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너무 짧아서, 시골 집에 귀향하셨던 분은 오고가고, 많이 피곤하실 것 같네요.
이제..푹 좀 쉬세요.
제가 명절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밥상은 명절 저녁입니다.
명절 저녁 시누이들 가족들이 모두 오거든요.
백년손님인 사위들이 셋이나 오는데, 살림을 하지않는 우리 시어머니를 대신해서 한가지라도 정성스럽게 더 준비하곤 하죠.
차례 음식인 산적이나 전, 나물로 밥상을 차려주는 시동생네 식구들과..다소 차별을 합니다..하하..
그래서, 시동생네 가족들도 못가게 잡죠, 저녁엔 더 맛있는거 해준다고...^^
시동생네 식구들, 다른 약속들이 있으면 그냥 가는데..이번에도 네째 시동생네 가족들이 남아줘서,
세 시누이의 가족과 네째네, 그리고 우리...좋은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이번 설 저녁의 메뉴는, 전 나물 생선 등 차례상에서 내려온, 누구네라도 먹는 음식에다가,
차례상에 항상 올리는 꼬막과 식구들이 좋아하는 매생이국, 그리고 언제나 준비하는 갈비찜과 샐러드 외에,
중국식 해물잡탕과 해파리 냉채를 준비했습니다.

해물잡탕은 집에서 불린 해삼에, 작은 갑오징어, 새우, 초고버섯, 표고버섯, 죽순을 넣고 볶았어요.
접시 가장자리는 데친 청경채를 두르고.
해삼은 집에서 불려서 썼고,
작은 갑오징어는 마포농수산물 시장에서 손질해서 냉동상태로 파는 걸 사다 썼어요.
사실 이 작은 갑오징어를 가지고, 새로운 요리를 해보려고 했던 건데..그냥 설날 썼어요.
오징어나 쭈구미나 낙지 등 다른 연체동물들은 너무 오래 조리하면 질겨지고 맛이 없어지잖아요?
그런데 이 작은 갑오징어는 더 부드러워 지는 것이, 볶음 요리에 넣으면 좋아요.
새우는 손질해서 냉동해서 파는 걸 해동해서 썼고, 표고버섯은 마른 걸 불려서 썼어요.
죽순은 항상 비축하고 있는 통조림을 썼고, 그리고..제대로 기분내려고 초고버섯도 썼어요.
'초고버섯이 뭐지??' 하고 궁금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사진에서 가운데 잘 보이는 둥그스름한 것이 초고에요.
중국요리에 많이 들어가잖아요.
통조림 상태로 파는 걸 사다 썼어요. 이 초고버섯 하나만 더 넣어도, 더욱 중국요리 스러워진다는..^^;;
초고버섯 통조림 잘못사면, 너무 알이 작은 버섯이 들어있어서 좀 속상한데..이번에 산 통조림은 딱 맘에 드는 사이즈였어요.
양이 너무 많아서, 32㎝ 초대형 웍에 했는데...하나도 남지않아...저는 간이 맞았는 지 안 맞았는지...한조각 먹어보지도 못했다는..
그래도...너무들 잘 먹어줘서...안먹어도 한 접시를 모두 먹은 듯 아주 기뻤다는...^^

해파리냉채는 송화단과 해파리 오이만으로 했어요. 소스는 마늘소스를 했구요.
해파리는 중국재료상에서 파는 걸 사서 썼는데..품질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어제 낮에 해파리 손질하면서 느꼈던 거...
따뜻한 물에 넣고 자꾸 씻으니까 소금기도 잘 빠지고 따로 데쳐내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요.
송화단은 며칠전 중국재료상에서 10알에 2천5백원주고 구입해서 냉장고 안에 보관해뒀었어요.
이 송화단을 6등분해서 곁들이니까...중국음식 분위기 제대로 나던걸요.
오이는 오랜만에 회전채칼 꺼내서 썰었구요.
제가 가족들에게 중국요리를 해주는 건 주로 kimys의 생일날인데..이렇게 설날 저녁, 이런 반찬들을 하니까,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뭐 부족한 것이 없나 살펴보다가 kimys랑 눈이 마주쳤는데, 그 사람 얼굴에 만족스런 빛이 마구마구 흐르고 있는거에요.
기분... 좋겠죠...자기 형제들과 형제의 가족들에게 뭔가 맛있는 걸 먹이는데...왜 기분이 안좋겠어요?
그 사람이 기분 좋은 걸 보니까..저도 좋구요..

