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냄비 이야기를 썼는데...예바다님께서 밥솥도 보고 싶다고 하셔서...
오늘은 밥솥이야기 입니다.
실은 제가 요즘 다섯번째 책(아마도 마지막 일듯...두번째 책을 낼 때 다섯권까지만 내자 생각했었거든요...)을 준비중인데요,
여기에 밥과 밥솥이야기를 쓰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던 참에...밥솥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잠시 망설였습니다.
다섯번째 책은 희망수첩에 올리지 않은 전혀 새로운 글로 제 책의 독자여러분들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제가 책을 내면, 다 희망수첩에 있는 내용인걸로 오해하셔서..책을 잘 안사시더라구요..^^;;
그래서 심지어는 본격적으로 작업 들어가면 한 6개월 정도 희망수첩의 문을 닫아걸어두고, 글을 써서 모을까도 생각중입니다.)
암튼 잠시 망설이다가....책에는 희망수첩에는 없는, 좀더 자세한 내용을 쓰지 싶어서...
제가 밥을 짓는 모든 도구를 소개합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의 저자라는 점을 상기해주세요.
부엌살림에 관한 책을 썼고, 또 앞으로 책 내용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이것저것 써보는 사람이라는 걸요..
직업상의 업무....인셈이죠..^^;;
그리고 이 모든 밥짓는도구를 산 건 아니라는 점도요...
그럼, 본론에 들어갑니다.

지난번 이천의 도자비엔날레에 가던 길에 광주요에서 산 내열자기 밥솥입니다.
이게 아주 물건입니다.

뚜껑이 두개라서..겉뚜껑이 있고 속뚜껑이 있어서..불을 아주 크게만 하지 않는다면 밥물이 넘치지 않습니다.
물론 첫날에는 밥물 넘쳤습니다.
불조절을 못해서요.

제가 원래는 압력솥밥을 아주 싫어하는데...저희 시어머니께서 차진밥을 좋아하셔서 압력솥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 얘를 들여놓고 나서는....밥의 질고 된 정도가 가장 적당한 밥이 나와서..모두 좋아합니다. 누룽지도 맛있구요.
그러나...
얘라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원래는 4~5인용 밥솥을 사고 싶었으나 값이 너무 비싸서, 1~2인용인 이것을 사오는 바람에...
밥을 적게 먹는 저희 시어머니, kimys, 그리고 저..이렇게 딱 세사람만 있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양이 적단 얘기죠.
또하나 결정적인 흠은...솥의 몸통이 일자로 떨어져야 밥 푸기 좋은데..이 솥은 약간 배부른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밥푸기 좀 나쁘다는 거...
그리고 불이 조금만 세면 잘 탄다는 거..제가 원래 밥을 안태우는데..이 솥을 쓰면서 밥을 두어번 태웠어요.
게다가...밥이 타서 바닥에 눌어붙은 거...잘 닦이지 않는다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맛이 좋아서...어느 정도는 용서가 된다는 거....
이렇게 솥뚜껑이 두개이면서, 이 제품보다 더 값이 싼 내열자기 솥이 어디 없는지..요새 찾고 있는 중입니다.
조만간 광주 이천 쪽으로 뜨려구요....
꼭 찾아지기를 같이 빌어주시와요..

광주요 솥 사기전에 즐겨쓰던 폰티악냄비입니다. 르쿠르제 비슷하게 생겼죠??
이걸 주물냄비라고 합니다.
2005년 가을에 수입업체의 매장에서 정품을 좀 깎아서 샀는데..
그 다음해 봄 창고세일하면서 훨씬 더 싼값에 팔아 제 속을 쓰리게 했던 바로 그 녀석입니다.
일단 밥맛부터 얘기하자면..밥 참 잘 지어집니다.
가스불위에 아주 약한 불에 올려놓고 마냥 밥을 하면 밥맛이 아주 좋습니다만,
늦게 퇴근해 들어가는 맞벌이주부나 성격 급한 분들에게는 별로 권하고는 싶지않은 방법입니다.
시간, 아주 많~~~이 걸립니다....
또 불을 조금 세게 하거나 시간을 좀 많이 주면..냄비 가장자리 부분의 밥부터 좀 마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만 주의하면 촉촉하고 맛있는 밥이 됩니다.

