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엔 별로 안그랬지만..예전에 신문사 다닐때, 회사일이든, 집안일이든 뭐가 잘 안풀려서,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이럴 때 그저 단순노동이 제일이다!' 싶어서, 냄비를 닦곤 했습니다.
잠 안자고, 한밤중에 있는 냄비 몽땅 끌어내서 반짝반짝 닦곤 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주로 스텐냄비를 쓰는데...잘 닦아서 반짝이는 냄비를 보면..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요즘은 속풀이를 다른 방법으로 하는 탓인지,
아니면 단순노동이 두려워졌는지,
아니면 모두 꺼내서 닦기에는 냄비가 너무 많은 탓인지..
암튼, 한동안 한밤중에 냄비를 몽땅 꺼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냄비가 놓여있는 곳이 오픈된 수납공간인 탓에, 냄비가 더러워 보이는 거나 아닌지..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몽땅 들어내서 닦아줬습니다.

저희 친정어머니가 즐겨쓰시던 스텐냄비 닦는 무기!!
베이킹소다나 바키퍼스프렌드니 같은 걸 잘 모르시던 우리 어머니..철수세미에 붉은 약이 묻혀져 있는 저 수세미를 구해서,
정성껏 냄비를 닦으시곤 했어요.
엄마가 쓰던 물건들에 대한 애착..딸이라면 누구나 있는 거 겠죠?
엄마가 좋아하던 것이라서 눈에 뜨이길래 사다놓은지 한참됐는데..이제 겨우 한개 정도 쓴거에요.
약이 묻은 수세미와 바키퍼스프렌드까지 꺼내서 몽땅 닦았습니다.
닦으면서 생각해보니..왜 그렇게 냄비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지...
이건 이래서 싫고 이건 이런점이 단점이고...
일단..전 무광보다 유광이 더 좋아요.
유광냄비는 잘닦아놓으면 반짝반짝 윤이 나고 새 것처럼 되는데..무광은 쓰면 쓸수록 광이 죽고,
또 닦아도 표가 잘 안나는 것 같아요.
밤이 깊은데 잠이 잘 안오시는 분들...제 냄비구경 하시면 제 불평불만 좀 들어보실래요?

요새 즐겨쓰는 쉐프윈의 냄비 세트입니다. 아마도 풀세트일 듯...
24㎝ 곰솥, 24㎝ 전골냄비, 24㎝ 일반 양수냄비, 24㎝ 스티머, 20㎝ 양수냄비, 18㎝ 양수냄비, 16㎝ 양수 냄비와 16㎝ 편수 냄비.
제가 쓰는 다른 냄비들에 비해서 속이 깊은 편이라서 좋아요.
통오중이라서 조리가 빨리 되서 좋고,
특히 국을 끓이기위해 쇠고기를 볶을 때 타지 않아서 좋아요. 바닥만 삼중이나 오중인 경우 가장자리부분은 잘 타잖아요?
그런데...일단 무광이라서...반짝반짝하는 맛이 없어서 불만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불만은 전 22㎝짜리 냄비가 꼭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없는 거에요.

냄비의 속이 깊은 편이라서 곰솥과 일반 냄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요. 너무 큰것 같아요. 24㎝ 양수가...
국을 끓이려면 좀 큰 것 같아요. 그렇다고 20㎝ 양수는 좀 작은 듯 싶구요....
22㎝짜리 양수 꼭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쉐프윈의 밀크팬은 사이즈도 적당하고, 주둥이가 있어서 소스 등을 따르기도 좋고, 유광이라서 반짝반짝 닦을 수도 있고,
손잡이랑 이쁜 건 너무 좋은데...
뚜껑이 맘에 안듭니다. 뚜껑이 유리라서 맘에 안드는 것이 아니라,
뚜껑을 뒤집어 덮었을 때 그 위에 다른 냄비 등을 포갤 수 있어야 수납하기 좋은데..이 밀크팬은 절대로 뭘 포개놓을 수 없습니다.
오죽했으면 하다하다 안되서 S고리에 뚜껑만 따로 걸어놓았습니다.
그랬더니...우리 집의 일부 식구들은...걸린 뚜껑을 못찾아 쓰더라는..^^;;

스위스제 쿤리쿤 냄비세트입니다.
유광이라서 좋긴한데..제가 별로 예뻐하지는 않는 냄비입니다.
호시탐탐 없앨 기회만 본다는..., 왜냐하면 바닥만 삼중(오중?)이라 바닥의 가장자리가 잘 타거든요.
또하나 결정적으로 미움을 받는 이유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 뚜껑의 손잡이 때문입니다.

손잡이가 폭 파묻혀있는 스타일이라, 굳이 뚜껑이 뒤집어 보관하지 않아도 냄비들이 착착 포개져 수납에는 좋습니다.
그런데 요리 도중 뚜껑을 열다 몇번이나 손을 데었는지 몰라요.
뚜껑손잡이가 파묻혀있어 무심코 손잡이를 잡다가 자칫하면 손을 데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애지 않고 끼고 있는 이유는 스위스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집에 편수냄비가 별로 없을 뿐더러(제가 편수냄비 별로 안좋아 해요, 수납이 나빠서..)
요기에 밥하면 밥이 무지 잘돼요, 아마도 뚜껑이 냄비 몸체에 얹혀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것도 쿤리쿤 냄비.
이건 통오중입니다.
비교적 불만이 적은 냄비가 이 냄비가 아닌가합니다.
통오중이고, 사이즈도 적당하고..덜렁 이거 하나인 것이 좀 아쉽기는 합니다.

제이미 올리버의 냄비입니다.
아마도..이 26㎝ 양수랑 편수, 그래도 프라이팬과 웍을 받은 것 같은데...편수는 어디로 갔는지..찾을 수가 없네요...
얘에 대해서는 할말이 무지 많습니다.
여기서 불평 늘어놓으면...영국의 제이미 올리버에게 항의받는 거나 아닌 지 모르겠요.
일단 구경부터~~

유광이라는 점에서는 맘에 들어요.
그리고 세계적인 명사의 이름을 붙인 냄비답게 손잡이에 이렇게..제이미 올리버..하고 이름이 꽝 박혀있습니다.
이렇게 박힌 이름 때문에 고급스러워 보이죠.

바닥은 요렇게 생겼어요.
테팔의 비타민압력솥 바닥과 같은 모양이죠.

그런데..이 제이미 냄비가 결정으로, 냄비가 무겁다보니 몸체와 손잡이의 결합을 리벳형으로 한 것 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의외로 요 리벳에 뭐가 많이 낍니다.
보이시나요?? 닦았는데도 잘 닦아지지않은 음식물찌꺼기가...
제가 이래서 리벳형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그리고 또 수납은 전혀 고려도 하지 않고 디자인되었습니다.
외국은 널찍한 주방들을 써서..냄비를 포개놓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지만..우린 안그렇잖아요..
뚜껑을 뒤집어 놓으면 이렇습니다.
위에 뭘 포개놓기 아주 불안하다는...
암튼...얘는 이래서 싫고, 얘는 저래서 문제고...
어떤 때는 차라리, 내가 쓰고 싶은 냄비를 디자인해서 써볼까 하는 생각까지 해봅니다.
유광에...내가 필요한 지름과 깊이, 구성..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지금 바로는 아니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해보고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