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8시15분쯤, 어머니 성당 모셔다드러 나가면서, 점심에 먹을 뭘 좀 살까하고 지갑을 들고나갔습니다.
그런데...뭘 사는데 의욕이 없는 거에요.
제가..어떤 타입이냐 하면..스트레스를 받거나 무지 화나는 일있으면 시장이나 백화점을 마구 쏘다니면서, 뭔가를 사면서 푸는 편인데..
오늘 아침엔 그것도 싫더라구요. 시간이 좀 이르기도 했지만...
그냥 집에 들어와서 뒤포리 꺼내서 잽싸게 육수를 낸 다음...
김치찌개도 아닌 것이 김치찜도 아닌 것이..그 중간쯤 되는 걸 만들었어요.
냉동실의 돼지고기 녹여서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냄비 바닥에 깔고 , 그 위는 양파채로 덮고,
김치는 통째로 얹은 후 김치국물과 뒤포리육수를 부어 중불에서 한참 끓이다가 약불로 줄여서 푹 끓였어요.
김치찜이라고 하기에는 국물이 너무 많고, 김치찌개라고 하기에는 김치가 너무 크고 또 너무 많이 물렀고..
암튼 그래도 김치를 쭉쭉 찢어서 밥에 얹어 먹었어요.

반찬으로는...냉동고안의 이것저것..
지난번에 냉동해뒀던 돼지완자와 새우 갑오징어 꺼내고, 냉장고 안에 있던 반토막짜리 파프리카 꺼내서 썰었어요.
생강 마늘 파로 향 낸 다음 볶다가 뒤포리 육수와 굴소스 넣어서 볶다가 물녹말과 참기름을 넣어서 마무리했어요.
새우보다도 돼지완자가 더 맛있었어요.
담에 돼지완자 좀 많이 만들어서 냉동해둬야겠어요. 쓸데가 아주 많으네요.

며칠전..베란다를 치우다보니까..쬐끄만 플라워 박스며 토분이며 하는 것이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나왔습니다.
또 꽃바구니용 빈바구니도 나오고 , 영양가 없이 척박한 흙들이 담긴 통들도 나오고..
몽땅 들고 꽃시장에 갔어요.
흙은 적당한 마당에 쏟아부어 주고, 꽃바구니와 흙을 담았던 통들은 어떤 화원에 줬어요.
바구니가 좀 낡아서 어떨까 싶었는데, 그 화원 주인 반색을 하고 받아서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안쓰는 물건이 다른이에게는 필요하다는 것이..

이건 물봉숭아래요.
한 포트에 3천원. 둥근 토분에 세 포트를 심으니 아주 빡빡하네요.
두개만 심자니 너무 빈약할 것 같았는데..두개로도 충분할 걸 그랬나봐요.

지난번에 샀던 채송화.
나팔꽃처럼 밤에는 꽃봉오리를 오그리고, 낮에서 활짝 피우고..
이 녀석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 꽃(허걱 이름을 모르겠네요..)은 한판에 5천원짜리에요.
포트가 열두개나 되죠.
5천원어치를 심으니까 이렇게 작은 플라워박스로 두개....
요즘 우리 집 베란다..들여다볼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