이 냄비가 맘에 드는 이유는 바로 뚜껑입니다.
밥이 맛있으려면 뚜껑이 무거워서..밥물이 잘 안 넘쳐야할 것 같은데..대부분 뚜껑 부분이 맘에 안들거든요.
그런데 이 녀석의 뚜껑은 묵직합니다. 불이 아주 세지 않으면 밥물은 잘 안넘칩니다. 밥이 되면 눈물도 흘리구요.
그런만큼...무게가 문제 입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달아보니까 몇그램 빠지는 3㎏ 입니다.
너무너무 무겁습니다. 그래서 저도 며칠 쓰고는 들여놨다가 또 다시 며칠 꺼내쓰고..뭐, 이런식으로 썼습니다.
제 주변에서 이 냄비 사서 밥짓겠다고 하면...전...말립니다..손목 생각도 좀 해주라고 하면서요...^^;;
요즘, 세식구 밥은 광주요 내열솥으로 하고, 4인분 이상은 이 냄비에 합니다.
저는 벼를 갓 수확한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쌀에 수분이 많을 때는 냄비밥을 하고,
여름부터 햅쌀이 나올 때까지 쌀이 푸석푸석할 때는 쌀에 찹쌀을 섞어먹거나 압력솥을 씁니다.
이 녀석...잠시후면....압력솥에 자리를 내주고...그릇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폰티악 냄비 못지않게 제 사랑을 받고 있는 실리트 압력솥입니다.
풍년에서도 소형 압력솥이 나오는 줄 알았으면 절대 안샀을 텐데..
있는 줄 몰라서 20만원도 넘게주고 작년 봄 신세계백화점에서 샀습니다.
사서 며칠 썼는데..남대문시장엘 갔더니 몇만원이나 싸서..속 마~~이 상했다는...
그냥 무이자 3개월 할부로 산 것으로 만족하자고..몇번이나 스스로를 달랬지만, 속 쓰린 것이 그리 쉽게 달래지지는 않더만요.

용량도 작고(1.8ℓ 던가?) 다루기 편해서 쓰기 좋은데..다만 시간과 물조절을 잘해야합니다.
밥물을 조금만 많이 잡아도 검은손잡이 쪽에서 물이 막 나옵니다.
또 추가 완전히 올라오면 바로 불을 끄거나 아주 약하게 줄여야지..요 시간을 놓치면..밥맛 책임 못집니다..

4.5ℓ나 되는 대용량의 테팔 클립소 압력솥입니다.
몇년전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 원고를 쓰고 있는 중인데...
'일밥의 김모가 이마저마한 책을 쓴다더라' 하는 정보를 입수한 홍보대행사에서 이것저것 보내준 물건 중에 들어있던 것으로...
다른 어떤 것보다 이 압력솥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요즘은...식구가 많이 모일 때나 수육 같은 음식을 할 때 이 압력솥을 씁니다.

이 압력솥의 특징은 타이머입니다.
밥을 할 경우 딱 3분만 맞춥니다.
다른 압력솥으로 치자면 추가 완전히 올라온 것인지..(추가 다른 압력솥과는 좀 다릅니다) 암튼 타이머가 빽빽 울리다가 끊어집니다.
이때부터 3분이 흘러 다시 경고음을 낼 때 불을 확 줄여서 잠시 뜸을 들였다가 불에서 내리면 항상 일정한 밥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결정적으로...물론 부주의한 제 탓이기는 하지만...
통닭 그림이 있는 곳에 레버를 두고 밥을 해야하는데..자꾸만 까먹고 김이 빠지는 그림이 있는 곳에 레버를 두고 밥을 해서,
설익은 밥을 만들어 버린다는 거...

아..요 압력솥에는 요렇게 겅그레가 있습니다.
겅그레가..표준어인지는 모르겠지만...아..사전 찾아보니..표준어 맞네요...우리 친정에서만 쓰는 용어인줄 알았습니다....
요 겅그레의 손잡이인 이 연두색 플라스틱..압력이 가해져도 괜찮기는 하더만, 쓸 때마다 조금은 좀 찝찝합니다.

무쇠가마솥입니다.
무쇠 바람이 불기 훨씬 전....한 15년전쯤 신촌 현대, 아니 그레이스 백화점 이던 시절에 지하 슈퍼에서 샀어요.
밥맛이 좋다고 해서 샀는데...솔직히 제가 제일 어렵게 생각하는 밥짓기가 바로 이 가마솥밥입니다.
전..어떻게 해도 안되는 것 같아요. 아직도 왜 가마솥 밥이 맛있다고 하는지...잘 모르겠어요.
그리고..뚜껑이 좀 무거워야하지 않나요?
그런데,이 뚜껑은 그리 무겁지 않아서 밥물이 다 넘칩니다. 그래서 위에 사발 같은 걸 하나씩 얹어놓습니다.
친하게 지내보려고 꺼내서 며칠 쓰다가, 속으로 중얼중얼 불평하며 도로 집어놓곤 합니다.

특히나 잠시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벌겋게 슬어버리는 녹..
그렇다고 해서 기름을 발라두면...그 기름이 밥에 묻어나지 싶어서 찜찜하고..
요새는 밥하는 건 아예 100% 포기하고 가끔씩 튀김이나 해주는데...그래도 이렇게 길이 안들고, 녹 같은 게 보여요.
제 가마솥이 나쁜거라서 그런걸까요??
요즘 소형가마솥은 뚜껑이 무거운가요??

