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밀레하우스 행사 준비때문에 후배 한사람을 불렀습니다.
같이 장도 좀 보고, 재료 준비도 같이 해달라고 부탁했었죠.
일단 이마트 들러서, 재료 사고,
그리고 코스트코 들러서 거기서 사야할 재료들도 사고,
오는 길에 연희동 칼국수에서 늦은 점심 먹고 들어왔습니다.
사온 재료들 풀어서 정리하는 중인데...
어디선가 온 전화를 받던 그 후배, 털썩 하고 주저앉더니, 거의 울듯이 돈 얘기를 막 하는 거에요.
지금 당장은 얼마 밖에 없다, 30분 후에 부쳐줄테니까..잠깐만 기다려라..30분이라도 안되면 10분만이라도 시간을 달라,
뭐 이런 내용인 거에요.
옆에 들자니...딱 그 요즘 유행한다는 사기전화인것 같더라구요.
후배에게 무슨 전화냐고 물으니까,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면서 암말도 못하게 하는 거에요.
그러더니, 전화를 받으면서 메모지에...'유괴'라고 쓰는 거에요.
제 예상이 맞긴했는데..사실 그 즉시 '그거 사기야'...라고는 못하겠더라구요. 혹시라도..싶어서요...
후배 아이와 관련있는 일인데...
저쪽에서 얼마를 요구하는 지는 모르겠는데..그 후배가 돈 구해볼테니까..30분만 시간을 달라, 10분만 시간을 달라 하는데..
상대방은 막 뭐라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종이에..'그거 사기야'라고 썼더니 후배가 '아무개 목소리'라고 쓰는 거에요.
자기 아들 목소리를 들려줬다는 뜻이죠.
아무래도 이상해서...아이 목소리 다시 들려달라고 하라고 시켰어요.
아이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은데..핸드폰 밖으로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그집 아들이 아닌 것 같더라구요.
역시 사기다 싶어서, 전화를 억지로 끊게 했어요.
전화번호를 보니까, 085-2165-60000에요...이상하잖아요..번호도 이상하고...
후배가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는 동안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085로 시작하는 전화는 거의 사기전화라는 거에요.
후배에게 다시 전화를 끊게하고, 계속 울리는 핸드폰은 받지 못하게 했어요.
그리고 저희 집 전화로 아이 학교에 전화해서 확인해보도록 하고, 저는 다른 방 전화로 112에 신고했어요.
"085로 시작하는 번호인데..이거 사기 전화아닌가요? 아이를 유괴했다고 하는데.."했더니,
오늘 하루 종일 같은 사건 신고가 들어온다고 하면서, 출동시키겠다고 하는거에요.
그러는 사이 후배가 학교 선생님과 통화를 마쳤고, 학교 선생님께서는 아직 수업이 안 끝났고, 오늘 이런 전화가 두번이라고 하시더래요.
이어서 아이가 전화를 했구요.
아이가 멀쩡한 걸 확인했는데...그 전화가 또 오는 거 있죠.
후배에게 받으라고 시켰어요. 받아서..만나자고 해보라고..
왜냐하면 경찰아저씨가, 범인을 꼭 잡아야할 텐데..했거든요..
만나자고, 장소를 정하자고 하니까..말꼬리만 돌리고, 후배에게 상스러운 욕지거리만 하더래요.
그래서 그냥 전화를 끊었어요. 그리곤, 배터리를 빼놓았죠.
그 후배, 참 똑똑한 사람이고, 이런 사기전화가 많다는 거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인데도..
자식 일이라고 하고, 또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려주니까, 자기 아들로 생각하고 그냥 무너져버리더라구요.
백만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식을 잡고 있다는데...우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이성적으로 판단할 부모가 어디있겠습니까??
그래도..혹시 이런 전화를 그 누가 받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몇가지 적어볼게요.
1. 085로 시작하는 전화는 받지마세요..거의 대부분 사기전화래요...번호가 뜨니까 보고 받으세요.
2. 아이 이름을 정확하게 댑니다...속지마세요...아마도, 누군가가 개인정보를 팔아먹었겠죠...아이들이 무심코 가입한 사이트 등에서...
3. 아이가 울면서 "엄마 나 좀 살려줘.." 한답니다....아이 목소리인지, 잘 들어보세요. 식별이 어렵도록 울먹이고 하는데..속지마세요..
4.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가서 전화를 받으라고 한답니다....여럿이 있으면 사기인줄 단번에 알 수 있으니까 그럴거에요.
5. 돈이 없다고 하면 마구 상스러운 욕을 한대요....겁주는 거 겠죠? 상황을 자신이 의도했던 대로 끌고나가려고....
6. 중간중간 아이를 때리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한대요...장기를 팔겠다고 하기도 하고..어쩜 사람의 탈을 쓰고 이렇게 나쁠 수 있는지..
7. 전화를 끊지말고 전화기를 든 상태에서 송금하라고 한대요...송금하겠다고 하고 전화 끊고 확인해보세요.
8. 전화를 끊으면 자꾸 전화해요....혹시라도 전화가 끊기고 나면 다시는 전화가 안오고 내 아이가 어떻게 될까봐 걱정되서 전화를 못 끊는데..일단 전화 끊고 경찰에 꼭 신고하세요.
제가 경찰에 신고했더니, 금방 경찰 아저씨 두분이 오셨더라구요.
첫번째 전화에 오시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고,
두번째 전화에는 아이 안부 확인했고, 입금하라는 계좌번호(외환은행 620-7036-5872)를 알려드렸어요. 혹시라도 수사에 도움이 될까해서..
그랬는데..첫번째 전화에 바로 출동하셨던 모양이에요.
경찰아저씨들 말씀이..무슨 일이 있으면 꼭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하시더라구요.
그냥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고...
사기전화가 많다많다 해도..오늘 바로 코앞에서 그런 전화를 받는 걸보니...여러분도 아셔야할 것 같아서..이렇게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