갈비찜이나 고기 구이에 저는 꿀과 설탕을 섞어씁니다.
그런데 토종꿀은 특유의 향이 있어서, 자칫 음식 맛을 해치기 쉬워서 토종꿀은 그냥 타서 마실 때나 먹고,
따로 아카시아꿀 등 양봉꿀을 음식용으로 따로 사다 써요.
그런데..그러다보니, 집에 토종꿀이 꽤 여러병 있는 거에요. 토종꿀 다 쓰고 양봉꿀 사지 싶어서, 토종꿀은 갈비 양념에 넣었는데..
아뿔싸...토종꿀의 향이 너무 강한 거에요.
비싼 갈비 망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습니다. 그것도 갈비가 좀 많아서 큰 냄비에 넘치도록 담아서 했거든요.
다행히 꿀 냄새 안나고..너무 맛있었다고.
갈비를 재울 때 황률을 같이 재웠고, 끓이면서 대추를 좀 넣어줬는데..그래서 그랬는지...

저희 집 차례상에 빠지지않고 오르는 꼬막, 시누이들이 꼬막을 모두 좋아해서 넉넉하게 준비했다가 저녁에까지 상에 올립니다.
지난 제사에 이어 우체국 홈쇼핑에서 샀는데, 벌교 꼬막이래요..진짜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는 설 1주일전에 택배로 받아서, 받은 그 상태 고대로 김치냉장고에 보관했어요.
그랬다가 설 전날 깨끗하게 씼어서 다시 김치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설날 아침에 삶았어요.
꼬막, 너무 잘 삶아지고, 너무 맛있다고..
꼬막 요리의 비결은 꼬막의 껍질을 깨끗하게 잘 씻는 것이 첫째, 잘 삶는 것이 둘째입니다.
참꼬막은 꼬막껍질에 잡힌 주름사이사이 어찌나 뻘흙이 많이 붙어있는지..열번 넘게 씻어야 좀 개운할 정도죠.
손힘 좋은 다섯째 동서가 아주 잘 씻어줬어요.
삶는 건..저희 어머니께 배운 대로 끓는 물에 꼬막을 넣은 후 계속 저어줬어요.
맨위의 꼬막이 입을 벌릴까 말까 할 때까지 저어준 다음 불에서 내려 체에 쏟아붓고, 찬물로 샤워 시켰어요.
양이 너무 많아 두번에 나눠서 삶았는데... 두번 다 비슷한 정도로, 꼬막 속살이 탱탱하게 살아있을 정도로 잘 삶아졌지요.
어제 낮에는 우리 시어머니와 다섯째 시동생이 한편, 네째 동서와 조카딸이 한편, 그리고 kimys와 제가 한편이 되어 윷놀이를 했습니다.
윷놀이가..고스톱보다 재미있던데요.^^ 그런데 문제는 저희는 한번도 1등을 못해봤다는 거..
저 아무래도...윷놀이 저능인가봐요...ㅠㅠ...
저녁에 모인 식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한번만 일등해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더니,
막내 시누이가 제 소원풀이 해준다며 다시 판을 벌렸어요.
이번에는 저랑 큰 시누이의 작은딸이 한편, 네째 동서와 조카딸, 둘째 시누이와 그 집 큰 아들, 세째 시누이와 그 집 막내,
이렇게 네팀이 했는데..또 한번도 못이겼어요.
이기기는 커녕 번번히 꼴찌..그러다가 막판에 2등 했는데..그게 제일 좋은 성적입니다.
수십년만에 하는 윷놀이라 그런지...아니면 말을 쓰는 전략이 잘못된 건지..아니면 윷을 잘 못던지는 건지..아님 머리가 나쁜건지...
ㅠㅠ...지기는 했지만..그래서 천원짜리 내기에서 '돈 내는 기계'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너무 재밌었어요.
돌아가는 식구들을 배웅하면서..돌아오는 추석에,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윷놀이 2차전을 갖자고 했어요.
그동안 윷던지는 연습을 좀 해야할 것 같다니까요..^^