삼종세트로 가지고 있는 아미쿡 가마솥입니다.
얘의 가장 큰 불만은 역시 뚜껑이 가볍다는 점입니다.
이 스텐 가마솥의 뚜껑은 무쇠 가마솥의 뚜껑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뻥 좀 섞으면 불면 날아갈 듯, 뚜껑이 가볍습니다.
밥할 때 사발을 얹거나 행주를 얹거나 뭔가를 꼭 엎어놓아야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밥맛도 좋고..그리고 누룽지가 아주 예술입니다.
또 잠시 관리를 소홀히 해도 녹은 슬지 않습니다. 관리가 편하죠.
그리고, 또 하나의 불만은 사이즈..삼종세트 중 제일 작은 가마솥은 어떤 불에 올려놓아야 좋을 지 모르겠어요.
바닥면이 너무 좁아서 가스불위에 올려놓으면 안정감이 없어서 불안해요.
그냥 큰 것 하나만 있으면 될 듯...

전기압력솥입니다.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 원고 쓸 때, 전기압력밥솥 부분이 있었는데..그때까지 제가 쓰던 밥솥은 그냥 코끼리전기밥솥...
전기압력밥솥에 대한 사용후기를 꼭 써야하기 때문에 하나 사서 쓰려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이마트며, 코스트코며 싹 다 뒤졌습니다.
이때 인터넷 판매모델과 이마트 판매모델, 홈쇼핑 판매모델의 스타일넘버가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모델 이마트에 가면 없고...완벽한 가격비교가 안되더만요...
최저가로 살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싶어서 절망하고 있던 차에 출판사에서 이 밥솥을 보내줬습니다..앗싸...
어떤 경로로 제 손에 들어온 건지는 모릅니다.

이 전기압력솥을 받아들고 밥을 해보고는..감격했잖아요..이렇게 편하고 좋은 걸 왜 진작 안썼는지...
그런데..요새는 자주 못쓰고 있습니다.
10인용이라서 우리 식구 밥만 하면 바닥에 깔려 도저히 평소에는 쓸 수 없고...손님이 오는 날만 사용합니다.
또 하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저 압력레버 때문입니다.
잠김에 놓고 밥을 한 후 압력이 빠지면 열림으로 돌아가 줘야하는데...안되는 거에요.
그것도 무슨 머피의 법칙인지..꼭 명절날...
그래서 AS도 보내봤는데...AS기사 아저씨 고장아니라며..힘주어 확 돌려 열면된데요..
워낙 손힙이 없는 지라, 제 힘으로는 안되고...꼭 kimys가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이건 오일 코어, 혹은 오일 스킬렛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스텐으로 된 슬로우 쿠커 처럼 생겼지만 슬로우 쿠커는 아닙니다.
온도가 슬로우 쿠커 보다 훨씬 높게 올라갑니다.
슬로우 쿠커는 100℃까지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사골국을 고을 수 없지만, 이 오일 코어로는 사골국을 고을 수 있습니다.

요새 자주 안써서..안이 좀 지저분해서..이거 어쩌나 싶은데..
암튼, 거죽과 안이 모두 스텐으로 되어있고, 거죽과 안 사이에 특수한 오일이 들어있어서,
전기를 통하면 이 오일이 더워지면 요리를 합니다.
간접열 효과를 내는데...
저는 이걸 산 건 아니고,
작년에 수출만 하던 어떤 회사에서 국내 내수를 한번 해보겠다고 만들어서, 저더러 테스트 좀 해달라고 해서 써봤습니다.

써보니까 나름 좋은 점이 있어서, 개발이 끝나면 82cook 식구들을 대상으로 체험행사 같은 거 해보고 싶었는데..
아직 아무 얘기 없는 거 보니까..개발이 덜 됐나봐요.
암튼, 여기에는 별미밥 같은 거 해봤습니다.
버섯밥, 콩나물밥...잘 되더만요..간접 가열방식이라 그런가..
문제는 이것도 뚜껑이 너무 가볍습니다.
내용물이 끓으면 그때마다 뚜껑이 팔딱이면서, 부엌 벽에 얼룩을 잔뜩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원초적 단점이기는 한데..세척할 때 좀 힘든다는 거...
그래도 요즘 코팅제품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시장성이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가격이 좋아야겠죠..언젠가 어떤 칼 메이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더니..이런 오일 스킬렛이 있는데 값이 어마어마 하더만요.
제가 못써본 솥은 곱돌솥입니다. 잘 깨진다는 소문에 아직 시도를 못하고 있는데...조만간 하나 사서 써보려구요.
밥솥 이야기 쓰고보니..참 장황하기도 하죠?
읽느라 욕보셨습니다.
그나저나...이거 제조 업체들의 무더기 항의나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