다.
삶은 우거지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된장과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해서 20분 정도 간이 배도록 두었다가,
위에 뒤포리 일곱마리 얹은 후 맹물 붓고 끓였습니다. 파 마늘도 넣어주고요.

밥은 단 한술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을 만큼...저녁밥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우거지 찌개 간이 어떤가하고 한조각 먹어보니...왜 이렇게 맛있는지...ㅠㅠ...
낮에 먹은 스테이크니 새우니 하는 것보다 천배쯤 맛있는 거 같아요.
결국, 밥을 공기에 아주 조금 퍼, 우거지를 밥에 척척 얹어서 먹었습니다. 배부른데..배부른데 하고 노래를 부르며.
아..그랬는데...은근히 부대끼던 속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공감이 가시나요??

정말 갈수록 토종입맛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누군가 스테이크를 아무리 맛있게 먹고 집에 들어가도,
꼭 있는 나물에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서 한술이라도 먹어야 속이 편안하다고 하더니...
제가 딱 그짝입니다. 배가 너무 부르지만, 우거지찌개를 먹어주니까..비로소 소화가 되기 시작하는 느낌?!
요즘 들어서...그 증세가 더 심해졌습니다.
최근들어..희망수첩을 거르는 날이 부쩍 많아진 이유는..제 감기 때문이 아니라..
맨날 이렇게 먹기 때문에...사진을 찍을 만한 것도 없고, 레시피를 소개할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랍니다..^^;; 죄송..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윤경
    '08.1.13 7:23 PM

    일등.^^

  • 2. 이윤경
    '08.1.13 7:28 PM

    조금 슬픈 글을 읽고 일등올리려니...^^;; 마음이 그러네요...
    샘~~~기운내셔요~~

    우거지 저두 무지좋아라합니다..입맛없어 일주일을 먹는둥마는둥 할때 친정엄니가 된장에 조려준 우거지에 고추장비벼...두그릇 뚝딱...세그릇먹고싶었지만..
    갑자기 위가 놀랄거같아...참았던 기억이 나네요...
    너무 맛나지요...^^ 입맛없을때 특히 짭짤한것들이 당기는거같아요..
    빨리 과일이나 비타민 듬뿍든 음식많이드시고...감기 나으셔요~~홧팅~~~
    바뿌시더라도...잠을 많이 주무시고 쉬시는게 최고래요~~

  • 3. 강은숙
    '08.1.13 8:35 PM

    이대 뒤 부페집이 어디인지요? 알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 4. 자연맘
    '08.1.13 9:03 PM

    밍밍한 서양음식 내지는 부페 먹은 후에는 배는 너무 불러
    더이상 들어갈 것 같지 않다가도
    된장이나 고추장 들어간 음식 먹으면 소화제가 따로 없죠.

    속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느낌..

    감기가 오래 가시나봐요.

    맘의 감기 때문인 듯 하네요.

  • 5. emile
    '08.1.13 10:25 PM

    30대 ...막내며느리로서 윗 형님들이 나물이나 우거지를 넘 좋아하시길래
    정말 이해 못했어요.
    근데...제나이 40이넘어 50에 거의 도착한 이시점.......
    그때가 자꾸 생각납니다.
    그때 더 기분좋게 이해할껄...하고..ㅋ

  • 6. 그린
    '08.1.13 10:32 PM

    어머님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의 사랑하는 마음 듬뿍 담아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오늘저녁은 저도 모처럼 마음먹고 결코 글로는 전해질 수 없는,
    엄마께 보내는 편지를 써봐야겠어요.

  • 7. 돼지용
    '08.1.13 11:04 PM

    원래는 슾볼 인가요? 우거지랑 참하게 어울립니다.
    어머니랑 같이 슥슥 비벼 드셨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해봅니다.
    그런 날도 있겠지요.

  • 8. ice
    '08.1.14 10:38 AM

    우거지와 그릇이..아주 오묘~하게 잘 어울리네요..^^
    근데 가셨던 그 부페..사진들은 없나요?..
    음식과 분위기도 궁금한데...ㅎㅎㅎ

  • 9. 애드켈리
    '08.1.14 12:33 PM

    그 부페라는 곳이...아마도 제시카 키친이 아닐지...
    센트럴시티에도 있는....
    저녁땐 가격이 넘 비싸서 좀 아깝고, 점심땐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 10. lorie
    '08.1.15 10:07 PM

    우거지,,,아마,, 외국사람,,,이 맛 모를겁니다.
    들기름 넣어서 볶아 먹어도 맛있고,, 그 향~

  • 11. lpg113
    '08.1.16 1:38 AM - 삭제된댓글

    나이가 들면서 전엔 쳐다보지도 않았던 음식이
    입에 맞게 되는때가 있더라구요...

    우거지위에 파 두조각이
    너무 애교스러워 보이네요....^^

  • 12. 푸른하늘
    '08.1.19 2:01 AM

    제 블로그에 몇가지 담아갈께요 요리하려고 매번 희망수첩 찾기가 번거로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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